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차현정기자] 살얼음판과도 같은 주식시장이다. 전날 코스피는 8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미국 재정절벽 관련 우려와 유럽 경기둔화 등은 증시 약세를 주도했다.
16일 전문가들은 대외 불확실성에 대한 위기감에 외국인 매도세는 투자심리를 빠르게 위축시키고 있는 가운데 지수 회복을 기대하며 추격 매도를 자제할 것을 권고했다.
◇한국투자증권: 위험자산에서 유동성 이탈
금융시장에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강화되고 있다. 지난 9월 초에 QE3가 시행된 이후부터 이러한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통상적으로 QE가 발표되면 안전자산 선호가 약화되어야 하는데 이번에는 반대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QE3가 발표되던 시점에 이미 위험자산 가격이 이를 선반영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위험 자산 가운데서도 특히 Commodity와 관련한 자금 유출이 가장 두드러진다. CFTC의 투기적 포지션을 기준으로 QE3가 시행된 9월 초 이후 매수 포지션 규모가 줄어들고 있다.
그런데 글로벌 유동성 흐름에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구조적인 변화가 일부 관찰된다. 연말로 가면서 미국의 재정절벽 이슈가 금융시장을 좌우하면서 Commodity와 같은 위험자산에서 유동성이 이탈하고 있으나, 다른 측면에서 살펴보면 금융위기 이후 지속된 극단적인 안전자산 선호 현상은 오히려 완화되고 있다.
우선 올해 10월까지 미국에서 발행된 하이일드 채권은 3000억 달러에 달해 벌써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하이일드 채권은 시장의 위험 선호도에 가장 민감하게 움직이는 자산 가운데 하나이므로, 최근에 이 시장이 호황을 맞이하고 있는 점을 중요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또한 미국에 진출한 외국은행들의 대외 자금 거래를 살펴보면 2011년 유럽위기가 불거진 이후 처음으로 다시 자금 흐름이 미국에서 밖으로 향하고 있다. 미국내 외국은행의 상당수는 유럽계 은행이라는 점에서 이것 역시 의미있는 변화이다. 또한 최근 미국의 MMF가 다시 유럽 은행 비중을 늘리고 있는 것과도 맥락을 일치한다.
결론적으로 최근 미국 대선 이후 나타난 불확실성으로 인해 Commodity를 중심으로 한 위험자산의 자금유출이 발생하고 있지만 2008년 이후 통상적으로 나타난 위기 국면과는 다른 측면이 있다. 국채 및 공사채에만 집중되었던 극단적인 안전자산 선호는 점차 완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이는 재정절벽 이슈의 해결 여부에 따라 의외의 강세 국면이 나타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기도 하다.
◇신한금융투자: 반전이 어려워도 추스림 기대
글로벌 증시의 상대적인 흐름을 비교한다면 현 시점에서 가장 큰 걱정거리는 미국 재정절벽 이슈다. 미국 S&P500지수는 9월초 유럽중앙은행(ECB)이 무제한 국채매입을 결정하기 직전 지수대를 가장 먼저 하향 돌파했다.
연말 종료를 앞둔 부시 감세안의 연장(공화당)과 부자 증세 필요성(오바마 및 민주당)은 평행성을 달린다. 1,300억달러의 여력만이 남은 미국 국가 부채한도의 증액 협상도 마찬가지다. 국가 부채한도 증액 협상이 표류하면서 신용등급이 강등되었던 지난해 8월의 사례가 뉴욕 증시에 트라우마(정신적 충격)로 남겨져 있기도 하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미국의 정치적 공방은 극단으로 치닫지 않을 전망이다. 재정절벽이 도래할 경우, 필연적인 소비 감소와 경기 침체에 대한 책임은 모든 정치인들에게 부담이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가 과거의 정책 실기를 기억하고 있다면, 국가 채무 한도도 진통을 겪되 증액이 기대된다.
유럽 경기둔화 및 문제국가 지원 이슈도 큰 고비를 넘어갔다고 판단한다. 경제성장 둔화가 독일까지 확대(ECB 드라기 총재 등이 최근 언급)될 수 있다는 경계심이 고조되면서 성장 정책의 병행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다음주 유로존 재무장관 회의(20일) 및 EU정상회담(22~23일)에 대한 기대 심리도 형성된다.
