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미애기자]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이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을 전면 부인한 반면, 이 사건 관련자들을 심리한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공직윤리지원관실 직원들의 민간인 불법사찰' 사실을 인정하고 있어 주목된다.
21일 서울고법에 따르면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 등을 심리했던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을 부정하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민간인 사찰 피해자)김종익씨가 대표이사로 재직하고 있던 KB한마음이 공공기관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김씨가 공공기관 종사자라고 볼 수 없는 점, 공직윤리지원관실 소속 공무원들이 이와 같이 2008년 9월경 공공기관에 해당하지 않는 KB한마음 임직원인 조모씨 등을 조사하고 그들로부터 회계 관련 자료 등을 제출받을 당시 김씨는 공공기관 종사자가 아니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피해자 조씨 등도 공공기관 종사자가 아니라는 사정을 잘 알고 있었고, 권모씨(공직윤리지원관실 직원)의 행위가 공무원이나 공공기관 종사자들의 비위 등과 관련된 사항에 대한 조사의 일환으로 행해진 사실을 인정할 증거도 없다"고 덧붙였다.
증거인멸 등의 혐의로 기소된 공직윤리지원관실 직원 권씨 측 역시 "민간인에 대한 조사는 지원관실 직무권한에 속하지 않으므로, 민간인 등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부당한 행위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논리를 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여 권씨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에 대해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다만 재판부는 상상적 경합관계에 있는 업무방해죄를 유죄로 인정했기 때문에 따로 무죄를 선고하지는 않았다.
이 같이 법원은 판결문에서 '민간인 불법사찰'을 인정하고 있는데도,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의 윗선으로 지목된 이 전 비서관은 이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전 비서관은 전날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 언론에서 집중 보도되고 있는 소위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은 2008년 9월경 공직윤리지원관실에서 국민은행 자회사인 KB한마음 대표 김종익씨의 개인비리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김씨를 공기업 자회사 임원으로 오인해 우발적으로 빚어진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이 전 비서관은 이어 "공직윤리관실 직원들은 이미 이 사건에 대한 책임으로 공무원 신분이 박탈되고, 구속기소 돼 징역 10개월을 선고받는 등 혹독한 처벌을 받았다. 김종익씨 사건은 공직윤리지원관실 직원들의 업무미숙으로 일어난 사건이며, 청와대나 제가 민간인 불법사찰을 지시한 적은 결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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