[뉴스토마토 이명신 기자] 24일(현지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AI 서밋’을 계기로 모인 한국과 미국 주요 기업들이 9500억달러(약 1390조원)에 달하는 초대형 인공지능(AI) 협력에 나섰습니다. 이번 발표는 반도체와 AI 데이터센터, AI 팩토리, 로봇, 자율주행을 아우르는 전방위 협력으로, 한국이 단순 메모리 공급자를 넘어 글로벌 AI 생태계의 핵심축으로 도약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특히 정부가 반도체, AI 데이터센터, 피지컬 AI 등 ‘3대 메가프로젝트’를 추진 중인 만큼, 대체 불가능한 글로벌 AI 생산기지이자 협력 플랫폼으로 자리 잡겠다는 구상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 더 램프 레스토랑에서 열린 글로벌 AI 리더 만찬에서 참석자들과 건배하고 있다.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라니 보르카르 마이크로소프트(MS) 애저 하드웨어 사장,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이재명 대통령, 혹 탄 브로드컴 CEO,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왼쪽부터). (사진=연합뉴스)
한미 빅테크 총집결…AI 전방위 협력
한미 각 기업들이 24일(현지시각) 일제히 발표한 대규모 AI 투자·협력 방안을 보면, 반도체 공급과 생산 등을 포함해 협력 규모가 9500억달러에 달합니다. 우선
삼성전자(005930)는 브로드컴과 올해부터 2030년까지 총 2000억달러(약 290조원) 규모로 메모리,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패키징에 걸친 협력 체계를 구축했습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브로드컴에 고대역폭메모리(HBM)을 비롯해 브로드컴이 설계하는 AI 가속기 등에 필요한 첨단 메모리 솔루션을 공급할 계획입니다. 아울러 2나노 이하 첨단 파운드리 공정과 첨단 패키징 기술을 활용해 통신용 반도체 솔루션 등 브로드컴의 AI 반도체 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계획입니다.
SK(034730)는 그룹 차원으로 빅테크 기업들과 7500억달러(약 1085조원) 규모의 협력에 나섭니다. 우선 엔비디아와는 AI 메모리 공급부터 AI 팩토리 구축까지 아우르는 5000억달러(약 731조5000억원) 규모의 파트너십을 추진합니다.
이에
SK텔레콤(017670)은 차세대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엔비디아로부터 공급받아 국내 최대 2기가와트(GW) 규모의 AI 팩토리 구축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SK하이닉스(000660)는 지난달 엔비디아와 맺은 장기 기술 파트너십의 후속 조치로 AI 메모리 장기 파트너십을 체결, HBM을 비롯한 차세대 AI 메모리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방침입니다.
SK하이닉스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도 메모리 장기 공급 협력을 통해 서버용 메모리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한편, 메모리 솔루션을 함께 발굴하고 실제 서버 환경에서 검증해 AI 서버용 메모리 개발을 가속화할 계획입니다.
현대차(005380)그룹은 자동차 제조, 로보틱스, 데이터 역량을 기반으로 피지컬 AI 솔루션 기업으로 전환한다는 비전을 제시했습니다. 이에 엔비디아와 ‘로봇 레퍼런스 플랫폼’을 공동으로 구축해 대학과 스타트업의 로봇 개발 지원에 나설 방침입니다. 또 엔비디아의 블랙웰 GPU 5만장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로봇 애플리케이션 센터’, ‘엔비디아 AI 기술 센터’ 등 국내 인프라 강화를 위한 협력을 추진합니다.
구글 웨이모와는 자율주행 파운드리 사업을 이어가는 한편 보스턴다이나믹스는 구글 딥마인드와 함께 차세대 휴머노이드 개발을 가속화할 계획입니다. 이에 2028년까지 미국 내 연 3만대 규모 로봇 생산기지를 구축하고, 전동식 아틀라스 개발형 모델을 순차 투입할 예정입니다.
네이버(
NAVER(035420))는 엔비디아와 글로벌 AI 팩토리 구축 투자 협약을 체결하고, 글로벌 대체자산 운용사 브룩필드와 인프라 공급 계약을 맺는 등 소버린 AI 팩토리 구축 규모 확대에 나섭니다. 이에 네이버는 엔비디아 AI 인프라 구축 규모를 1GW까지 늘리고, 엔비디아와 브룩필드는 네이버에 각각 10억달러(약 1조4600억원), 90억달러(약 13조2000억원) 규모의 자금 지원을 하기로 했습니다.
한, ‘대체불가’ AI 공급망 위상 확인
이처럼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한국 기업들과 전략적 협업 체계를 구축한 이유는 한국이 글로벌 AI 공급망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AI 모델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공급망 구축이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른 상황에서, 반도체와 제조 기반을 보유한 한국의 경쟁력이 대체 불가 수준으로 커졌다는 분석입니다.
특히 빅테크 기업들은 AI 인프라 투자 확대를 위해 HBM을 비롯한 메모리 공급망 확보가 필수 과제로 떠올랐습니다. 이에 빅테크 CEO들이 국내 반도체 기업들에 ‘러브콜’을 보내 메모리 공급을 요청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AI 서밋’에서 “젠슨 황 CEO(최고경영자)는 만날 때마다 ‘모어 칩’이라고 말한다”면서 브로드컴, 오픈AI 등 빅테크 기업들이 대량의 메모리를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24일(현지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 더 미드웨이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AI 서밋'에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실제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글로벌 메모리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매출 기준 글로벌 HBM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가 58%로 1위, 삼성전자가 21%로 2위를 기록했습니다.
업계에서는 이번 협력을 토대로 정부가 추진 중인 3대 메가프로젝트에 탄력이 붙을지 주목하고 있습니다. 빅테크 기업들과 장기 공급 계약을 통해 수요를 확보했을 뿐만 아니라 전력·용수 등 인프라 확보, 정주 여건 개선 등 정부의 추진 의지도 강하기 때문입니다.
최 회장은 “3조달러 이상의 3대 메가프로젝트가 허황되거나 과장된 것이 아니다”라며 “최근 만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요구하는 AI 컴퓨팅 수요를 보면 상당히 현실에 기반한 계획”이라고 진단하기도 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협력 발표로 볼 수 있듯 빅테크 기업들의 메모리 수요는 공급을 크게 웃돌고 있다”면서 “중장기 수요로 기존 투자 계획도 앞당긴 만큼 기업들이 생산능력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명신 기자 si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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