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원정기자] 출범 6개월 만에 ‘매각설’과 ‘출구론’에 시달리는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의 현실은 이용자의 시청 습관을 넘지 못한 전략 부재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업계와 학계 모두 종편에 대한 ‘정책 특혜’에 신경을 곤두세웠지만, 종편의 현재와 미래를 결정짓는 요인은 무엇보다 시청자의 시선을 붙드는 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
◇종편 미래는 정책보다 소비자 선택에 달려
김영주 한국언론진흥재단 박사는 25일 한국미디어경영학회가 주최한 학술대회에서 “시청자의 습관적 소비는 위력적”이라며 “종편의 미래는 정책 보다 이용자 선택에 달렸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종편의 미래’를 주제로 한 섹션의 토론자로 나와 “그동안 학계를 비롯해 다들 정책변수에만 관심이 있었지 이용자 선택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종편 채널 수, 의무재전송 여부, 채널연번제 같은 정책변수나 종편의 자본금 규모와 콘텐츠ㆍ인력ㆍ브랜드 인지도 같은 사업변수, 혹은 종편 출범 전후의 시장상황과 같은 환경 변수가 종편의 성공을 가늠하는 잣대가 될 것으로 봤지만 정작 지상파 이용에 치우친 소비자의 시청습관이 개국 반년을 맞고 있는 종편의 저조한 성적표를 결정지었다는 설명이다.
◇JTBC '아내의 자격' 시청률 4% 넘겼지만
김 박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은 하루에 3시간 정도 TV를 시청하고, 이 가운데 2시간 10분은 지상파방송을 보는 데 쓰고 있다,
남은 50분 정도를 케이블ㆍ위성방송, IPTV 등이 분점하는 형국인데 시청자의 지상파 이용 시간은 플랫폼이 다변화되는 환경에서도 전혀 줄지 않고 외려 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종편은 의무재전송채널로서 지상파방송의 90% 수준에 달하는 커버리지를 갖고 있지만 장점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김 박사는 “JTBC의 <아내의 자격>이 시청률 4%를 넘겼다곤 하지만 지상파에서 방송됐으면 20~30%는 너끈히 넘겼을 것”이라며 “종편의 성공은 시청자의 이용시간을 갖고 오는 게 관건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발표자로 나온 주철환 JTBC 콘텐츠 본부장도 “출범 전에는 의무재전송과 지상파에 근접한 번호가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지상파 번호에 뒤이은 채널로 리모컨을 잘 돌리지 않는 시청자의 관성을 넘기 힘들었고 ‘종편은 보수적이고 편협할 것’이라는 시각은 여전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하지만 시장의 비관적 예측과 달리 김 박사는 종편의 미래에 대해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는 견해를 내놨다.
그는 “tvN의 <롤러코스터>나 Mnet의 <슈퍼스타 K>가 성공하기까지 길게는 10년이 걸린 것을 생각해야 한다”며 “꾸준한 실험과 모험으로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 작은 성공이 쌓이면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또 “앞으로는 시청자가 미디어를 찾아오는 게 아니라 미디어가 시청자를 찾아가는 전략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종편 현실? 광고 정말 안 들어와”
한편 종편을 둘러싼 각종 비관론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JTBC 주철환 콘텐츠 본부장이 이날 학술대회에 참석해 관심을 모았다.
주 본부장은 종편의 현실에 대해 “제작비로 자본금을 아주 많이 썼고 광고는 예측한 것에도 턱없이 모자랄 만큼 안 들어오는 게 사실”이라고 어려움을 밝혔다.
MBC PD 출신인 그는, “과감한 방송포맷을 개발하고 싶어도 발목 잡는 게 여럿”이라며 “지상파방송사에서는 돈 때문에 걱정한 적 없었는데 종편에서는 제작비를 고민할 수밖에 없고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종편의 생존경쟁은 상상을 불허할 정도”라면서 “정부가 애초 두개 사 정도만 승인하면 좋았을 것”이라는 속내도 털어놨다.
◇“시청자 종편 외면 예측된 것”
그는 종편을 모르거나 싫어하는 사람이 많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이는 “비참한 현실이 아니라 예측된 현실”이라고 낙관론을 펴면서 “종편이 안 되기를 바라는 여론 역시 또 다른 관심이기 때문에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는 것보다 낫다”고 말했다.
주 본부장은 또 “애초 방송통신위원회에 사업계획서를 낼 때도 6년은 지나야 적자와 흑자 구조를 적정한 선에서 맞출 것으로 봤다”며 “방송은 6년근 인삼을 기르는 일이고 길게 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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