외국인들의 매매도 이례적인 상황이 아니다. 유가증권 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은 11월 8일 이후 순매도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외국인들의 절대 매수액 및 매도액 측면에서는 커다란 변화가 없다.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이 확인된 11월 7일 이후에 일시적인 매도액 증가가 포착되었으나 이번 주 들어서는 오히려 외국인들의 관망 기조도 엿보인다.
원화기준으로 KOSPI는 연간 2.5% 상승했으나 달러화 기준 상승률은 8.9%이다. 달러화를 사용하는 외국인투자자들의 체감 지수가 상대적으로 높을 가능성이 생긴다.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 만약 외국인들이 전반적인 글로벌 주식시장에서 차익 실현에 나설 경우(2012년초에 공통적으로 투자했다고 가정한다면), 상대적인 수익률 측면에서 우리 증시는 최우선 순위가 아니다. 자국 통화 기준으로 판단하면 더더욱 아니다. 물론 환차익을 감안한 외국인들의 순매도가 걱정일 수 있다. 그러나 통화 옵션시장에 투영되고 있는 외환 변동성은 안정적이다.
◇우리투자증권: 글로벌 증시에 드리워진 어두운 그림자
주식시장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미국 재정절벽 문제를 둘러싼 불투명성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인 가자지구를 공격하면서 중동을 둘러싼 긴장감이 고조될 조짐이다. 유로존의 경우에도 지난 9월 산업생산이 3년래 최대폭으로 하락하며 유럽경제가 여전히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데다, 유럽 주요 23개국에서 노동자들이 긴축정책에 항의하는 총파업,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의 영국 신용등급(Aaa) 하향조정 경고 등 투자심리를 위축시킬 수 있는 요인들이 다수 부각되고 있는 상황이다.
다양한 변수들이 투자자들의 불안심리를 자극하고 있지만, 그 중 영향력 측면에서 미국 재정절벽 문제를 둘러싼 불확실성 해소 여부에 우선순위를 둘 필요가 있다. 재정절벽 문제가 미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경제에 대한 불투명성을 지속적으로 자극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주식시장의 수급 측면에서도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자본이득세 인상을 우려한 주식 매도가 급증하고 있다고 지난 1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한 바 있는데, 실제 공화당과 민주당 간의 정치적인 합의가 없을 경우 내년부터 자본이득세가 큰 폭으로 증가(현행 15%에서 25%)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현재의 주가 수준이 내년에도 유지된다고 가정하더라도 세금인상분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는 투자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상당한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최근 주요 44개국 중 3분의 1 가량이 120일선을 하향이탈하는 등 미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증시가 동반 하락하고, 국내증시에서도 외국인이 6거래일 연속 매도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것도 이러한 우려가 일정부분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들어 미 국채에 비해 세금공제 혜택이 큰 지방채로 투자자금이 유입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는 것도 어떻게든 고율 과세를 피해보려는 투자자들의 심리를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겠다.
우리나라의 경우 코스피 기준 2013년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두 자릿수의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데다, 최근 조정으로 국내 증시가 딥 밸류 구간으로 진입했다는 점을 감안한 대응이 필요해 보인다. 전일 코스피의 12개월 Fwd PER과 PBR은 각각 8.04배와 1.03배인데, 이는 지난 2006년 이후 평균의 -1σ 수준을 하향이탈한 것은 물론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이다. 특히, PBR은 지난 2011년 9월과 2012년 7월 유럽사태에 대한 위기감과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감이 고조될 당시보다 낮을 정도로 대외변수에 대한 우려감이 주가에 빠르게 반영되고 있다. 최근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의 매도규모가 증가하고 있는 점에서 볼 수 있듯이 주요 대외변수(재정절벽 문제 등)를 둘러싼 불투명성이 걷히기까지 당분간은 변동성 장세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오는 16일(이하 현지시각) 미국 오바마 대통령과 의회 지도부와의 회동 등을 전후로 저점매수 시기를 저울질해보는 투자자세는 여전히 무리가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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