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명정선기자]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우려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또 한번 크게 요동치고 있다. 최악의 경우 유로존 붕괴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는 비관론이 나오는 가운데 유로존 리스크가 변동성 확대 등 국내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7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이달 들어 세계 주가는 7.4% 하락하고 유럽 주요국 주가가 5% 이상 하락하는 등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크게 확대됐다.
이달 초 그리스가 연정 구성에 실패하면서 유로존 탈퇴 가능성이 제기됐고 위기가 유로존 전역으로 확산되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이 반영된 것이다.
실제로 지난 14일(현지시간) 그리스에서는 하루 7억 유로의 예금이 인출됐고, 자국민들은 실질금리 마이너스 수익률을 감수하고도 독일 국채를 사들이는 등 안전자산으로의 쏠림현상이 심화됐다.
불안심리는 주변국으로도 확산되는 양상이다. 부도위험을 나타내는 지표인 CDS프리미엄은 16일(현지시간) 기준 이탈리아는 461bp에서 503bp로 나흘만에 무려 40bp 상승했고 스페인은 11일 520bp에서 546bp로 부도위험이 확대됐다.
외국계 자본 비중이 높은 국내 금융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전일 코스피지수는 순식간에 1850선으로 추락했고, 원달러 환율은 연중 최고치를 찍었다. 이달 초 120bp였던 CDS프리미엄은 144bp로 14bp 상승했다. 지난 3월 연중최저였던 107bp에 비해서는 37bp 올랐다.
이에 정부와 금융당국은 사태 양상에 따라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질 수는 있지만 양호한 외화유동성 등을 감안할 때 국내 금융시장이 과도하게 불안해 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신제윤 기획재정부 차관은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푸어스(S&P)가 국내은행의 리스크가 세계적으로 낮은 수준이라고 평가했으며, 무디스도 대외재정이 양호하다고 진단했다"며 대외평가도 안정적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 같은 정부의 해명에도 금융권 안팎의 불안감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에 들어온 외국인 자본의 영향력이 크고 특히 위기시 언제든 빠져나갈 위험이 상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은은 보고서를 통해 "외국인 유입 자본에서 수시로 빠져나갈 수 있는 자본의 비중이 83%에 달한다"고 밝혀 국내 금융시장에 외부충격에 매우 취약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특히, 채권은 안전자산임에도 지속성이 짧고 주식은 유출입 규모가 커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키우는 모든 악조건을 갖춘 셈이다.
박하일 한은 경제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외국계 자본은 유출입이 잦은 것도 문제지만 속도가 신흥국의 최고 2배에 달한다"며 급격한 자본이탈에 따른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를 우려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