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대형유통업체들이 납품업체들과 계약하는 과정에서 판매수수료 수준이나 판촉행사 내용 등 핵심적인 내용을 누락한 '꼼수계약서'를 써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핵심내용의 누락은 대형유통업체들이 우월적 지위를 악용해 계약내용을 손쉽게 수정할 수 있는 환경을 사전에 조성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관련법 위반사실을 확인하고, 조만간 처벌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다.
공정위는 지난 5월부터 최근까지 롯데백화점, 현대백화점, 신세계백화점,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6개 백화점 및 대형마트와 4900여개 납품업체들을 직접·서면조사한 결과 이 같은 내용의 불완전 계약서 사용 사실을 확인했다고 17일 밝혔다.
A백화점의 경우 중소납품업체와 계약을 체결하면서 상품대금 지급조건, 판매수수료율, 판촉사원수, 매장의 위치와 면적, 계약기간 등 주요사항을 공란으로 비워 둔 채 계약서에 사인했다.
또 B마트는 장려금률 지급조건, 판촉사원 파견합의서, 판촉비용 합의서, 반품합의서 등 핵심 부속합의서를 아예 납품업체의 명함이나 인감이 찍힌채로 수십여장을 여유있게 받아두고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때그때 대형업체의 입맛에 맞게 사후적으로 공란을 채워가면서 계약을 변경했다는 얘기다.
특히 이들 유통업체들은 "판촉비용 합의서입니다. 각각 명판과 도장을 찍으시고, 간인 꼭 찍으시고, 여유있게(넉넉하게) 보내세요. 세트로 4부 금주 중 도착해야 합니다"라며 이러한 공란 계약서를 뭉치단위로 미리 줄 것을 강요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백화점 등 대형유통업체들의 꼼수계약서가 해외브랜드업체에는 적용되지 않고, 국내업체들에게만 적용됐다는 점도 확인됐다.
공정위 현장조사 결과 대형 유통업체들은 해외 유명브랜드 납품업체에 대해서는 거래형태, 대금지급조건 및 기간, 판촉사원 파견, 판매수수료 현황 등이 구체적으로 적혀 있는 계약서만을 사용했다.
공정위는 이번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대형유통업체들과 면담을 실시하고, 향후 시정조치를 요구함과 동시에 지금까지 불완전 계약서를 사용해 왔던 부분에 대해서는 불법여부를 따져 과징금 등 징계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동일 공정위 가맹유통과장은 "대형 유통업체들이 불완전 계약서를 작성한 사실이 확인된 만큼, 법위반 여부를 따져서 과징금이나 검찰고발 등 제재수위를 결정해 조만간 위원회에 상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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