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대형건설사들이 건설경기가 바짝 움추러든 수도권을 피해 분양 호조세인 지방으로 대거 진출하면서 지방 건설사들이 울분을 토해내고 있다.
대형건설사들이 경쟁적으로 지방에 아파트를 공급하면서 지방 중소건설사들의 '일감'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11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부산, 울산, 대전 등 5대광역시를 거점으로 대형건설사들이 잇따라 대규모로 주택을 공급하면서 지난달 현재 지방에 공급된 아파트는 모두 9만8680가구다.
이 가운데 시공능력평가액 순위 20위권내 대형사들이 공급한 아파트가 전체의 90% 이상이다.
이 때문에 지방건설사들은 버티기도 어려운 실정이라고 하소연한다. 올해 공급된 지방분양 물량 대부분을 대형건설업체들이 '싹쓸이' 하면서 지방 건설사들의 먹거리를 고갈시켰기 때문이다.
수도권 분양에서 참패한 대형건설사들은 경영여건 개선을 위해 지방에 눈독을 들이면서 지방 물량을 휩쓸었다.
뉴스토마토가 부동산1번지에 '지방 시공사별 물량 자료'를 의뢰해 분석한 결과 지난달 한달동안 지방에 공급된 2만5620가구 중 2만2000여 가구를 수도권에 기반을 둔 대형건설사들이 시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세종시 등의 대단지 물량이 공급된 대전광역시의 경우 지방 중소업체가 시공한 물량이 전무하다. 10월 대전 내 주택공급은
계룡건설(013580)이 1236가구, 우미건설이 1691가구,
현대산업(012630)개발이 1053가구, 호반건설이 930가구를 공급하는 등 싹쓸이했다.
◇ 중소건설사 "수주량은 줄고, 양극화는 심해져"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대기업 계열사가 아닌 전국 400개 건설사(수도권 48.5%, 지방 51.5%)를 대상으로 실시한 '중소건설사의 운영현황과 애로실태 조사' 결과 '공사물량 감소'를 가장 큰 문제로 꼽은 기업이 수도권의 2배를 넘었다.
부동산 경기침체와 건설경기 위축, 거기에 대형 건설업체의 지방 진출로 중소업체들이 체감하는 일감부족 현상은 점점 악화되는 현실이 고스란히 실태조사를 통해 드러난 것이다.
응답기업의 34.8%는 '경영여건 악화로 공사를 중단하거나 미루고 있다'고 답했으며, '더 이상 악화될 경우 사업 추진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답변도 40.0%에 달했다.
부산시 해운대구 W건설사 대표는 "가뜩이나 수주량도 줄고 있고 대형과 중소건설사간 양극화 현상도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최근에는
삼성물산(000830) 등 고급브랜드 아파트까지 지방에 파고들며 인근 건설업계 생태계가 위험에 처해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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