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공업서 AI·반도체로…두산 ‘체질개선’ 남은 과제는
반도체 사업 중량감 확대 의의
사업 분절 등 시너지 창출 과제
2026-08-04 16:00:36 2026-08-04 16:10:40
[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두산그룹이 웨이퍼 제조기업 SK실트론을 품에 안으면서 미래 먹거리로 낙점 지은 반도체 사업에 중량감을 더했습니다. 반도체 전·후 공정을 잇는 밸류체인을 구축해 포트폴리오를 확대함으로써, 미래 사업 기반을 한층 더 강화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다만, 두산이 영위하고 있는 반도체 사업 영역이 개별적으로 분절돼 있어 시너지 창출이 향후 핵심 과제로 떠오릅니다.
 
SK실트론 구미1공장. (사진=SK실트론)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두산(000150)은 지난달 31SK가 보유한 실트론 지분 70.6% 23000억원에 인수하면서 반년 넘게 이어진 매각 협상을 마무리 지었습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보유한 잔여 지분 29.4%는 별도의 협상으로 확보할 것으로 알려져 연내 최종 인수 작업에 마침표를 찍을 것으로 보입니다.
 
업계에서는 이번 실트론 인수가 두산그룹의 두 번째 체질 전환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과거 1990년대 중후반부터 오비맥주를 비롯한 소비재 사업을 잇따라 매각하고 2001년 한국중공업(두산에너빌리티), 2004년 고려산업개발(두산건설), 2005년 대우종합기계(두산인프라코어), 2006년 미쓰이밥콕(두산밥콕), 2007년 밥캣(두산밥캣) 등을 인수하며 중공업그룹으로 체질을 전환한 데 이어, 이번에는 AI와 반도체 중심으로 그룹의 판을 다시 짜고 있기 때문입니다.
 
두산 역시 이번 인수 배경으로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를 꼽고 있습니다. 두산은 자체 사업을 맡고 있는 전자BG에서 AI 가속기의 핵심 소재인 동박적층판(CCL)을 생산합니다. 지난 2022년 인수한 두산테스나도 반도체 웨이퍼 테스트 등 후공정 영역을 주력으로 사업을 영위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실트론 인수로 반도체 전공정의 핵심인 웨이퍼 제조 역량을 확보함으로써 반도체 전·후 공정을 연결하는 사업의 완결성을 갖추게 됐습니다.
 
특히 이번 인수는 그룹의 핵심 사업군으로 분류된 반도체 부문의 체급을 단번에 키웠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습니다. 현재 두산그룹은 에너지(두산에너빌리티, 두산퓨얼셀), 스마트머신(두산밥캣, 두산로보틱스), 반도체 및 첨단소재(전자BG, 두산테스나) 3대 축으로 사업을 재편하고 있는데, 이번 실트론 인수로 다소 빈약했던 반도체 사업에 중량감을 더했다는 평가입니다두산은 웨이퍼 사업이 연평균 7% 수준의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2031년 매출 3조원과 메모리용 웨이퍼 시장 세계 2위를 목표로 잡았습니다.
 
서울 동대문 두산타워의 모습. (사진=두산)
 
다만, 반도체 사업 부문 간 실질적인 시너지 창출은 과제로 꼽힙니다. 실트론의 웨이퍼는 파운드리로 공급되고 전자BGCCL은 기판 업체로 향하며, 두산테스나는 팹리스·파운드리의 완제품 칩을 받아 테스트하는 사업 영역 특성 상 직접적인 내부 거래나 기술 연계가 이뤄지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이에 연구개발과 고객사 확보 등 사업 영역에서의 협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이번 인수가 단순 실적에 기반한 포트폴리오 확대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 섞인 지적도 나옵니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학과 교수는 두산이 구축한 사업 영역인 웨이퍼, 소재, 후공정 테스트는 개별적인 공정으로 시너지가 나기는 어려워 시간이 지나면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이에 반도체 사업의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 추가적으로 패키징 공정과 관련된 장비 등 기술 베이스에 특화된 영역으로 나아갈 필요성이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두산은 일단 실트론 인수에 성공한 만큼, 연말까지 인수 작업을 마무리하고 반도체 각 사업별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입니다. 특히 실트론이 12인치 웨이퍼 시장에서 글로벌 3위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만큼, 관련 사업 영역의 네트워킹과 고객사 확보 등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당초 후공정 매물을 찾던 두산이 전공정으로 사업 영역을 넓힌 만큼 추가적인 사업 기회를 모색하기 보다 각 사업 영역 시너지 등 성장 동력 마련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하지만 그룹 차원에서 반도체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는 만큼, 향후 추가 M&A 가능성도 배제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했습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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