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커피전쟁' '두유' '꼬꼬면'... 2011년 식품업계는 한 단어로 정리하기 어려울 만큼 유난히 크고 작은 사건들이 많았다.
지구온난화와 투기 세력 등으로 인한 국제 곡물 가격 상승과 정부의 물가안정 정책으로 업계에 어려움이 많았지만 전 세계를 강타한 한류 붐을 타고 국내 식품 수출이 활기를 띄면서 올 한해 전체적인 업계 기상도는 대체로 '맑음'을 기록했다.
◇ 국내 식품 수출, 한류열풍 날개 달고 '훨훨'
지난 3월 일본을 강타했던 대지진 여파로 물류와 유통 인프라가 파괴돼 일본 수출이 잠시 주춤했으나 장기적으로는 국내 식품기업에 기회로 작용했다.
대지진 초기 대규모 정전사태로 인해 김치 등 냉장식품의 보관이 어려워 수출이 한 때 급감했으나 중국, 동남아를 비롯해 일본 식품이 수출되는 국가를 중심으로 대체품으로써 한국 식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다. 여기에 전 세계를 달군 한류 열풍이 더해져 한국 식품은 수출 호기를 맞았다.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농식품 수출은 매달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11월 누계 기준 66억 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25.8% 증가했다.
한편 농림수산식품부는 내년 수출 100억 달러 달성을 위해 중국 서부 내륙의 새 시장 개척, 일본 중소도시 판촉 강화, 아시아 국가별 선호품목 지원 등에 나서고 인삼, 김치, 막걸리, 굴 등 25개 전략품목을 집중 육성할 계획이다.
◇ '꼬꼬면' 등 하얀 국물 라면 열풍으로 라면업계 지각변동
올해 라면업계에서는 '꼬꼬면'이 단연 화제였다. 지난 8월 출시된 '꼬꼬면'은 지금까지 8000만개 이상 팔려나가며 '하얀 국물 라면' 열풍을 일으켰다.
'꼬꼬면'이 업계 2~3위권까지 치고 올라오자 경쟁사에서도 재빨리 하얀 국물 라면 돌풍에 합류하기 시작해 현재는 농심을 제외한 라면 3사가 모두 제품을 출시한 상태다.
이에 업계 1위인
농심(004370)은 '쌀국수 짬뽕'을 출시해 출시 40일 만에 300만개를 판매하는 등 좋은 반응을 얻었지만 역시 대세는 '하얀 국물' 이었다.
업계에 따르면 농심도 하얀 국물 라면 제품 개발을 이미 끝내고 제품 출시일을 놓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농심이 제품을 출시하면 대대적인 마케팅을 펼칠 것으로 예상, 동향 파악에 주력하고 있다.
◇ 동서VS남양, '커피믹스' 전쟁
지난해 12월 남양유업이 카제인나트륨을 빼고 우유를 넣은 '프렌치카페'를 출시하자 카제인나트륨에 대한 유해성 논란이 시작됐다. 이후 남양유업은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시정명령 조치를 받아 광고와 제품 표기를 일부 수정했지만 매출은 계속 증가했고 이에 위기를 느낀 동서식품은 지난 10월 '카누'를 선보이며 대응했다.
그러다 이달 14일 동서식품이 자료를 발표하면서 시장점유율을 두고 상호비방으로까지 신경전이 확대됐다.
동서식품이 남양유업의 공세에도 자사의 '맥심' 점유율은 소폭 하락해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았다고 발표하자, 남양유업은 동서식품에 유리하게 보이기 위한 꼼수라고 반박했다.
또 동서식품이 내년 2~3월쯤 우유를 넣은 미투제품을 출시할 것이라고 밝혀 내년에도 이 같은 공방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 구제역으로 인한 우유대란..두유 '대박'
올 초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구제역으로 인해 우유 공급이 불안정해지면서 우유 대체품으로 두유 판매가 크게 증가했다.
서울우유, 남양유업,
매일유업(005990) 등 유업체들은 우유 확보에 비상이 걸렸고 한 동안은 매장에서는 대용량 우유를 찾아볼 수 없었다. 이로 인해 우유를 많이 사용하는 뚜레쥬르, 투썸플레이스 등 제빵·커피업계는 우유 대신 두유를 넣은 메뉴를 개발해 선보였다.
최근 식물성 단백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져 두유 판매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벌어진 우유 대란은 두유 업계에 호재로 작용했다.
국내 두유 시장 선도업체인 정식품의 경우 전년 대비 30% 이상 매출이 증가했으며 지난해 3300억원 규모의 두유 시장은 올해 4000억원 이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 올해도 식품 이물 등 안전성 문제 여전
지난해와 비교해서는 감소했지만 여전히 식품 이물 등 굵직한 식품안전사고가 발생하면서 소비자들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특히 올해는 대형마트 PB 제품에서 문제가 많이 발생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에 따르면 올 상반기에 보고된 식품 이물 건수는 총 3148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천217건)에 비해 25.3% 정도가 감소했다.
지난 3월 홈플러스 캔디에서는 철사가, 8월 조미 오징어에서는 대장균이 검출돼 PB제품에 대한 안전성 논란이 불거졌다. 이어 지난달 12일에는 고춧가루에서 식중독균이 검출됐으며 17일과 18일에는 배추김치와 깍두기에서 동일한 식중독균이 검출돼 판매중지 조치가 내려졌다.
지난달 16일에는 한 TV 방송프로그램에 손님이 먹고 남긴 죽을 재탕, 삼탕해 판매하는 프랜차이즈 업체가 방송을 타면서 많은 소비자들이 분노했다.
이 업체는 전국에 1200개가 넘는 매장을 운영하는 국내 1위 죽 프랜차이즈 업체로 방송이 나간 후 이미지와 매출에 급감하자 전국 가맹점주들을 불러 비상대책을 논의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지난 3월에는 매일유업 분유에서 식중독균이 발견돼 곤욕을 치르기도 했으며 이로 인해 분유 매출이 급감, 업계 순위가 뒤바뀌는 결정적인 원인이 되기도 했다.
◇ 해외시장 진출, 프리미엄 제품 출시 등 업계 전망 '맑음'
내년 식품업계는 해외시장 진출이 증가하고 프리미엄 제품들이 연이어 출시되면서 올해보다는 나은 성적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내년에도 세계 경제 불안, 정부의 물가 안정 정책 등 악재가 상존하지만 올해에 비해 곡물 등 원가 하락이 예상돼 영업이익 증가가 전망된다.
대우증권 백운목 연구원은 "국내 소비가 정체돼 있어 해외 진출은 필연적"이라며 "음식료 업체의 장기 성장에 해외 진출의 성공이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연구원은 또 "'닥터유', '마켓오', '꼬꼬면', '나가사끼 짬뽕' 등에서 알 수 있듯이 소비자의 상향 구매 요구가 강해지고 시장이 세분화되고 있는데 이러한 현상은 판매 단가 상승으로 연결돼 해외 시장 진출과 함께 매출 성장의 중요한 요소가 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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