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가구, 에너지효율 '사각지대'
1인가구용 크기·제품 다양화 불구 에너지효율 낮아
2012-07-11 18:18:10 2012-07-11 18:19:02
[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최근 정부가 에너지절감의 방편으로 에너지효율 등급을 강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에너지효율 등급이 낮은 제품을 주로 이용하는 1인 가구가 증가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지난 4월 통계청이 발표한 '2010~2035년 장래가구추계'에 따르면 2010년 1인 가구 구성 비율은 23.9%다. 네 가구 중 한 가구 가량이 1인 가구인 셈이다.
 
통계청은 1인 가구의 비중이 올해 말 25.3%, 2015년 27.1%, 2025년 31.3%, 2035년 35.3% 등 꾸준히 증가하며 우리사회를 대표하는 가구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가전업계도 나홀로 '싱글족'들을 겨냥한 제품을 속속 출시하며 변화된 시대상에 대처하고 있다.
 
LG전자(066570)의 경우 프리미엄 사양의 일반형 냉장고, 모니터 겸용 소형 TV, 로봇 청소기 등 1인가구를 위한 맞품형 제품을 지속적으로 출시하며 대응해 나가고 있다.
 
특히 프리미엄급의 일반형 냉장고는 양문형 냉장고에만 있는 '매직 스페이스'라는 별도의 수납 공간을 마련해 홈바처럼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또 외관 소재도 기존 백색에서 탈피해 스테인레스를 적용했으며, 내부수납 공간도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꾸몄다.
 
삼성전자(005930)는 싱글족을 위한 별도의 라인은 없지만, 크기와 용량을 다양화해 제품 선택의 폭을 넓혔다. 냉장고의 경우 200ℓ, 전자동 세탁기는 11㎏ 용량의 제품을 출시한 것이다.
 
통상 4인 가구를 기준으로 했을 때 냉장고는 양문형이 700~800ℓ대, 일반형은 400~500ℓ대가 많이 소비된다. 세탁기는 드럼과 전자동 양쪽 모두 13㎏과 17㎏대가 주력 상품인 점을 감안하면 확연한 대비를 이룬다.
 
하지만 에너지효율 면에서 보면 1인가구용 가전제품은 에너지효율 등급이 낮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력 과소비에 그대로 노출됐다는 점에서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예를 들어 냉장고의 경우 월간 소비전력이 일반형 145ℓ의 5등급 제품은 33.3킬로와트시(㎾h)인 반면, 1등급 제품인 321ℓ는 22.3㎾h 로 전기 사용량에서 차이를 보인다.
 
문제는 싱글족이 거주하는 원룸이나 오피스텔 등에서 풀옵션으로 구비한 가전제품은 용량이 작으면서 저렴한 제품을 선호하는데, 주로 에너지효율이 5등급인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서울시 봉천동에서 원룸 임대사업을 하는 한 건물주는 "품질과 가격에 중점을 두고 풀옵션 가전제품을 골랐다"며 "한꺼번에 많은 제품을 사다보니 에너지효율 등급을 따지기보단 가격이 낮으면서 관리하기 편한 제품을 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관련 업계에서도 에너지효율이 높은 제품을 만들기는 어렵다는 반응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제조사들이 크기와 용량이 작으면서 고효율 기술을 적용시킨 제품을 생산하려면, 가격이 그만큼 높아지기 마련인데 1인가구의 경우 가격에 민감해 고가의 제품을 내놓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에너지효율등급을 관할하는 에너지관리공단은 풀옵션용 가전제품에 대한 등급을 법적으로 강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건물에 빌트인 형태로 들어가는 경우 국토해양부에서 에너지 효율등급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수 있지만, 원룸의 경우 개인이 구매를 하고 있어 파악이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에너지관리공단 관계자는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복합기능을 갖춘 대용량 제품을 주로 선호해 가전업체들도 이에 초점을 맞추고 기술 개발, 제품 생산을 하고 있는 형편"이라며 "때문에 가전업체들이 소형가전에 대한 에너지효율 등의 기술 개발에 상대적으로 소홀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풀옵션 가전제품에 에너지 소비효율이 낮은 제품이 유독 많은 것은 구매자와 실사용자가 다르기 때문"이라며 "소비자들이 소비효율등급제를 보고 전기를 절약하는 제품을 선택해야 하는데, 임대인들이 가격 위주로 구매를 하고 있다는 점도 에너지효율이 낮은 제품이 소비되는 주된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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