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대검찰청에 딸린 저축은행비리 합동수사단(단장 최운식 부장)이 이명박 대통령의 형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77)에 대한 공개소환 조사를 앞두고 수사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특히 현 정권 최고 실세였던 이 전 의원에 대해 작심한 듯 단호한 수사의지를 내비치면서, 최근 잇따른 '부실수사' 논란으로 구겨진 체면을 되세우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이 전 의원을 상대로 한 검찰수사는 저축은행 퇴출저지 로비 대가로 금품을 받았는지 여부(특가법상 알선수재)와, 코오롱으로부터 받은 고문료가 불법정치자금인지 여부(정자금법 위반)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대선 직전부터 5억~7억 받아"
이 전 의원은 17대 대선 직전인 2007년부터 2010년까지 임석(50·구속기소)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으로부터 금융당국의 검사 내지는 퇴출처지 등에 대한 청탁 대가로 5억~7억원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금품 중에는 김찬경(56·구속기소) 미래저축은행 회장이 임 회장에게 건넨 14억원 중 일부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와 함께 이 전 의원실 여직원 계좌에서 발견된 7억원도 저축은행으로부터 받은 자금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또 이 전 의원이 코오롱그룹으로부터 받은 자문료 1억5000만원에 대해서도 불법정치자금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해왔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2일 "이 전 의원은 큰 산이다. 신경 쓸 게 많다"면서도 "소환할 만큼의 수사가 이뤄졌으니 부른 것 아니겠느냐"고 자신감을 보였다.
'참고인성 혐의자' 신분으로 돼 있는 이 전 의원에 대해 조사 직후 사전 구속영장이 청구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검찰은 지난 3월과 4월 이 전 의원에 대해 두 차례에 걸쳐 서면조사를 실시했으며, 크고 작은 혐의에 대한 조사를 계속 해왔다.
◇"체력 안되면 귀가시켰다가 다시 부를 것"
검찰은 이번 수사에 대해 "(이 전 의원의) 체력이 안되면 귀가시켰다가 다음날 다시 부를 것"이라며 "우리가 볼 수 있는 부분은 다 들여다 볼 것"이라고 말했다. 강도 높은 조사를 예고한 대목이다.
그러면서 "이 전 의원은 민간인 신분이다. 특별대우는 없다. 필요할 경우엔 임석 회장이나 김찬경 대표도 불러 대질조사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전 의원에 대한 수사는 합수단에 파견된 윤대진 대검 첨단범죄수사과장과 주영환 서울중앙지검 부부장검사, 평검사 1명 등 검사 3명과 수사관들이 담당하게 된다. 윤 과장과 주 부부장은 각각 합수단 1, 2팀장을 각각 맡아 수사를 해왔다.
이 전 의원의 이번 소환조사에 대해 일각에서는 '면죄부 주기'로 끝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검찰의 수사 범위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이 전 의원에 대한 이번 조사는 저축은행과 코오롱 관련 혐의가 주된 부분"이라며 "그 외의 것은 수사할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이 전 의원은 저축은행 퇴출저지 개입 의혹 외에도 ▲김학인 한국방송예술교육진흥원 이사장 측의 공천헌금 의혹 ▲이국철 SLS그룹 회장의 로비의혹 ▲포스코 회장 인사개입 의혹 ▲한국수력원자력 인사청탁 개입 의혹 ▲BBK 가짜편지 배후조종 의혹 등 여러 의혹의 핵심 인물이다.
◇"나머지 의혹 그대로 덮일수도"
실제 이 전 의원이 저축은행 비리나 불법정치자금 수수혐의로만 기소될 경우엔 나머지 의혹은 그대로 덮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또 임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은 시기가 2007년 대선 직전이라는 수사가 대선자금으로까지 진행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지만, 현재 검찰의 태도로 보면 가능성이 희박하다.
합수단의 지휘라인은 한상대 검찰총장과-최재경 중수부장-최운식 합수단장으로 이어지는 검찰 핵심 중의 핵심라인이다.
핵심라인이 직접 나선 이 전 의원에 대한 수사에서 검찰이 그간의 오명을 얼마나 씻어낼 수 있을지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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