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지진 하루 4번.."당신의 아파트는 떨고있다"
`88년 이전 준공 아파트 내진 설계 적용 안돼
2012-06-14 14:16:33 2012-06-14 14:17:12
[뉴스토마토 한승수기자] "서울 중구에 규모 6.5의 지진이 발생할 경우 사망자는 7726명, 부상자는 10만7524명에 달할 것이고 이재민 숫자는 무려 10만411명에 이를 것"
 
지난해 일본 대지진 직후 소방방재청 방재연구소가 분석한 서울에서 지진이 발생할 경우 일어날 수 있는 시나리오다.
 
12일 단 하루 동안 한반도에 규모 2.0 이상의 지진이 4번 발생하고, 14일에도 함경남도 요덕 인근에서 2.1규모 지진이 일어나는 등 더 이상 우리나라도 더 이상 지진 안전 구역이 아니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진 위협은 이렇게 점차 심화되고 있지만 공동주택 1000만 가구에 달하는 아파트 공화국인 대한민국은 지진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국내 내진의무설계는 지난 1985년 멕시코 대지진을 계기로 1986년 내진설계법이 마련되고 1988년 본격 시행됐기 때문에 `88년 이전 준공 아파트는 적용을 받지 않는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내진설계가 의무화되기 전인 `88년 이전에 입주한 아파트는 전국 68만8604가구로 전체 물량의 8.4%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역별로는 ▲서울 24만2597가구 ▲경기 10만1713가구 ▲부산 7만6348가구 등으로 서울의 경우에는 강남, 강동, 서초 등 주로 한강 이남 아파트지구에 집중돼 있다.
 
서울디지털대학교 김준환 교수는 "아직 대형 지진 가능성이 그렇게 크다고 볼 순 없겠지만 지진 빈도수가 잦아지며 건축물 내진설계 등을 강화해 대비할 필요는 있다"며 "재건축이나 리모델링, 재개발 등 정비 대상 구역의 노후주택과 건축물에 대한 점검을 비롯해 신축 건축물들의 내진설계도 강화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진단했다.
 
지진 위협에 노후 아파트에 내진 설계 적용이 필요하지만 재건축 허용연한에 막혀 재건축을 통한 내진설계 적용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서울시는 무분별한 재건축 행위를 막고 부동산 시장의 안정을 위해 지난 2003년 12월 도시정비조례를 개정, 재건축 허용 연한을 최장 40년으로 규정하고 있다.
 
조례에 따르면 ▲1981년 이전 준공 아파트 20년 ▲1982~1990년 준공 아파트 22~38년 ▲1991년 이후 준공 아파트는 40년 등으로 차등 적용되고 있다.
 
리모델링을 통한 내진 설계 적용도 가능하지만 수직 증축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부담금 문제로 이마저도 개발이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리모델링협회 황갑성 조합장은 "내진설계를 적용해 리모델링을 하고 싶지만 조합원들의 공사비부담이 만만치 않다"며 "현재 수직증축을 통한 일반분양으로 부담금을 줄여야하는데 수직증축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내진 설계 리모델링이 쉽지 않다"고 호소했다.
 
한편 지난해 서울시위원회가 내진 설계 보강 등을 이유로 재건축 허용 연한 10년 단축을 시도했지만 서울시는 현행 재건축 허용연한을 유지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서울시 자문위원회는 철근콘크리트 구조물로 구조성능 분석 결과 내진설계가 확보돼 있고, 규모 3~4 지진에서 변위는 허용치 이내로 내진성능의 개선을 목적으로 재건축을 추진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고 밝혔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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