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성수기자] 정부가 기존 주유소의 주유카드보다 2배 가량 할인되는 알뜰주유소 전용카드를 출시하기로 하자 기존 주유소들은 한숨만 커지고 있다.
주유소업계는 "정부가 부당하게 경쟁에 개입해 시장의 공정경쟁을 깨뜨리고 있다"며 기존 주유소에도 관심을 가져줄 것을 촉구했다.
정부는 5일 기름값을 낮추기 위한 방안으로 기존 주유소 주유카드의 할인금액보다 2배가량 할인되는 알뜰주유소 전용 신용카드를 올 1분기 안에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카드는 리터(ℓ)당 120원 가량 할인되며, 우리은행에서 내놓을 예정이다.
정부는 또 알뜰주유소의 적극적인 유치활동을 통해 자영주유소의 전환을 유도하고 올해 중 수도권과 대도시 위주로 전체 주유소의 5%인 700개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고객이 알뜰주유소를 이용할 경우 일반 주유소 대비 ℓ당 70원의 판매 가격과 60원의 추가적인 신용카드 할인을 받을 경우 월 20만원을 주유하면 1만4000원의 주유비용을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설명했다.
하지만 업계에선 올해까지 알뜰주유소 700개 출범까지 갈 길이 먼 상황에서 기존 주유소들의 반발은 계속 돼 전용카드 출시는 시기 상조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주유소업계 "시장경제 질서 헤치는 정책"
지난해 12월29일 첫 문을 연 경동 알뜰주유소 1호점은 6일 현재 휘발유를 ℓ당 1843원에, 경유는 1694원에 판매하고 있다. 용인시 전체 주유소 평균보다 100원 가량 싸다. 5일 용인시 휘발유값은 ℓ당 1934.58원, 경유는 1793원이다.
이 주유소는 인근 주유소보다 ℓ당 100원가량 싸며, 전용 카드를 이용해 120원을 할인받으면 최대 220원 가량 싸지는 셈이다.
알뜰주유소 1호점은 출범 이후 일주일 째 인기가 뜨겁다. 주유소 관계자는 "출범 직후 많은 언론에서 보도되면서 인근 지역 뿐만 아니라 먼 곳에서도 소문을 듣고 찾아온다"고 말했다.
반면 이 지역 인근 주유소 사장들은 웃음꽃을 잃은 지 오래다.
국도변에 위치한 경동 알뜰주유소에서 시내까지는 10~15곳의 주유소가 위치해있다.
최근 들어 인근 주유소들은 휘발유, 경유값을 각각 10~20원 가량 내렸다. 이미 주유소들이 알뜰주유소로 인해 매출에 큰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인근에 위치한 한 주유소 사장은 "손님이 확실히 줄었다며, 정부가 기존 주유소들의 입장은 생각하지 않은 채 알뜰주유소 정책을 계속 내놓는 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매일 같은말만 반복하는 인터뷰도 꺼려진다"며 "알뜰주유소만큼 가격을 확 낮추긴 어렵다"고 호소했다.
주유소업계는 정부가 부당하게 경쟁에 개입해서 시장을 무너뜨린다는 분위기다.
주유소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세금으로 조성된 자금을 알뜰주유소에 지원하고, 소비자 판매가격을 결정해 일반 주유소업자들보다 100원 싼 기름을 판매하도록 유도하는 것은 공정하지 못하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기존주유소들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혜택이 가도록 해야하는 정부가 알뜰주유소 정책에만 관심을 갖고 있다"며 기존 주유소에도 관심을 가져줄 것을 촉구했다.
한국주유소협회는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은 알뜰주유소를 제외한 대부분 주유소들은 경쟁에서 점차 밀릴지도 모른다"며 "가격추이를 계속 지켜본 뒤 움직임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 가장 중요한 '유류세 인하'는 언제?
현재까지 알뜰주유소는 아직 2호점을 열지 못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에서 공개 신청을 받았지만, 신청한 자가폴과 정유사폴 주유소는 100여개 채 되지 않는다. 지경부가 제시한 올해 알뜰주유소 목표인 700개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알뜰주유소가 정부의 예상대로 순조롭게 확대될 지가 변수다. 알뜰주유소 전용 신용카드는 말 그대로 알뜰주유소에서만 쓸 수 있기 때문에 알뜰주유소가 늘어나지 않으면 ℓ당 120원 할인도 무용지물이다.
이 상황에서 소비자시민모임(소시모) 석유감시단은 5일 '2011년 12월 석유시장분석보고서'를 발간하고 "정부가 기름값을 낮추기 위해 유류세를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국제휘발유 가격은 1배럴당 106.93달러에서 110.83달러로 약 3.90달러 인상됐고, 같은 기간 환율은 약 6.74원 인상돼 ℓ당 32.81원이 인상됐다.
같은달 첫째주 국제휘발유가격은 1ℓ당 770.63원이었으나 세금은 962.90원에 달해 국제휘발유가격의 124.90%에 달하는 세금을 소비자가 지불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석유감시단은 "정부는 기름값을 낮추기 위해 탄력세 인하 등 휘발유가격 중에 유류세를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경동 알뜰주유소 1호점 출범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진규 온라인뉴스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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