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명정선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3개월만에 기준금리를 인하한 것은 경기 상황이 그만큼 악화되고 있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대내외여건을 고려할 때 기준금리 인하라는 방향에는 이견은 없지만 시기는 예상보다 빨랐다는 반응이다.
특히, 인하 배경이 경기 둔화라는 점에서 이번 결정이 오히려 국내 경제에 대한 부정적 전망을 확산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 한은, 기준금리 13개월만에 인하..경기 우려 '심각'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2일 기준금리를 3.25%에서 0.25%포인트 내린 3.00%로 결정했다. 5월까지만해도 금리정상화를 거듭 강조했던 금통위의 통화정책 기조가 2개월 만에 급변한 것이다.
시장 예상을 깨고 한은이 13개월만에 기준금리를 인하한 배경에는 경기 불확실성 확대와 글로벌 통화정책의 완화 흐름이 자리잡고 있다.
대외적으로 유럽의 경기 침체가 장기화 할 조짐이 뚜렷한 가운데 최근 미국과 중국의 경기 회복이 지연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경제는 대외 충격에 취약할 수 밖에 없다. 실제 전년대비 수출증가율은 지난 3월 -1.5% 4월 -5%, 5월 -0.6% 6월 1.3%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김중수 한은 총재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국내경제가 유로지역 리스크 증대, 주요 교역상대국 경제 부진 등으로 실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마이너스 국내총생산(GDP) 갭 상황이 상당기간 지속될 수 있다고 우려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최근 유럽중앙은행과 중국인민은행이 잇따라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등 글로벌 통화정책이 완화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점도 한은의 금리 인하 결정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내부적으로 소비자물가가 2%대로 낮은 수준인 데다 가계부채 문제가 대두됨에 따라 금리인하를 통한 내수부양의 필요성이 커진 점도 금리인하의 주요 배경이 됐을 것이란 분석이다.
시중은행의 한 부행장은 "금리 인하가 당장 경제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부채에 짓눌려 있는 가계와 기업의 상환부담이 줄어들게 되면 그 만큼 내수부양의 여력도 늘 수 있다"고 판단했다.
◇ 예상보다 빠른 인하.. 경제 부정적 전망 불지피나
그러나 금리 인하라는 방향은 맞더라도 시기가 시장 예상보다 빨랐다는 점에서 단기적으로 국내경제에 대한 부정적 전망을 확산시키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익선 우리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기준금리를 인하한 근본적인 원인이 글로벌 경기침체 지속 우려로 향후 국내경제에 대한 전망을 기존 대비 하향조정한 데 있다"며 "단기적으로 국내 경제의 부정적 전망에 힘을 실어주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글렌 르빈 이코노미스트도 "물가는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외부 변수에 따른 경기 둔화가 우려되는 시점에 금융완화정책이 필요했다"면서도 "금통위가 지난 5월에만 해도 금리정상화를 언급해 7월 기준금리를 인하할 지 예상하지 못했다"고 언급했다.
그는 "금통위는 이르면 8월, 늦어도 2개월 내에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하해 2.75%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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