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기성기자] 한때 세계시장을 호령했던 일본 전자업계의 쇠락이 눈에 띄게 빨라지고 있다.
소니에 이어 파나소닉도 대규모 감원에 나서기로 했다고 29일 니혼게이자 신문이 전했다. 신문은 파나소닉이 본사 인력 7000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최대 4000명을 대상으로 연내 희망퇴직 신청을 받거나 자회사에 전환 배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파나소닉은 이미 핵심 자회사인 산요의 가전 부문을 중국의 하이얼에 매각하는 등 구조조정을 통해 2011 회계연도 기준으로 국내외 인력 33만명 중 3만명을 줄인 바 있다. 지난해에만 11조4000여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경영난이 심화된 게 이 같은 칼바람을 불러왔다.
앞서 소니는 지난달 자사 인력 16만8200명의 6%에 해당하는 1만명에 대해 감원을 결정했다. 소니는 지난해 4분기에만 약2조3000억원의 영업 손실을 입었다. 샤프는 한발 더 나아가 대만의 훙하이정밀로 주인(최대주주)이 바뀔 처지에 놓였다.
뿐만이 아니다. 전자와 더불어 일본의 주력산업이었던 반도체 역시 끝 모를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엘피다가 시장 매물로 나온 데 이어, 일본 반도체 산업을 이끌던 르네사스는 최근 직원 30%를 감원하고 반도체 웨이퍼를 가공하는 팹(fab)을 대만의 TSCM에 매각키로 했다. 한마디로 ‘덩치’를 줄여 현 위기를 타개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니혼게이자 신문 등 현지 언론들은 “세계시장을 내다보지 못하고 일본 내에만 안주했던 게 실패의 원인이 됐다”며 “뒤늦은 구조조정이 옛 영화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고 꼬집었다.
미 경제전문지 포천(Fortune)은 28일(현지시간) 인터넷판을 통해 “애플과 IBM, 마이크로소프트가 한때 일본 거대 전자회사들의 그늘에 그려 힘을 쓰지 못했으나 이제 옛 이야기가 됐다”며 “다시는 그 같은 영광이 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포천은 일본 가전업계의 침몰 원인을 웹(web)에서 찾았다. 구글, 페이스북이 신흥 강자로 떠오르고 애플, IBM, 마이크로소프트가 각자의 영역을 구축하며 시장 지배자로 자리할 동안 일본의 거대 전자 기업들은 웹을 이해조차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한국의
삼성전자(005930)와
LG전자(066570) 등 그간의 후발주자들이 과감한 연구개발(R&D)을 통해 웹의 전자기기 적용과 같은 새로운 흐름을 익히는 동안 일본 전자업계는 시간만 허비하며 혁신과 투자의 ‘시기’를 놓쳤다는 분석도 이어졌다.
결국 소니, 파나소닉, 샤프 등 불과 10년 전만 하더라도 IT의 대명사로 군림하며 세계시장을 석권하다시피 한 일본 전자업체들은 하루아침에 주저앉은 공룡이 되고 말았다. 위기감이 결여된 채 기존 인식에 안주한 결과, 전(全) 세계인 손에 들렸던 워크맨은 아이팟에 이어 스마트폰으로 대체됐다.
또 다른 분석도 있다. 지나친 장인정신이 역설적으로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시장흐름에 반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소니의 경우, 2005년 하워드 스트링거가 외국인 첫 CEO로 발탁되면서 장인들을 홀대시하며 특유의 뚝심마저 잃어버렸다는 인식이 팽배했다.
시장의 평가는 더없이 냉혹했다. 소니의 미국 주식예탁증서(ADR)는 5년 사이 72%나 급락했고, 샤프와 파나소닉도 각각 76%, 66% 하락했다. 특히 일본 기업들은 최근 IT시장의 노른자위인 스마트폰, 랩톱 부문에서 단 한 번도 반격의 기회를 갖지 못하고 애플과 삼성전자에게 시장을 내줬다.
포천은 과거 10년 간 일본에 있어 최악의 적은 미국의 반격 등이 아니라 일본 자신이었다는 점이 명확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왕좌’를 내주고 제국의 ‘쇠락’에 접어든 일본 전자업계로서는 그 어떤 말보다 뼈아픈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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