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최근 재계 총수 일가의 경영승계가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1950년대생 아버지 세대의 고령화 등으로 1980년대생 자녀 세대의 승진과 지분 증여 등이 이뤄지며 총수 3·4세 경영이 본격화하는 양상입니다. 특히 최근 인공지능(AI)이 대두됨에 따라 산업 간 경계가 허물어져 빠른 변화의 리더십이 요구되고 있는 가운데, 이러한 흐름이 재계 세대교체를 가속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1980년대생 총수 자녀 CEO. (그래픽=뉴스토마토)
세대교체의 대표적 인물은 업계 맞수이자 죽마고우로 알려진 김동관
한화(000880)그룹 수석부회장과 정기선
HD현대(267250)그룹 회장입니다
. 김 전 부회장이 지난
1일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하며 후계자 자리를 공고히 한 데 이어
, 정 회장은
4일 아버지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으로부터
HD현대 지분
3.54%를 증여받으며 승계 작업에 돌입했습니다
.
한국을 대표하는 두 조선·방산 기업의 후계자 승계 과정은, 승진과 지배력 확대라는 투트랙 전략을 보여줍니다. 그룹을 대표하는 직책으로의 승진은 1982년생인 정 회장이 먼저였습니다. 지난해 10월 회장직에 오르며 그룹 1인자 자리를 공고히 한 것입니다.
1983년생인 김 수석부회장은 회장직을 아직 한 단계 앞두고 있지만, 부회장 승진에서는 정 회장보다 ‘선배격’입니다. 김 수석부회장이 2022년 8월 부회장으로 먼저 승진하자 이듬해인 2023년 11월 정 회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한 것입니다. 이후 정 회장은 2년 만에 수석부회장을 거쳐 회장으로 승진하며 먼저 그룹 수장에 올랐습니다. 부회장에 오른지 4년 만에 김 수석부회장도 그룹 2인자 자리를 확보했습니다.
증여를 통한 그룹 지배력 확대도 아울러 진행되고 있습니다. 김 수석부회장은 지난해 김승연 회장의 지분 증여와 두 동생의 한화에너지 지분 매각으로 ㈜한화의 실질적인 최대주주로 올라섰습니다. 현재 ㈜한화의 지분율은 한화에너지 23.55%, 김 회장 12.04% 김 수석부회장 10.38%, 김동원 부회장 5.71%, 김동선 사장 5.71% 등입니다. 김 수석부회장이 한화에너지의 지분 50%를 보유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김 수석부회장의 실질적인 ㈜한화 지분은 약 22.16%로 늘어납니다. 여기에 최근 김 사장의 테크·라이프 부문 인적분할이 이뤄지면서 김 회장의 그룹 장악력이 더욱 확대됐다는 평가입니다. 정 회장도 아버지로부터 지분을 물려받으며 지배력 확대 작업에 돌입했습니다. 다만, 정 회장은 잔여 지분 인수 등 승계 과정에서 발생할 수조 원대 증여세를 확보해야 한다는 과제가 남아 있습니다.
LX그룹도 구본준 LX그룹 회장이 장남인 구형모 LX MDI 사장(1987년생)에게 지주사 LX홀딩스 지분을 추가 증여하면서 승계 작업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구 회장이 자신이 보유한 주식 610만주(7.85%)를 증여함에 따라 구 사장은 지분율이 11.92%에서 19.77%로 높아져 최대주주 자리에 오르게 됐습니다. 다만, 구 사장은 김 수석부회장과 정 회장과 달리 직접적인 경영 능력을 보여주지 못한 탓에 향후 그룹 전반 실적 부진을 극복할 경영 성과를 보여줘야 하는 것이 과제로 꼽힙니다.
박주근 리더스인덱스 대표는 “상법도 개정되고 외국 자본도 많이 들어온 탓에 일감 몰아주기나 불공정 합병 등 편법 승계가 확실히 줄어들었다는 것이 과거와 달라진 점”이라며 “배당을 늘려 자금을 마련하고 지분을 인수하는 정공법 형태의 승계가 주로 나타나고 있는데, 그러다 보니 1980년대생들이 대거 등장하는 등 자녀의 나이와 상관 없이 승계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는 점도 변화로 볼 수 있다”고 짚었습니다. 그러면서 “특히 아버지 세대까지만 해도 그룹 간 사업의 경계가 명확했지만, AI의 등장으로 이러한 경계가 허물어져 모두가 경쟁자가 되면서, 빠른 변화를 요구하는 리더십이 강조되는 점도 세대교체를 가속화하는 요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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