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기성기자] 10일 오전 8시.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005930) 본사 앞에서 고(故) 이윤정씨(33)의 노제(路祭)가 열렸다.
고인은 삼성전자 반도체 온양공장에서 6년간 일하다 발병한 악성 뇌종양으로 지난 7일 숨졌다. 이씨의 죽음으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비롯해 생산라인에서 근무하다 백혈병, 뇌종양 등의 질병으로 사망한 근로자는 55명으로 늘었다는 게 노동계, 시민사회의 설명이다.
이날 노제는 시작 전부터 곳곳에서 충돌이 일었다. 인천산재병원 장례식장을 떠난 운구 행렬이 삼성전자 본사 앞에 도착하자 이를 가로막는 삼성 측 경호 인력과 실랑이가 벌어졌다.
삼성 측은 사옥 출입구를 바리게이트로 봉쇄한 채 직원외 출입을 전면 통제했다. 사옥 정문 진입은 허용치 않겠다는 삼성 입장으로 결국 노제는 인도와 차도에서 진행됐다.
이 과정에서 경찰이 유족 측에 삼성과의 협의를 주선하다가 유족의 강한 반발을 사기도 했다. 주위에선 “공권력이 삼성 지켜주러 나왔느냐”는 비판도 터져 나왔다.
유족의 강한 울분 앞에 삼성과 경찰은 한발 물러섰고, 노제는 별 다른 충돌 없이 진행됐다. ‘고 이윤정을 추모하고 기리는 시민사회장’이란 이름으로 진행된 노제에서 유족을 비롯한 관계자들은 한송이 국화를 손에 든 채 “이윤정을 살려내라”, “산업재해 인정하라”, “삼성은 사죄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씨의 남편 정희수씨는 노제가 진행되는 동안 8살, 6살 난 두 아이를 품에 안고 말없이 눈시울만 붉혔다. 이를 지켜보는 관계자들도 함께 눈물을 흘렸다.
1시간여 동안 진행된 노제는 오전 9시10분쯤 무사히 마쳤다. 이날 노제에는 유족을 비롯해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 삼성일반노조, 금속노조 등이 함께 했다.
◇ 10일 오전 고 이윤정씨의 운구차가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으로 진입하려다 삼성 측에 가로막혀 오도가도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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