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기성기자] 2차 TV토론이 10일 저녁 8시 방송3사 등 주요 방송을 통해 2시간 동안 전국에 생중계된다. 지난 1차 토론 때 ‘이정희’라는 예상치 못한 돌발변수에 당황한 박근혜·문재인, 양측은 이번 토론이 남은 기간 표심을 가를 중대 분수령이라 보고 최종 점검에 돌입했다.
이날 오전 일제히 발표된 각 언론사의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해 보면 두 사람은 다시 오차범위 내의 접전으로 돌아섰다. 안철수 전 후보의 지원이 가시화되면서 문 후보의 탄력세가 확연해졌다는 게 공통된 평가다.
문안(文安) 인사로 불리는 두 사람의 동행이 7일 부산과 9일 경기도 산본 등 두 차례 이어지면서 많게는 10%포인트 가까이 나던 박 후보와의 격차가 오차범위 내로 좁혀졌다. 특히 부산의 바람이 심상치 않다.
새누리당에선 문 후보의 부산·경남 득표율 1차 저지 목표로 삼았던 35%가 무너진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캠프 지휘부를 휘감았다. 반면 민주당에선 부산의 변화 바람이 이미 수도권으로 북상했다며 역전의 계기가 마련됐다는 분위기다.
남은 TV토론은 단 한 차례. 대선을 사흘 앞둔 16일 실시된다. 선거법상 대선 일주일 전인 13일 이후 실시되는 여론조사를 공표할 수 없는 까닭에 이번 2차 토론이 사실상 여론의 흐름을 확인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인 셈이다.
◇박근혜 '웃어라 참아라'..민생 부각
전날부터 모든 외부 일정을 끊은 채 TV토론 준비에 몰두한 박 후보는 ‘민생’을 화두로 ‘국민행복시대를 여는 대통령’을 토론회 모토로 삼았다. 특히 가계부채 등에 허덕이는 서민경제를 감안해 중산층 70% 복원을 대표공약으로 내세우는 한편 재정 건전성을 고려한 맞춤형 복지로 문 후보의 보편적 복지에 맞선다는 방침이다.
이 과정에서 문 후보의 정권심판론이 나올 것을 대비해 일정 부분 현 정부와 선긋기도 병행한다. 조해진 대변인은 “이명박 정부가 잘한 건 잘한 대로, 못한 건 못한 대로 분명히 짚으면서 경제를 살리고 민생을 안정시키는 확실한 정책 대안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시에 문·안 연대를 정권을 잡기 위한 정략적 구태정치로 규정하면서 정작 민생은 외면하는 문 후보의 행태를 지적할 것이라고 복수의 선대위 관계자들은 전했다. 박 후보가 “정권교체를 넘어서는 정치교체”를 다짐하며 ‘민생’으로 맞서는 것도 이러한 전략의 일환이다.
토론회 계획이 세부사항까지 짜인 가운데 박 후보 캠프는 돌발변수에 신경을 기울이는 분위기다. 특히 1차 토론 때와 마찬가지로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의 수위를 가리지 않는 맹공이 이어질 경우 이를 웃음으로 대응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핵심 관계자는 설명했다.
관계자는 “지난 TV토론 때 이 후보의 도발에 (박 후보가)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다. 인상을 찌푸리기도 하면서 감정의 기복을 드러냈다”면서 “이번 역시 이에 대한 대응이 가장 신경 쓰이는 대목”이라고 털어놨다. 박 후보가 9일 유세 일정 없이 감정조절 연습에 몰두한 것도 이 때문이다.
