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승원기자] 일본 엔화의 가치가 7개월만에 최저 수준을 보이면서 우리나라 수출에 '비상등'이 커졌다.
그 동안 강세를 보인 엔화가 약세로 돌아서면서 일본과 경쟁관계에 있는 국내 기업들의 제품 가격경쟁력이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특히 엔화의 약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어서 우리나라 수출이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엔·달러 환율 7개월래 최저..엔화 약세기조 이어갈 듯
지난 2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에 대한 엔화 환율은 전거래일보다 0.59엔(0.74%) 오른 80.25엔에 마감되면서 80엔선을 돌파했다. 이는 7거래일 연속 상승한 것으로 종가 기준으로는 80.43엔을 기록한 지난해 7월11일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엔·달러 환율 추이>
유로존 재정위기로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부각되면서 강세를 보인 엔화가 최근 유로존 우려가 완화되는 모습을 보이며 약세를 나타내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일본중앙(BOJ)은 지속되는 엔화 강세와 경기 악화에 대응하기 위한 자산매입 프로그램을 10조엔(1270억달러) 늘린 65조엔까지 확대한다고 밝혔고, 지난해 일본의 무역수지가 31년만에 적자를 기록한 것도 엔화 약세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창선 LG경제연구소 연구원은 "그동안 엔화가 강세를 보인 것은 세계경제 불안으로 안전자산이 선호심리가 부각됐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최근 유럽과 미국에 대한 우려가 완화되면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약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최근에 일본은행이 양적완화를 확대키로 발표했다"며 "무역수지가 31년만에 적자를 보인데다 올 1월에 큰 폭의 적자를 보인 것도 약세를 보이는 원인"이라고 덧붙였다.
향후 엔화의 흐름에 대해서 대다수 경제전문가들은 약세를 점쳤다.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본 경제의 부진을 감안하면 중장기적으로 약세를 보일 것이라는 판단이다.
안순권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본의 무역적자가 상당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일본의 경기회복 속도가 느려지면서 엔화는 약세기조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경제전문가 "韓 수출에 타격 불가피"
문제는 엔화의 약세 지속이 우리나라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세계시장에서 일본과 수출 경쟁관계에 놓여 있다. 유로존 재정위기로 우리나라 수출이 둔화되고 있는 가운데 엔화 약세에 따른 일본 기업들의 제품 가격경쟁력 우위는 우리나라 수출 둔화를 가속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박성욱 금융연구원 연구원은 "우리나라 기업들은 일본 기업들과 경쟁관계가 많다"며 "특히, 기술력이나 독점력이 있는 산업에서의 경쟁이 많아 엔화 약세로 당장 수출이 줄지는 않겠지만, 장기적으로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안 연구위원도 "올해 자동차 산업의 경우 엔화 강세에 따른 반사이익이 컸다"며 "엔화가 약세로 간다면 우리나라 수출이 불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엔화 약세가 우리나라 수출에 본격적으로 타격을 주기 전에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 연구원은 "원·엔 환율이 단기간에 급락해 우리나라 수출 경쟁력이 악화되는 사태를 막아야 한다"며 "외환시장 정책 면에서는 외환당국이 원화가 급속히 절상되는 것을 방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그동안 엔고 덕을 누린 국내 기업들은 엔화가 기조적으로 약세로 가는 것을 인식하고 미리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특히, 제품의 기술력과 품질 향상에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