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석진기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재정절벽'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공화당 지도부를 만난다. 재선 이후 처음으로 대면하는 자리다.
그동안 의회 양당이 재정절벽 해법을 두고 엇갈린 입장을 고집해 합의안이 지연된 터라 이번 만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15일(현지시간)에는 오바마 대통령이 "열린 자세로 협상에 임하겠다"는 뜻을 밝혀 긍정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양당의 조세정책이 엇갈린 모습을 보여 협상안 마련이 쉽지 않아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 "열린 자세로 협상 하겠다"
16일(현지시간) 주요언론은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 이후 처음으로 의회 지도부를 백악관으로 초청해 '재정절벽' 위기 타개책을 논의한다고 보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공화당의 존 베이너 하원의장과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 해리 리드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 등 의회 지도부를 백악관으로 초청해 재정절벽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기회를 통해 합의안 마련에 물꼬가 트일 것으로 보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기존의 강경한 자세에서 한 발 물러선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대통령과 공화당 지도부가 만나기 하루 전인 15일(현지시간), 재선 이후 첫 연설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나는 그들(의회)을 향해 문을 닫지 않을 것"이라며 "세수를 확보할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면 열린 자세로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주요언론에 따르면 대통령의 이러한 발언은 공화당이 주장하는 고소득층 세율 35%와 민주당이 내세우는 39.6% 사이에서 협상이 이루어질 수 있음을 뜻한다.
그동안 미 의회 양당은 논쟁의 핵심인 세수 확보 방안을 두고 조금도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세수를 확대하는 방법으로 민주당은 부자증세와 국방비 축소를 비롯한 재정 지출 삭감안을, 공화당은 의료지출, 복지프로그램 예산 축소를 주장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이번 대통령의 발언은 타협안 마련에 시발점이 될 수 있다.
지나 마틴 아담스 웰스파고 전략가는 "대화를 통해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을지 미지수지만 어떤 결과가 나올지 기다리는 중"이라고 말했다.
◇공화당 "부자증세 안돼" vs. 오바마 "중산층에 부담 곤란"..협상 난항
그러나 공화당이 여전히 고소득층 세율을 조금도 올릴 수 없다는 기존의 뜻을 유지하고 있어 합의안 마련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 15일(현지시간)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고소득층) 세금을 올리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일축했다.
이는 존 베이너 하원 의장의 발언과도 일맥상통한다. 그는 지난 7일(현지시간) "부자증세 방안은 하원을 통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공화당은 부자증세가 개인과 기업의 경제활동을 위축시킬 뿐이라고 보고 있다.
대신 공화당이 제시하는 세수확보 방안은 사회복지분야 지출 삭감안이나 그것은 오바마 대통령이 극도로 민감해하는 부분이다.
오마마 대통령은 지난 15일(현지시간) 연설에서 "중산층을 볼모로 삼으면 안 된다"며 "98%에 해당하는 미국인에게 세금 부담은 없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는 "나의 임무는 중산층을 돕는 것과 중소기업을 살리는 일"이라며 사회복지 지출을 삭감해 중산층에 부담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기존의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협상 지연되자 경기침체 우려 '불쑥'..지루한 협상 예상
문제는 이렇게 의회가 합의안을 내놓지 못하고 아웅다웅 하는 사이 개인과 기업의 투자심리가 얼어붙었고, 부채 규모는 상한선을 넘어섰다는 점이다.
전달까지 집계된 미국의 국가부채 규모는 무려 16조2000억 달러로, 이미 몇 차례 올린 법정 부채 상한액인 16조3940억 달러에 거의 도달했다.
내년 1월까지 의회가 합의안을 내놓지 못하면 연방 예산이 6000억원 규모로 삭감되고, 세금은 늘어 경기침체(리세션)에 빠질 수 있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는 상황이다.
돈을 쓰는 곳이 없으니 자금줄이 막히면서 경제가 활력을 잃게 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이번 대화를 통해 부분적인 합의점을 찾고, 내년 1월까지 점진적으로 대화를 진전시킬 것으로 보고 있다.
크리스 크루거 구겐하임 워싱턴 리서치 그룹 정책 전략가는 "지루한 협상이 이어질 것(The bland bargain)"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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