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경유값 2200원대 등장..디젤차 판매 제동걸까?
2008년 경유값 급등에 판매 줄어
2012-02-21 11:51:58 2012-02-21 11:52:08
[뉴스토마토 윤성수기자] 경유차(디젤)인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모는 직장인 김다운씨(30세). 오랜만에 집 인근 주유소를 찾았다. 하지만 경유값은 지난달에 비해 가격이 크게 올라 휘발유값과 큰 차이가 없는 상태였다. 그는 "최근 들어 휘발유값과 경유값의 차이가 점점 좁혀지고 있다"며 "디젤차의 장점이 사라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서울 시내 주유소 경유값이 리터(ℓ)당 2200원을 넘는 곳이 등장하면서, 서민들의 기름값 부담이 날로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일선 주유소별 경유 판매가가 다른 지역 휘발유값을 뛰어넘기도 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 기름값을 아끼기 위해 경유차를 구입하려는 사람들은 고민에 빠질수 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휘발유와 경유값이 ℓ당 200원이상 차이가 나지만, 이 격차가 줄어들면 비싼 경유차를 구입할 이유가 없어지는 것이다.
 
◇아직 잘나가는 디젤차, 앞으로도?
 
SUV와 해치백에 한정됐던 국내 디젤시장에 현대차(005380) i40살룬(사진) 등 디젤 승용차가 등장하면서 디젤차가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지난해 국내 판매된 수입차 중 디젤차 증가세가 뚜렷한 것으로 집계됐다. 경기불황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기름값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탓에 연비가 높은 디젤차에 소비자들의 눈길이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21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판매된 수입 디젤차는 3만6931대. 전년 2만3006대 대비 무려 60.5% 늘었다.
 
반면, 휘발유차(가솔린)의 시장점유율은 1.7% 줄어든 6만4181대를 기록했고, 시장점유율도 전년에 비해 11% 줄어든 61.1%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이처럼 디젤차 인기가 커지고 있지만 디젤차에도 적잖은 부담은 있다. 
 
일반적으로 디젤 차량이 가솔린 차량보다 200만~300만원가량 비싸다. 엔진 등을 만드는 데 비용이 더 들기 때문이다. 연비에서 얻어지는 이득도 있지만 초기 비용은 차량 구입시 부담으로 작용한다.
 
경유가 휘발유보다 가격이 200원 가량 싸고 리터당 연비도 4~5km 높지만 이를 상쇄하려면 약 6만㎞ 이상을 주행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보통 연간 2만㎞를 주행한다고
볼 때 3년 이상은 타야 같은 모델의 가솔린 차량을 구입한 것보다 이득을 얻게 되는 셈이다.
 
이 얘기는 거꾸로 경유값이 휘발유와 비슷한 수준이 되면 경유차가 오히려 손해라는 얘기가 된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경유가 휘발유에 비해 훨씬 싸고, 연비가 높아 경제성이 있는 것으로 평가받아 왔지만, 지난 2008년도 경유값 급등으로 디젤 승용차의 판매가 급격히 줄었다"며 "디젤 승용차를 선택하는 소비자들은 경제성을 감안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경유가격 상승이 판매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서울주유소 경유값, 2200원대 등장
 
지난해 초 휘발유·경유 가격 차이가 ℓ당 200원 안팎을 꾸준히 유지했지만, 연말에는 휘발유가 1934.08원, 경유가 1788.10원으로 가격차가 150원으로 줄었다.
 
이달 20일 기준 전국 주유소 휘발유값은 ℓ당 1987.15원, 경유값은 1830.01원을 각각 기록, 가격차이는 130원대로 떨어졌다.
 
◇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격(왼쪽), 경유 평균가격
 
특히, 서울 용산구, 강남구, 중구 등 3곳의 자동차용 경유 가격이 ℓ당 2000원을 넘었다. 강남구 평균 경유가격은 ℓ당 2052원으로 가장 높았으며, 중구 2051원, 용산구가 2046원도 2000원대를 넘었다.
 
주유소업계 관계자는 "국제유가는 경유 가격이 휘발유보다 더 높지만, 휘발유에 붙는 정액 세금이 더 많아 국내에서는 휘발유 가격이 높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국제 시장과 마찬가지로 경유는 국내에서 차량용 연료는 물론 발전용, 난방용으로도 쓰이기 때문에 겨울이 성수기"라며 "연간 소비량이 휘발유의 1.7배 정도인 만큼 가격 상승의 체감도는 더 높을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출시된 국산·수입 신차 6개 차종 중 디젤 모델을 주력으로 판매되는 신차는 무려 4개 차종에 달하며, 이달에도 신차 디젤 출시는 계속된다. 하지만, 경유값 고공행진이 계속 될 경우 디젤차 판매에 미치는 영향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친환경성과 함께 높은 연비로 디젤차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경유값이 꾸준히 오를 경우 국산차는 물론 수입차 판매에도 많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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