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대기업의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제동이 '속빈 강정'이란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그동안 대기업의 가격담합, 일감 몰아주기 등 불공정 거래행위에 대해 공정위가 부과했던 과징금이 터무니없이 낮은 수준으로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이다.
27일 경제정의실천연합이 지난 2008년부터 현재까지 공정위가 부과한 과징금 관련 심결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부당거래 관련 매출액의 10%까지 징수할 수 있는 과징금이 2%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공정위가 잇따라 감액 조치를 시행한 결과라는 설명이다.
◇정부의 대기업 '조세정의 실천방안' .."어디갔어?"
정부는 지난해부터 동반성장 정책 기조 하에 기획재정부, 관세청 등에서 대기업에 대한 '조세정의 실천방안'을 올초 시행하기로 했지만, 재계의 반발로 그 어떤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있다.
안종석 한국조세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특정 기업의 이익을 위해 거래시 가격을 너무 낮게 또는 높게 책정할 경우 세법으로 규제가 가능하지만, '일감 몰아주기'의 경우 과세보다는 자율성을 강조한 공정거래법에 의거해서 처리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공정위는 이미 대기업 반발이 극심한 과세 제도 강화를 포기하고, '시장의 감시기능 및 대기업의 자율적 개선'으로 방향을 선회한 상태다.
26일 공정위는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를 겨냥해 내부거래 및 경쟁입찰·수의계약 여부와 계약 체결방식에 대한 공시기준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또 대상이 되는 거래금액 기준도 ‘공시대상 회사의 자본총계 또는 자본금 중 큰 금액의 10% 이상이거나 100억 원 이상’인 거래에서 ‘5% 이상이거나 50억 이상’으로 변경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공시규정 개정이 수의계약 방식으로 계열사에게 일감을 몰아주는 관행을 사전에 예방하고, 공시대상과 공시범위을 확대해 시장의 자율감시 기능 강화할 것"으로 기대했다.
◇"내부거래 모두 공시하고, 부실한 과징금 체계 개선"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이같은 공정위의 방안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과징금 기준액은 2%에서 10%로 상향됐지만, 공정위가 마음대로 과징금 규모를 줄인 결과, 예전과 똑같은 수준으로 회귀하는 현상이 반복될 것이란 설명이다.
이에 따라 대기업의 '과징금 출구' 역할을 하고 있는 기존의 감액 기준을 더욱 까다롭게 개편하고, 감액 사유 또한 명백히 해야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참여연대의 한 관계자는 “미국의 공정위인 연방거래위원회(FTC)는 과징금에 관한 명시적 근거 규정이 없음에도 일반적인 시정명령권한을 활용해 부당이득환수 조치와 원상회복조치를 이끌어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한국도 시정조치근거조항과 과징금관련 조항들을 개정해 담합 등 독과점행위에 대해 부당 이득 환수적 성격의 금전적 제재와 함께 징수된 과징금으로 소비자 기금을 조성해 피해자에 보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대기업의 부당 내부거래가 사전에 발각돼도 과징금 부여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경실련에 따르면, 지난 2008년 이후 '일감 몰아주기'와 관련한 법적 공방사례 중에서 실제로 대기업에게 과징금이 부여된 사례는 극소수에 불과했다. 불공정 내부거래와 관련한 공정거래법이 미비한 관계로 대부분의 경우 대기업이 승소해온 것이다.
권오인 경실련 경제정책부장은 "공정거래법이 규정하는 부당내부거래는 '현저히 계열사에게 유리한 경우'로 명시돼 있는데, 여기서 '현저히'라는 애매한 표현이 늘상 대기업이 승소하는 결과를 이끌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100억에서 50억으로 내부거래 공시규정을 강화한 것은 사실상 부당거래 한 건을 두 건으로 나눈 것 말고는 큰 의미가 없다"며 "모든 내부 거래를 공시하고 과징금 관련 조항들을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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