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저당권 설정비용 부담은 금융기관 몫" 첫 판결
법원 "과거와 거래원칙·관행 달라져..신의칙 위반"
2012-11-28 13:13:48 2012-11-28 13:15:40
[뉴스토마토 김미애기자] 금융기관이 대출자들에게 부담하게 한 근저당권 설정 비용을 돌려줘야 한다는 첫 판결이 나와 진행 중인 유사소송에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인천지법 부천지원 이창경 판사는 이모씨(85)가 "대출시 부담한 근저당권 설정 비용과 이자를 돌려달라"며 경기도의 한 신용협동조합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반환 청구소송에서 "이씨에게 68만여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고 28일 밝혔다.
 
법원은 근저당권설정계약에 적용된 약관은 고객에게 실질적인 선택권을 부여한 것으로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대출 관련 부대비용 중 금융기관이 부담해야 할 비용까지 고객이 부담하게 하고 있어 고객에게 불리한 불공정한 약관조항에 해당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근저당권설정 약관에 따르면 외형상 대출 관련 부대비용의 부담에 관해 고객에게 선택권을 부여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은행과 고객의 거래상 지위, 거래의 현실 등에 비춰 고객에게 실질적인 선택권을 부여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또 "대출거래에서 우월한 지위에 있는 금융기관이 대출 부대비용 중 금융기관이 부담해야 할 비용까지 고객이 부담하게 하거나, 가산금리를 적용하는 방법 등으로 이를 고객에게 전가시킬 수 있게 한 약관조항은 신의성실 원칙에 위배돼 무효"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어 "1960년대에 저당권 설정등기비용은 채무자 부담이라고 본 대법원 판례가 있었지만 거래원칙과 관행이 달라졌으므로 이 사건에 적용하기는 어렵다"며 "약관조항에 근거한 비용부담약정이 무효이므로, 대출 관련 부대비용 중 금융기관이 대출의 담보인 저당권을 취득하는 비용은 금융기관이 부담해야 할 비용"이라고 말했다. 
 
근저당권 설정비란 담보대출 때 발생하는 부대비용으로 등록세, 교육세, 등기신청 수수료, 법무사 수수료 등을 일컫는다. 통상 1억원을 대출받을 때 70만원 안팎이 발생한다.
 
앞서 한국소비자원은 은행이 대출자에게 전가한 근저당권 설정 비용을 돌려달라는 4만2000명을 대신해 1500여개 금융사를 대상으로 집단소송을 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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