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현우기자] 온라인 게임은 지난 10년 동안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다. 게임사 최초 매출 1조원 돌파와 영업이익률 90% 등의 새로운 기록을 만든 대표적인 블루오션이며, 국내 IT업계 중 가장 빠르고 크게 성장한 사업이다. 하지만 성장 만큼 이상기류도 게임사업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세계 최고 경쟁력을 가진 국내 게임산업의 위기를 전체적으로 살펴본다. [편집자]
날씨가 따뜻하고 긴 연휴가 적은 2분기는 게임산업의 전통적인 비수기고, 여름방학을 끼고 있는 3분기는 성수기다.
하지만 올해들어 이러한 비수기와 성수기의 구분이 무너졌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조사한 콘텐츠산업 동향보고서에 따르면, 3분기 상장 게임사 매출은 1조485억원이다.
지난 2분기 매출 1조607억원보다 1.1% 감소한 수치다.
문광부는 성수기의 게임사 매출이 비수기보다 준 이유를 “중소 게임사들의 국내 시장 매출이 감소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간 게임업계에서 우려를 낳았던 빈익빈부익부 현상이 가시화되고 있는 것이다.
인지도, 마케팅 등에서 우위에 있는 대형 게임사들은 올해 들어 중소 게임사들의 매출을 가져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같은 빈익빈부익부 현상에도 불구하고 대형 게임사들 역시 국내 시장이 안정적인게 아니다.
3분기 상장 게임사의 영업이익은 2658억7000만원으로 전분기 2781억9000만원보다 4.4% 감소했다.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보다는 1.9%가 줄었다.
게임사들이 올해 3분기 1조원을 벌었지만 지난해 3분기 7652억원을 벌었을 때보다 수익은 더 줄어든 것이다.
게임사들의 영업이익이 줄어드는 이유는 마케팅 비용과 게임 개발비용 증가, 게임 개발기간 증가 등이다.
국내 온라인 게임 시장은 서비스 된지 10년 이상 된 기존 게임들과 최신 게임들이 경합을 벌이고 있다.
시장 자체의 성장 속도는 눈에 띄게 느려지면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다른 게임 이용자들을 끌어와야 되는 상황이다.
신작 게임들은 기존 게임 이용자들을 뺏기 위해, 기존 게임들은 이용자들을 지키기 위해 대규모 마케팅을 반복하게 됐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신작 게임이 국내 시장에서 안착했지만, 대규모 마케팅으로 이용자를 끌어들이고 여기서 번 돈을 다시 마케팅에 투입하는 악순환이 계속 되고 있다”며 “후속 게임 개발에 투자하고 나면 남는 것이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게임 개발 비용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국내 이용자들의 눈높이는 높아졌고, 서비스 초기 이용자들의 관심을 모으기 위해서는 거액이 투자된 대작 게임일수록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게임사 재무재표 항목 중 마케팅 비용과 게임 개발 비용 등이 포함된 ‘판매비와 관리비’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엔씨소프트(036570)의 ‘판매비와 관리비’는 지난해 3분기 474억원이었지만, 올해 3분기는 507억원으로 늘어났다.
게임사들의 영업이익률은 앞으로도 계속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중국 등에서 온 해외 게임사들이 국내 서비스를 시작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게임사 ‘더나인’은 ‘더나인 코리아’를 설립하고 ‘파이어폴’ 등 대형 온라인 게임을 국내에 서비스할 예정이다.
미국 라이엇 게임즈의 ‘리그 오브 레전드’는 국내 온라인 게임 인기순위 10위권에 오르며, 게임사들의 경쟁을 더 치열하게 만들었다.
국내 게임업계는 치열한 국내 시장의 경쟁이 온라인 게임 사업에 득이 아닌 독이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경쟁으로 인해 게임 산업에 가장 중요한 게임 개발이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게임사 관계자는 “게임 서비스가 실패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대형 게임사들은 새로운 게임을 개발하기 보다 인기 게임을 가지고 있는 중소형 게임사를 인수하는데 더 열을 올리고 있고 중소형 게임사들의 숫자는 줄고 있다”며 “게임사 숫자가 줄고 대형 게임사들이 개발 의욕을 잃어버리면 새로운 게임 숫자가 줄고, 장기적으로 해외 수출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걱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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