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27일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2분기 매출액 47조6000억원, 영업이익 6조72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1%, 79% 급등했다. 지난 1분기와 비교해서도 매출액은 5%, 영업이익은 15% 증가했다.
하루 평균 5230억원의 매출, 73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으로, 대내외 경기 불안을 감안하면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는 놀라운 성적표를 받아든 셈이다.
◇갤럭시 '삼성을 이끌다'
실적의 바탕은 역시 스마트폰을 내세운 무선사업부였다. 삼성전자는 크게 반도체, 디스플레이(DP), 무선사업(IM), 소비가전(CE) 등의 4개 사업부문으로 구성돼 있다.
이중 IM(IT & Mobile Communications) 사업부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었다. 매출액 24조400억원, 영업이익은 4조1900억원의 성과를 기록했다. 삼성전자가 올린 2분기 전체 실적에 대비할 경우 매출액은 51%, 영업이익은 무려 62%에 달한다.
삼성전자는 "IT 경기 부진으로 무선을 제외한 사업부의 실적이 둔화됐다"면서도 "스마트폰 판매 호조에 힘입어 견고한 실적을 달성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갤럭시S3의 출시와 갤럭시노트의 꾸준한 판매에 힘입어 하이엔드 스마트폰 판매가 확대돼 전 분기 대비 매출과 이익이 모두 늘어나는 성과를 거뒀다"고 설명했다. 갤럭시의 힘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26일(현지시간) 영국 시장분석기관 주니퍼리서치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 2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5210만대를 팔아치워 사상 최대 판매량을 기록했다. 갤럭시노트의 돌풍이 불었던 지난 1분기(4440만대) 대비해서도 판매량이 17% 늘었다.
2분기 삼성전자 실적을 이끈 갤럭시S3의 경우, 이미 출시 전에 사전 예약 물량만 1000만대를 넘어섰다. 이는 신작 출시를 미루며 아이폰4S에만 기대던 애플과의 격차로 이어졌다.
판매량에 있어 애플(2600만대)을 두 배 이상 가볍게 따돌렸을 뿐만 아니라 격차도 1분기 930만대에서 2분기 2610만대로 급격히 벌렸다. 또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41%를 기록하며 사상 첫 40%대에 진입했다.
스마트폰의 대명사로 한때 삼성에게 있어 넘을 수 없는 산으로 여겨졌던 애플이 이제 거꾸로 삼성을 추격해야만 하는 처지로 내몰린 것이다.
◇소비가전 ‘깜짝실적’, 디스플레이 ‘흑자전환’, 반도체 ‘맏형역할’
매출액 12조1500억원, 영업이익 7600억원. 소비가전(CE) 부문이 올 2분기 거둔 성과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7%, 66% 증가한 것으로, 지난 1분기와 비교해서도 13%, 58% 늘어난 수치다.
특히 영업이익 증가율은 글로벌 경기 침체를 무색케 했다. 매출의 경우 증권가 예상과 엇비슷했으나 영업이익은 예상치를 최소 1000억원 이상 훌쩍 넘었다.
삼성전자는 “선진시장에서 프리미엄 제품 판매 확대에 주력하고, 신흥시장에서 지역 특화 LED TV 판매에 집중한 결과 판매량이 시장 성장률을 크게 상회했다”고 설명했다. 또 “여름철에 접어들면서 에어컨 판매 확대 효과도 매출 성장과 실적 개선을 이루는 주요원인이 됐다”고 말했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우던 양적 경쟁에서 품질 중심의 질적 경쟁으로 전환, 고가의 프리미엄 제품이 세계시장의 수요를 충족시킨 결과로 시장은 분석했다.
디스플레이(DP) 부문은 매출액 8조2500억원, 영업이익 7500억원을 기록, 6분기 만에 흑자로 돌아서는데 성공했다.
이중 LCD 부문 매출은 5조63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 줄어 디스플레이의 나머지 사업 영역을 구성하고 있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부문이 선전한 것으로 평가된다.
삼성전자는 “유럽 영향에 따른 경기 둔화, 계절적 비수기로 인해 패널 수요가 예상보다 부진했다”면서도 “어려운 시황 속에서도 제품 믹스를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한편, 3D·LED TV 등 고부가가치 제품과 태블릿 패널 판매에 집중해 좋은 실적을 올렸다”고 설명했다.
전통적 효자종목이었던 반도체의 경우 업황 장기침체에도 불구하고 매출액 8조6000억원, 영업이익 1조1100억원을 기록하며 시장 기대치에 부합했다. 원가 경쟁력 강화와 고부가가치 제품 확대 등으로 수익성 확보에 집중한 결과다.
낸드플래시의 경우 솔루션 제품 비중을 늘리는 한편 20나노급 비중 확대 등을 통한 안정적 수익 확보에 주력했고, D램의 경우 PC향 가격 상승과 서버, 모바일 등 스페셜티 D램 제품 판매에 역점을 두며 시장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했다고 삼성전자는 설명했다.
또 시스템LSI의 경우 고성능 스마트폰향 제품의 수요 강세로 성장세를 지속했으며, 특히 모바일 AP는 32나노 쿼드코어 제품의 수요 증가로 매출이 성장했다고 밝혔다. CIS 또한 응용처 다변화를 통해 사업 성장을 이어갈 수 있었다.
◇향후 전망과 과제..“갤럭시 의존도 탈피해야”
“갤럭시가 삼성 전체를 먹여 살린다.”
실적 발표 직후 삼성 고위 관계자가 내뱉은 말이다. 그는 “그룹 전체로 보면 전자의 비중, 또 전자 내에선 무선사업부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라며 “전체적인 밸런스(균형)를 맞추는 게 향후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시장 전문가들 역시 “스마트폰의 경우 경기에 비교적 영향을 덜 받기 때문에 당분간 실적 성장세가 꺾일 염려는 없다”면서도 “그러나 장기적 관점에서는 반도체 등 기존 대표주자들이 올라서주는 동시에 신성장 동력 장착도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입을 모았다.
실제 이날 발표된 삼성전자 실적은 물론 전날 삼성전기의 ‘어닝 서프라이즈’ 역시 전적으로 갤럭시S3 등 스마트폰 역량에 힘입은 바 컸다. 지나친 의존도는 삼성으로선 고민일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그럼에도 삼성전자의 앞날은 여전히 희망적이란 게 일반적 분석이다. 극심한 내수침체, 유럽의 재정위기, 신흥국의 성장둔화, 미국과 일본의 장기침체 등 대내외 경제 여건은 여전히 불안하지만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나갈 역량과 잠재력이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스마트폰의 경우 갤럭시S3의 호조 속에 하반기에 갤럭시노트2를 출시, 애플의 아이폰5에 대항할 전략이다. 또한 신흥시장을 비롯해 본격 성장세에 접어든 LTE 시장을 주된 공략처로 노린다는 계획이다.
무엇보다 반도체 업황이 긴 터널의 막바지에 이른데다 엘피다가 파산하고, 도시바가 물량 감축에 나서는 등 경쟁업체들의 부진 속에 지각변동이 예고된 터라 치킨게임의 최후 승자는 삼성전자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공통된 평가다.
여기에다 끊임없이 투자를 확대해온 OLED가 상용화의 길로 접어들면서 투자의 과실이 본격적으로 열린 것이란 전망도 삼성전자의 미래를 밝게 했다.
한편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실적 호조와 유럽위기 해소감에 5.2%(6만2000원) 급등하며 단숨에 120만원대를 회복했다. 종가는 123만3000원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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