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송주연기자] 내년 국내 기업들의 설비투자가 올해보다 약 2조원 줄어들 전망이다. 중소기업은 물론 대기업도 1조원 가량 설비투자를 감축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나 제조업 분야의 극심한 부진이 예상된다.
4일 한국정책금융공사가 전국 3251개 사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올해 설비투자 잠정 실적은 129조70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6% 감소했다. 연초 계획했던 135조1000억원보다는 4% 감소한 실적이다.
대외 불확실성이 장기화되면서 국내 경제가 하반기에 추락의 골이 더 깊어지는 '상저하추(上低下墜)'의 모습을 보이자 주요 기업들이 설비투자계획 일부를 축소하거나 연기했기 때문이다.
IT, 자동차 관련 대기업들의 해외투자 확대로 국내 설비투자가 부진했던 것도 설비투자 감소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주요 기업의 설비투자 실적 및 전망
(자료 : 정책금융공사)
내년 설비투자 규모는 올해 잠정 실적보다 1.4% 감소한 127조9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공사 관계자는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설비투자가 소폭 감소할 것으로 조사됐다"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근 3년간 설비투자를 주도했던 대기업마저 설비투자를 소폭 감소하려는 점에서 우리기업의 투자패러다임이 보수적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규모별 설비투자는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각각 16.3%, 1.0% 감소가 예상되지만 중견기업은 3.7% 증가할 전망이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5.2% 감소하는 반면 비제조업은 기저효과에 힘입어 3.6%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제조업의 경우 설비투자를 축소하려는 업종이 8개로 확대하려는 업종보다 3개 많았으며 비제조업은 축소하려는 업종(5개)보다 확대하려는 업종(7개)이 2개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에 이어 2년 연속 설비투자 확대를 계획하는 업종은 금속가공, 식음료업, 컴퓨터프로그래밍 및 시스템통합 및 관리 등 3개다.
유지보수를 위한 시설투자는 올해보다 5.3% 늘어날 전망이지만 신제품생산 및 설비 확장을 위한 시설투자는 각각 6.3%, 6.9% 감소할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패러다임 변화와 함께 최근 투자심리가 위축돼 생산설비를 확장하기 보다는 기존설비를 유지·보수해 사용하려는 경향이 커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설비투자 자금조달은 내부자금 사용이 올해 62.4%에서 내년에는 64.0%로 높아질 전망이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짐에 따라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금리 및 상환 리스크가 적은 내부자금을 이용하려 하기 때문이다.
다만 중견기업은 외부자금 조달 금액이 6.8% 증가하고 특히 직접금융을 통한 조달 기대가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비투자 부진요인으로는 '대내외 수요부진(36.7%)'과 '불확실한 경기전망(35.6%)',
'자금부족(17.6%)' 순으로 나타났다.
설비투자를 줄이려는 기업일수록 수요부진과 불확실한 경기전망을 부진요인으로 꼽아, 수출여건에 큰 영향을 받는 제조업의 설비투자가 더 위축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공사 관계자는 "기업들의 투자심리가 위축되지 않도록 내수경기 부양을 위한 확장적 재정정책 등 경기활성화 방안을 선제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경제의 불확실성을 낮추기 위해 정부는 일관된 정책 기조를 유지하고 국내 투자여건을 개선해 해외 진출한 국내기업들이 U턴할 수 있도록 유인을 확대하고, 외국인직접투자도 적극적으로 유치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공사는 특히 중소기업의 설비투자 축소는 경기 및 수요부진 뿐만 아니라 재원부족에 따른 요인이 큰 만큼 중소기업을 위한 직·간접 금융시장의 접근성과 이용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투자규모 확대는 물론 '신제품생산' 및 '설비확장' 등 질적 투자를 늘리려고 계획 중인 중견기업의 경우 직접금융 등 맞춤형 투자자금의 적시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공사는 지난 10월8일부터 11월16일까지 전국 3251개 사업체를 대상으로 국내 주요기업의 올해 설비투자 잠정실적과 내년도 계획을 조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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