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국방부장관의 군내 불온서적 반입 금지 지시에 대해 불응하고 헌법소원을 제기한 군법무관에 대한 파면처분은 지나치게 가혹하다는 항소심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행정 1부(부장판사 김창석)는 군법무관 지 모씨 등 6명이 육군참모총장과 국방부장관 등을 상대로 낸 파면처분 취소 등 청구소송에서 지씨와 박 모씨 등 두 명에 대한 제적처분을 취소하고, 박씨에 대한 파면처분을 취소한다고 16일 판결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감봉 처분 등을 받은 한모씨 등 4명이 제기한 항소는 기각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지씨와 박씨 모두 징계사유로 인정되는 비위행위를 주도해 군의 지휘계통을 문란하게 하고 군의 위신과 군에 대한 신뢰에 심각한 손상을 초래했다"며 징계사실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지씨와 박씨는 군법무관으로 임용된 뒤 맡은 직무를 성실히 수행했고,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게 된 것은 국방부장관 지시의 근거법령이 포괄위임금지의 원칙이나 명확성의 원칙 등에 위반되는 것은 아닌지 법적인 의문을 가진 것이 주된 동기였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에게 징계의 종류로 가장 무거운 파면을 선택한 것은 군인이라는 신분과 조직의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책임의 정도에 비추어 지나치게 무거워 징계재량권을 일탈 · 남용한 것으로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파면시 지씨의 경우 군법무관임용시험 합격자로서 변호사자격을 취득할 수 없게 되고, 박씨의 경우 사법시험 합격자로서 변호사 자격은 유지하지만 5년간 변호사를 하지 못하게 되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국방부장관은 2008년 7월 군에서 불온서적으로 분류한 도서를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이 '교양도서 보내기 운동'을 통해 장병들에게 보내려 하자 '군내 불온서적 차단대책 강구(지시)'를 예하부대에 하달했다.
이에 당시 군법무관으로 재직 중이던 지씨 등은 같은 해 10월 국방부장관 지시의 근거가 된 복무규율 등이 포괄위임금지원칙과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국방부장관은 지씨 등의 헌법소원심판 청구가 군의 지휘계통을 무시하고 군의 명예를 훼손한 행위라는 이유로 지씨에게 제적처분과 함께 파면처분을, 박씨에게 파면처분을 내리는 한편 이에 동조한 나머지 4명의 군법무관에겐 감봉과 근신 등을 처분하자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4월 지씨에 대한 제적 처분은 그대로 두고 파면처분에 대해서만 취소 판결을 내리는 한편, 박모씨 등 법무관 5명에 대한 파면 취소 청구 등을 기각하자, 지씨 등이 항소했다.
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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