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野' 예산안 정치색 입히기 경쟁..정부 "난감하네"
대선후보 공약 내년 예산안 담기 '열중'
정부안 대폭 삭감 우려..예산심의 일정 차질 우려
2012-11-06 16:19:46 2012-11-06 16:21:33
[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예산안 때문에 '노심초사'다. 여야 정치권이 각자 대선후보들의 공약을 어떻게든 내년 예산안에 담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면서 정부안 대폭 삭감이 우려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박근혜 예산', '문재인 예산' 등 상대 후보 진영과의 차별화에 집중하면서 예산심의가 계획된 일정을 넘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6일 국회와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요구하고 있는 예산안 증액규모는 최소 1조6000억원에서 최대 12조원에 이른다.
 
여야 대선후보들이 엇비슷한 공약을 내세우고 있지만, 세부적인 공약이 다르기 때문에 요구하는 예산의 종류와 규모는 제각각이다.
 
양당이 공통으로 증액해야 한다는 예산사업으로는 0~2세 보육수당의 전 계층 지원, 0~5세 양육수당 전 계층지원, 대학등로금 부담 경감 및 대출인하 등이 있다.
 
여기에 새누리당은 중소기업 취업을 전제로 한 희망사다리 장학금 도입, 사병월급 인상, 저소득층 사회보험료 지원 확대, 경로당 난방비 및 양곡비 지원 등을 내년 예산안에 담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모두 박근혜 후보의 공약 사항과 관련된 예산이다.
 
민주통합당은 문재인 후보의 공약을 반영한 예산증액을 요구하고 있다. 재정지원 일자리 사업예산 확대, 친환경 무상급식 국고지원, 기초노령연금 인상, 남북평화·공존사업 확대 등이 중점 증액대상이다.
 
대선후보와 관계없는 증액요구도 많다. 지역구 의원들마다 지역 사회간접자본(SOC)사업예산 등 지역예산확보에 혈안이 돼 있고, 새누리당의 경우 선진당과 합당하면서 충청지역 과학벨트예산도 두배 이상 증액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정된 재정상황에서 무조건적인 증액이 어려운 만큼, 양당의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국회 예산심의과정에서 342조5000억원의 정부 제출예산안 중 상당부분은 삭감돼야 한다.
 
민주통합당의 경우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에서 시급하지 않거나 효과가 적은 사업예산을 최대 9조원까지 삭감하고, 이명박 정부 들어 단행된 부자감세를 철회하면 예산안 균형을 맞출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지역구 의원들의 쪽지예산은 늘 있는 일이라 대응이 어느 정도 가능하지만, 대선 공약예산은 워낙 민감한 사안이라 대응이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정치권과 정부가 예산안 줄다리기를 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예산안 처리기한을 넘길 가능성은 높아진다.
 
당초 여야는 지난주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를 시작해 5일부터 8일까지 부처별 심사, 12일부터는 계수조정소위원회에서 숫자맞추기를 끝내고, 19일 예결위, 22일 본회의에서 예산안을 처리키로 합의했다.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내년부터는 11월말까지 예산안 심사가 마무리 되지 못하면 본회의에 자동상정되지만, 올해까지는 자동상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예산안 처리가 법정처리시한(12월 2일)을 넘길 가능성도 제기된다.
 
국회 예결특위 관계자는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의 경우 세입이 과도하게 책정돼 있는 등 문제가 많은 상황"이라면서 "정치권도 가급적 기한 내에 처리하기 위해 노력하겠지만, 사실상 새정부의 첫 예산인만큼 대선공약을 신경쓰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기한을 넘길 가능성도 많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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