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근로자들은 올 여름에 평소보다 덜 복잡한 휴가를 즐기고 정부는 이를 통해 예비 전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7월말에서 8월초에 집중된 산업계의 여름휴가를 8월 셋째주에서 넷째주로 분산토록 권하고 있기 때문이다.
8월 셋째주에서 넷째주는 여름철 전력 사용량이 가장 많은 기간이다. 실제 휴가 집중 기간인 7월말~8월초 예비력은 850만킬로와트(kW)다.
반면, 여름 휴가 분산이 없다면 8월 셋째~넷째주 예비력은 150만kW에 불과할 것으로 추산됐다. 따라서 정부는 피크기간 동안 일하는데 들어가는 전력을 줄여 예비력을 확보한다는 계산이다.
지식경제부는 28일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전력피크 수요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산업계의 자발적인 휴가 기간을 분산하고 조업시간 조정, 자가 발전기 가동 등을 통해 절전하는 이 같은 내용의 방안을 발표했다.
지경부는
한국전력(015760)과 사전 약정한 대규모 업체를 대상으로 긴급 감축 시행인 일주일에서 하루 전 사전 예고를 통해 감축 대상과 감축량을 모집했다.
현재 철강과 시멘트·제지업종 등 4000여개의 대규모 수용가가 참여 중이며, 이로 인해 200만kW 수준의 전력 사용량 감축하고 있다.
정부는 피크시간 등 요청한 시간 중 조업조정 등을 통한 절전을 시행할 경우 절감 실적에 따라 보상 차원의 인센티브를 지급하고 있다.
지경부는 "산업체의 전력 사용량은 하계 피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며 "안정적인 전력 수급을 위해서는 산업계의 적극적 동참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산업계는 고민이 깊다. 정부의 요청을 무시하기도 어렵지만 자동차·조선 등 일부 제조업의 경우 특성상 일부 공장만 가동하는 것이 오히려 손해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 여력이 있는 산업계의 경우 내부 직군별로 휴가를 나눠 쓰거나 경쟁업체와 휴가가 겹치지 않도록 권유하는 수준으로 분산을 권하고 있다.
실제 인터파크투어에 따르면 지난달 21일~29일까지 37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3.4%가 여름휴가 시기를 8월 말~9월 초로 잡고 있다고 밝혔다. 다음으로 '7월말~8월초'(24.4%), '7월 초ㆍ중순'(23.1%)이 뒤를 이었다.
휴가를 '비수기-단거리-실속형'으로 쓰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는데다 기업들의 여름 휴가 분산 독려가 맞물렸기 때문이다.
직장인 민모(34세) 씨는 "평소 휴가 기간에 맞춰서 비행기표를 예매했는데 회사에서 휴가를 늦게 가라고 권하고 있어 곤란하다"며 "정부가 미리 이에 대한 언질을 해줬으면 좋았을텐데 아쉽다"고 토로했다.
제조업에 종사하는 한모(40) 씨는 "여름휴가 때마다 어딜 가나 북적거려서 쉬려고 온 휴가가 더 힘들게 만들곤 했다"며 "그나마 휴가 기간이 분산되면 좀 여유로울 것 같아서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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