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코레일 때리기' 점입가경..'KTX민영화' 인수위 자극하기?
이의신청도 안받고 수사의뢰부터
2013-01-21 17:38:16 2013-01-21 17:40:38
[뉴스토마토 박관종기자] 코레일에 대한 감독부처인 국토해양부의 공세가 '점입가경'이다.
 
새해 벽두부터 관제권 회수, 방만경영 폭로 등 잇단 공격을 퍼부은 국토부가 이번에는 2000억원대 국고 횡령문제를 들고 나왔다. 15명의 코레일 직원에 대해 이미 검찰에 수사까지 의뢰한 상태다.
 
코레일은 이에 대해 "국토부 재심은 물론 감사원 심사청구까지 진행하겠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논란이 증폭될 전망이다..
 
◇이의 신청하라더니 서둘러 수사의뢰.."인수위 자극주기" 
 
국토부의 이런 공세에 대해 관가와 전문가들 한쪽에서는 "박근혜 당선자의 주요 정책 결정 시한이 막바지에 이르자 다급해진 국토부가 인수위를 자극하기 위해 무리한 공세를 펴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실제 이번 자체감사 결과에 대한 이의 신청 기간은 오는 27일까지로 아직 1주일의 시간이 남아 있다. 원칙대로라면 이의 신청을 받아 분석한 뒤 최종 처분을 내리는 게 순서다. 코레일은 그동안 이의신청 자료를 준비해 왔고 신청 마감 전 전달할 계획이었다.
 
이번 감사는 지난해 7~8월 진행됐으며 국토부는 지난해 12월28일 감사 결과를 코레일에 통보했다. 당시 국토부는 한달 이내에 이의 신청을 할 수 있다는 내용도 함께 전달했다.
 
코레일 관계자는 "정부산하 공기업으로써 부처에 법적 대응을 할 수는 없기 때문에 답답한 심정"이라며 "검찰 이야기까지 언급된 상황이어서 수사가 진행된다면 성실히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일단 국토부에 재심 청구를 진행할 것"이라며 "감사원 감사청구는 코레일의 요청이 받아들여질지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코레일 또 다른 관계자는 "이의 신청 관련 공문까지 보내놓고 서둘러 발표한 것을 이해 할 수가 없다"며 "KTX 경쟁체제 도입 관련 압박을 주기 위한 수단으로 밖에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철도업계 관계자는 "공사의 입장에서 수천억원의 나랏돈을 횡령했다 것은 간과해서는 안 될 사건이지만 국토부가 인수위를 의식해 잘못된 판단을 한 것 같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국토부가 코레일의 이의 신청을 받은 뒤 검찰 수사의뢰 등을 진행했다면 불필요한 오해를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토부 "코레일 직원들 국고금 횡령"
 
국토부는 지난 20일 보도자료를 통해 코레일 등 산하 15개 공공기관에 대한 국가위탁사업비 집행실태 감사 결과, 국고금 횡령이 적발된 코레일 직원 15명 등 모두 18명에 대해 검찰 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 2007∼2011년 일반철도시설 유지보수 업무를 코레일에 위탁하면서 모두 9870억원의 국고를 지급했다. 하지만 코레일이 8112억원을 사업비 목적 외에 부당하게 사용한 뒤 이 중 5886억원만 반납해 결과적으로 2226억원을 횡령했다는 게 이번 감사 결과다.
 
이와 함께 코레일이 자체자금으로 지급해야 하는 인건비, 각종 유지보수사업비, 직원퇴직금, 상수도 요금을 국고금에서 지급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위법 부당하게 집행한 2236억원의 국고금을 환수할 것"이라며 "코레일이 위탁사업 외의 목적에는 사용할 수 없는 국고 계좌에서 자금을 인출해 임의 사용한 것은 횡령"이라고 말했다.
 
◇코레일 "정상적인 자금 운영 인정해 놓고…"
 
이에 대해 코레일 관계자는 "사업비 집행에 대해서는 매년 공인 회계기관의 검증을 거쳐 국토부와 정산을 하고 있다"며 "정산결과는 코레일이 사업비를 정상적으로 집행했음을 국토부가 승인한 것인데, 수천억원을 횡령했다는 주장은 스스로 정산방법에 문제점이 있음을 인정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한두 푼도 아니고 감사한번에 들통날 횡령을 대놓고 저질렀을리 없지 않느냐"며 "감사원 감사청구를 진행해 횡령 사실이 없음을 증명 받겠다"고 덧붙였다.
 
 
코레일에 따르면 일반적인 재무회계시스템은 1개 전표처리시 1개의 계좌에서만 자금이 지출되도록 설계돼 있다. 그러나 유지보수 사업비는 국고 30%, 코레일 70%로 운영되기 때문에 현 시스템에서 정부와 코레일 2개의 계좌에서 동시에 자금 지출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하나의 계좌에서 한꺼번에 모든 사업비를 선 지출하고 사후 7 대 3 비율만큼 자금을 이체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코레일 관계자는 "국토부가 이체 운영된 자금을 횡령이라고 억지를 부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공사 자금으로 지급해야 하는 인건비, 직원 퇴직금, 상수도 요금 등을 국고에서 지급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전표처리자의 단순실수로 인한 일부 오집행임을 인정했다. 하지만 이 역시 공인회계기관 검증을 통해 2007∼2009년 분은 국토부와 정산이 끝났고 2010~2011년은 정산이 진행 중이라고 해명했다.
 
학계 관계자는 "KTX민영화 싸움의 연장선으로 비춰지는 게 당연하지만 횡령 의혹이니 만큼 사실 여부는 분명이 가려야 할 것"이라며 "코레일 주장대로라면 국토부의 공사 등에 지급되는 국고금 정산 시스템을 한시바삐 정비해 이 같은 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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