◇문재인, 네거티브 지양..존재감의 숙제
문 후보는 서민경제를 파탄에 빠트린 이명박 정부의 실정을 지적하며 정권심판론을 꺼내든다는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경제 및 복지 현안에 대한 국정경험의 우위를 내세워 정책 차별화에도 만전을 기할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박 후보가 당초 제시했던 경제민주화에 비해 대폭 후퇴한 점을 들면서 재벌개혁에 대한 의지가 있는지를 집중적으로 캐물을 계획이다. 또 일자리 대책에 있어서도 방점을 두며 차별화에 매진한다. 박용진 대변인은 “정치공방에 흔들리지 않고 국정경험을 바탕으로 한 구체적인 대안 제시를 통해 정책적 위를 보여주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후보는 여전히 문 후보에게 있어 ‘양날의 검’으로 작용하고 있다. 선뜻 공세에 가담하기도, 그렇다고 먼 산 보듯 물러서 있기도 애매한 상황이다. 이미 지난 토론에서 문 후보는 야권 대표주자로서의 존재감을 상실했다는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 캠프 내에선 “박근혜 대 이정희로 구도가 짜이면서 벼려온 TV토론 자체를 망쳤다”는 푸념마저 흘러나왔다.
이에 대해 핵심 관계자는 “안정되고 균형 잡힌 대통령으로서의 자질과 비전을 보여주는 데 집중하겠다”며 “공세는 최대한 자제하겠다는 게 기본 전략”이라고 말했다. 휘둘리지 않고 중심을 최대한 잡겠다는 의미다. 이는 또 안철수 전 후보가 3일 캠프 해단식에서 “흑색선전과 이전투구, 인신공격이 난무하고 있다”고 말한 데 따른 문 후보 차원의 화답이기도 하다.
난타전에 휘말리지 않으면서도 분명한 정책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야말로 문 후보에게 주어진 절대적 과제다. 동시에 주도권 확보를 통해 잃어버린 존재감 회복에도 신경 써야만 한다. 더불어 박 후보가 4·11 총선에서의 야권연대를 꺼내들며 국민적 신뢰를 잃어버린 통합진보당과 패키지로 몰아붙일 경우에도 대비해야만 한다.
◇이정희 '朴은 나의 주적'..환경 토론주제 제외 '눈살'
이상규 통합진보당 의원은 이 후보의 TV토론 전략에 대해 “특별히 바뀔 것은 없다”며 “누가 삶이 곤두박질치는 서민의 민생을 대변할지 진보의 목소리를 명확히 내겠다”고 별렀다. 이 의원은 또 “자극적 표현은 순화하겠지만 박 후보의 경제민주화가 포장만의 민주화임을 여실히 보여줄 것”이라며 박 후보에 대한 집중공세를 예고했다.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2차 TV토론 이후 이 후보의 대선후보직 사퇴 여부에 대해선 통합진보당 관계자 누구도 “결정된 바가 없다”며 말을 아꼈다. 한 관계자는 “정권교체를 이루겠다는 목표는 변함없다”면서도 “정책연대 등 (민주당과의) 공조 여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9일 유세 직후 자신이 타고 있던 차량과 뒤따라오던 수행차량과의 충돌로 교통사고를 당했으나 경미한 부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빙판길이 원인이었다. 사고 직후 당사로 옮겨져 의료진의 치료를 받았으며 크게 놀라기는 했지만 토론 참석에는 문제가 없다는 것이 통합진보당의 설명이다.
한편 이번 2차 TV토론에서는 ‘환경’ 분야 의제가 제외되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22조원이 투입된 이명박 정부의 핵심 국책사업인 4대강사업 및 원전사고 등과 관련해 후보별 입장과 토론을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무산된 것이다.
이에 대해 핵없는사회를위한공동행동과 4대강복원범국민대책위원회, 4대강조사위원회, 한국환경회의 등 환경단체와 시민사회는 “대선 후보들의 환경정책을 비교·검토할 수 있는 기회마저 잃게 됐다”며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를 강하게 비판했다.
토론회를 주관하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에 대해 “지난 11월 전국 158개 시민단체에게 토론주제에 대해 질의했는데 환경 분야 회신이 거의 없었고 여론조사에서도 환경 분야에 대한 비중이 적었다”고 답했으나, 환경단체들은 “질의를 받은 적도 없다”고 주장하며 첨예한 대립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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