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지역전문가 여성 비중 30%로 늘려라"
특수언어 지역 체류 기간도 2년까지 확대
2012-04-10 18:08:16 2012-04-10 18:08:43
[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이건희 삼성전자(005930) 회장이 지역전문가 중 여성 비중을 최대 30%까지 늘리고, 특수언어 지역의 체류 기간도 2년으로 늘릴 것을 주문했다.
 
글로벌 감각을 갖춘 여성 인재 육성에 박차를 가한다는 취지다.
 
이건희 회장(사진)은 10일 지역전문가 양성 프로그램에 참여한 임직원 7명과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본관에서 오찬을 갖고, 이들 인력의 해외 경험담을 듣고 대화하는 자리를 가졌다. 지난달 22일 이후 20여일 만에 서초사옥을 찾은 뒤 보인 첫 행보다.
 
삼성그룹의 지역전문가 양성 과정은 임직원에게 1년간 해외 체류 기회를 제공, 현지 언어와 문화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한 프로그램으로 지난 1990년 도입된 이래 20여년간 총 80개국에 4400명의 지역전문가를 파견했다.
 
올해는 50개국에 285명의 지역전문가가 파견됐으며 이 가운데 20%는 여성인력이다. 이 회장은 이 프로그램을 도입한 뒤 꾸준히 중간 점검을 해오는 등 각별한 애착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장은 이날 참석자들에게 "1987년에 회장된 뒤 회사를 보니 답답했다. 그래서 몇 년간은 아무것도 안 하고 보고 생각하고 고민했다"며 "1990년대 들어서 회사 업무에 손을 대기 시작했고, 지역전문가 양성도 그 때부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역전문가 양성은 사원을 위해 도입했고 사원이 잘 돼야 회사가 잘 되고, 회사가 잘 돼야 국가도 잘 되는 것"이라며 "여러분도 앞으로 계속 발전하려면 5년, 10년, 20년 뒤 회사가 어떻게 될지, 사회가 어떻게 바뀔지를 늘 생각하면서 미래를 보고 나가야 한다. (1993년 프랑크푸르트 선언 당시)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라고 말한 것도 이런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참석자들이 브라질, 영국, 베트남, 영국 등 다양한 지역에서 낯선 문화를 접하면서 경험한 내용을 들은 뒤 특수 언어지역 국가의 경우 체류기간을 2년으로 늘릴 것을 주문했다. 아프리카, 중남미, 중동 등 지역에서 현지 언어를 습득하는데 1년이라는 시간은 짧다고 본 것이다.  
 
아울러 여성 인력에 대한 강한 관심과 애정도 드러냈다. 이 회장은 여성 참석자들에게 "일을 하는데 어려움은 없는지, 차별받고 있다고 느끼는 부분이 없는지"에 직접 질문하고, 여성 인력 채용 현황도 다시금 살폈다. 특히 올해 20%였던 여성 지역전문가를 내년부터 25~30%로 늘릴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오찬에 동석한 삼성그룹 고위 관계자는 "이건희 회장이 평소 오찬에서 말을 짤막하게 하거나 말씀을 거의 안 하는 편인데, 지역전문가에 대해서는 각별히 발언이 많았다"며 "이 제도에 대한 애착이 많은데다 여성 인력들이 낯선 곳으로 가서 경험한 내용을 들으며 좋아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 회장이 여성 인력의 고충을 직접 물은 것에 대해서는 "공채 출신의 여성들이 임원이 될 시기가 되면서 더 많은 이들이 임원으로 진출해야 하지 않겠냐는 취지에서 이야기를 한 것"이라며 "이 회장이 여성 인력의 차별에 대해서 각별한 관심을 갖고 챙겨보고 있기 때문에 삼성에서는 보이는 차별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차별도 하기 힘들어지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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