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정부, 임대주택 공급 민간에 맡긴다
BTL·RTL 도입 놓고 재정부·국토부 대립
공급 축소된 6.8만가구 우선 공급, 6만가구는 매입임대
2011-12-06 18:09:58 2011-12-06 18:11:30
[뉴스토마토 박관종기자] 정부가 공급 축소 결정된 보금자리 임대주택을 민간이 건설하고 관리할 수 있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6일 국토해양부와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재정난으로 축소된 임대아파트를 민간이 건립해 일정기간 임대할 수 있도록 한 'BTL(Build-Transfer-Lease)' 방식으로 다시 공급하고, 전체 공급 물량 중 일부를 'RTL(Rehabilitate-Transfer-Lease)' 방식으로 공급하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RTL 방식은 민간이 기존 주택을 매입, 개량·보수한 후 정부에 소유권을 이전하고, 정부는 민간에 시설임대료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 BTL·RTL 도입으로 임대주택 공급 추진
 
국토부와 재정부는 지난 2010년부터 올해까지 축소된 보금자리 임대아파트를 BTL방식의 민간투자사업으로 우선 전환하기 위한 실무 협의를 벌여왔다.
 
협의 내용에는 6만여 가구를 RTL방식의 매입임대로 공급하는 것도 포함됐다.
 
LH의 재정악화로 매년 보금자리 임대주택 공급 축소가 불가피해지자 이를 보완하기 위해 제시된 대책이다.
 
정부와 LH는 당초 지난 2009년부터 오는 2018년까지 모두 80만가구의 보금자리 임대주택을 건설할 방침이었지만 재정 악화로 내년까지 공급물량을 대폭 축소하기로 했다.
 
축소 물량은 지난해 2만가구, 올해 1만3000가구에 이어 내년 3만5000가구 등 모두 6만8000가구다.
 
하지만 지속적인 전세값 상승으로 임대주택 수요가 대폭 증가하는 상황이어서 공급 계획 축소에 따른 여론의 질타가 거세다.
 
올 3월 기준 영구임대주택 입주대기자는 7만2000명에 달하며 대기기간은 평균 28개월이나 된다.
 
따라서 정부는 계획된 80만 가구 중 일부를 민간투자사업으로 전환하기 위해 두 방식의 도입을 모색하고 있지만 주무부처인 국토부가 보금자리주택 공급계획 달성의 어려움과 임대주택 운영의 비전문성 등을 이유로 민간위탁을 반대하고 있다.
 
◇ 국토부 "재정부담 더 크다" 반대
 
정부의 방안은 우선 축소된 6만8000가구를 민간이 준공후 약 30년 동안 임대 할 수 있도록 하는 BTL방식으로 공급해 당초 임대주택 목표 물량인 80만가구를 달성한다는 복안이다.
 
RTL방식을 통해서는 전체 임대주택 물량 중 6만여가구를 공급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LH는 BTL을 포함, 13만가구에 대한 건설 부담을 줄일 수 있다. BTL 주택의 임대료는 매년 6조7000억원 규모가 될 전망이다.
 
사업이 계획대로 실행되기에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임대주택을 포함해 전체 150만가구의 보금자리주택을 공급해야 하는 국토부는 현행법에서의 BTL방식을 원치 않는다.
 
현행법상 국가나 지자체, LH 등 공공기관 외에는 보금자리 사업 참여가 불가능해 BTL 임대주택이 공급될 경우 보금자리주택의 범주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즉 150만가구 중 BTL 물량만큼의 수치가 빠지면서 최종 목표 달성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 이 때문에 민간사업자도 보금자리주택 공급자에 포함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보금자리주택법 개정이후 추진을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얼핏 정책적 목표 달성을 위해 서민들의 보금자리 공급을 늦추려한다는 오해를 살 수도 있는데도 국토부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금자리 주택법 개정안은 수개월째 국회 계류 중이어서 국토부의 계획대로 법 개정 이후 사업추진이 가능할지도 미지수다.
 
국토부는 또 지난 2008년 용역결과 BTL방식이 정부 주도 사업에 비해 지출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고, 임대주택 관리에 있어서 민간의 전문성이 확보되지 않은 점도 문제라는 지적하고 있다.
 
RTL방식 역시 임대료가 시세의 30% 수준으로 재정부담이 우려되고, 지역별 산재한 매입주택이 증가할 경우 사업자의 관리부담이 큰 것이 단점이라는 설명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협의가 진행 중인 상황이기 때문에 어떤 결론이 날지는 모르겠다"며 "하지만 현재까지 시기상조라는 입장은 변함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 재정부 "재정부담 없이 가능"
 
국토부의 부정적인 시각과 달리 기획재정부는 두 방식 모두 도입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재정부는 BTL방식에 대해 임대주택 80만가구 공급계획 범위에서 보금자리 임대주택과 별도 추진할 경우 법개정 없이 민간 참여가 가능하다는 의견이다.
 
정부 주도 사업에 비해 지출이 더 많다는 국토부의 분석에 대해서는 도심에 근접한 수익성이 높은 부지에 민간이 임대주택을 공급할 경우 재정부담이 오히려 줄어든다고 반박하고 있다.
 
또 BTL 군주거시설 사업의 경우 전국 15개의 민간 운영사가 전문성을 가지고 운영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관리 업체를 찾는 것이 가능하고, 입주자격 검증 등 공적기능은 국토부나 LH가 맡으면 된다는 주장이다.
 
RTL방식 역시 BTL과 재정부담 차이가 없고 가까운 위치의 다수 사업을 하나로 묶어 관리할 경우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는 것이 재정부의 입장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가까운 위치에 있는 여러 사업을 하나로 묶어서 사업을 추진하는 '번들링(Bundling)' 형태로 추진하면 관리 부담도 해결된다"며 "지금도 LH는 중장기적 재정위험에 대한 부담이 있는 만큼 BTL로 추진하는 경우와 재정부담면에서 큰 차이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