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관종기자] MB정부 5년 내내 논란의 대상이었던 4대강사업 부실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문제없다"고만 외쳐온 국토해양부가 궁지에 몰렸다.
특히 국토부와 환경부가 장관들이 직접 나서 감사원 감사결과를 반박한 것을 두고, "MB정부가 갈 데까지 갔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공사기간 단 4년. 이 짧은 기간 무려 22조원이 투입된 4대강 사업은 지난 17일 감사원의 발표로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비싼 부실·졸속 사업이란 낙인이 찍혔다.
감사원은 ▲보의 내구성 및 수문 안전성 부족 ▲수질 관리 부실 ▲음용수 안전성 ▲잘못된 준설 계획 ▲과다 유지관리비 책정과 관리 계획 부실 등 사업 전반에 문제점이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국토해양부는 환경부와 함께 감사결과에 정면 반박하는 기자회견을 벌이는 등 유례없는 행태를 보였다. 정부내에서 감사원의 엄중한 감사결과에 대해 주무부처가 정면으로 반발하는 등 볼썽사나운 모습을 연출하고 있는 것이다.
감사원도 비난의 대상이긴 마찬가지다. 감사원은 지난 2010년 4대강 사업이 한창일 때 1차 감사를 벌였지만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린바 있다.
물론 사업 초기단계에서 문제점을 발견하기는 쉽지 않았겠지만 사업 진행과정에서 강도 높은 감시가 필요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차기 정권의 회초리를 피하기 위해 이빠진 MB정권을 짓누른 것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도 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감사결과에 힘이 실리면서 현 정부와 주무부처가 이를 받아들이고 마땅히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국토해양부는 그동안 4대강 사업의 안전성에 대한 각계각층의 문제 제기에 모르쇠로 일관해 왔다.
국토부는 2011년 12월 안전문제로 들끓는 여론을 잠재운다며 5일 동안 사업 구간내 총 16개보에 대한 누수현상을 집중 점검했다.
그 결과는 충격이었다. 모두 9개 보에서 누수현상이 발견된 것이다.
당시 누수가 발견된 9개 보 중 사업기간이 짧았던 낙동강 구역의 경우 상주보, 낙단보, 구미보, 칠곡보, 강정고령보, 달성보, 합천창녕보, 창녕함안보 등 전체 구역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상주보의 경우 34군대의 누수 현상이 발견됐지만 국토부는 "경미하다. 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일축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야당과 시민단체의 낙동강 3개 보 붕괴 주장에 대해 "어이없다"며 맞불을 놓기도 했다.
당시 민주통합당 4대강조사특별위원회와 시민단체인 4대강조사위원회는 낙동강 칠곡보, 함안보, 합천보의 수중촬영 결과 보 물받이공에 큰 균열이, 바닥보호공에 일부 유실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이미경 민주당 4대강조사특위 위원장은 이와 관련 "민관 합동 조사단을 구성해 16개보의 안전성을 검증해야 한다"고 촉구했었다.
이들은 국토부가 구성한 점검단 전문가들이 4대강 사업에 참여했거나 사업에 찬성한 인사들로 구성됐다며 점검결과에 의혹을 제기해 왔다.
이번 감사 결과로 이들이 제기해 왔던 대부분의 의혹들이 사실로 밝혀졌다.
◇몰래 훈포상에 치적 홍보만
이런 가운데 정부는 2011년 10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모두 3차례에 걸쳐 공무원, 유관기관·건설업체 관련자, 지역주민 등 모두 1152명에게 4대강 관련 훈포상을 집행하는 등 몰래 샴페인을 터뜨리기도 했다.
훈장은 120명, 포장은 136명이 받았으며 심명필 전 4대강추진본부장을 포함한 건설사 현장 소장 등이 훈장을 수여했다. 또 대통령표창, 국무총리표창은 각각 350명과 546명이 수여했다. 이 같은 훈포상 규모는 국책사업에 대한 정부 포상 사상 역대 최대다.
앞서 같은 해 1월 권도엽 국토부 장관은 "4대강 보 균열과 붕괴를 주장하고 있는 단체에 대한 소송 등 법적대응을 검토하기로 하고 해당 부서에 이를 지시했다"는 폭탄발언을 하기도 했다.
2011년 11월에는 탁신 태국 전총리를 초청해 경기 여주군 이포보와 이포보 당남지구, 여주보, 강천보를 방문했다는 내용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이후 태국 물관리 사업 수주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경실련 관계자는 "애초 4대강 사업은 예비타당성조사, 환경영향평가 등 대규모 사업 추진을 위한 절차를 졸속처리 혹은 생략했다"며 "시공과정에서도 감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이러한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사업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그러나 국토부를 비롯한 4대강추진본부 등은 4대강 사업에 대한 자신들의 치적을 홍보하기에 바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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