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아름기자] 지난 4일 원·달러 환율이 전거래일 대비 12.8원 떨어진 1084.6원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지난달 28일 1093.5원까지 급등하며 1년 4개월래 일일 상승폭 최대치를 기록했던 환율이 일주일 만에 다시 10원 이상 추락한 것이다.
특히 전날의 달러화 급락의 주범으로 외국인 채권 투자자금이 지목되면서 외환당국이 추진하고 있는 채권거래세에 다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당국은 채권 거래 대금에 일정세율의 세금을 부과하는 채권거래세를 도입하면 거래비용 증가, 기대 수익 감소 등으로 해외 자본의 급격한 유출입을 막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거래량이 감소하고 유동성이 감소하는 등 부작용으로 채권 거래시장이 고사 직전에 내몰릴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5일 외환당국과 시장 전문가들에 따르면 전날 환율 반락은 외국인 채권매수에 따른 매도물량이 주요인이다. 지난 1일 외국인은 국내 채권시장에서 약 6000억원 어치의 채권을 매입했다. 이 외국인 채권자금이 다음 월요일인 지난 4일 외환시장에 집중 유입되면서 롱스탑(손절매도)을 유발한 것이다.
<환율 및 외국인 채권 순매수 추이>
외국인은 지난달 원·달러 환율이 급락하자 차익 실현을 위해 국내 채권을 순매도했다. 지난달 외국인 채권 순투자(순매수-만기상환) 규모는 9000억원 감소해 지난해 8월 이후 5개월 만에 순유출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달 들어 환율이 반등하는 기미를 보이자 다시 채권투자를 크게 늘린 것이다.
환율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정부는 중장기적으로 금융·외환거래세나 채권거래세 등 자본유출입 변동성을 완화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30일 열린 금융연구원 세미나에 참석한 최종구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위기가 발생한 이후에 대책을 논의하는 것은 이미 늦다"며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외환거래세와 채권거래세 등의 제도적인 장치를 갖춰 놓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외환당국은 외환거래세보다는 채권거래세에 좀 더 무게를 싣고 있다.
외환거래세는 말 그대로 외환시장을 거치는 거래에 대해 과세하는 것으로 내국인은 과세대상에서 제외되지만 채권거래세는 채권을 거래하는 내외국인인 모두에게 부과돼 외국인에 대한 차별적 규제라는 국제적 비난을 피해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채권거래세 도입으로 채권 거래가 위축되면서 국내 채권 시장이 고사 직전으로 내몰릴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이성희 JP모간 코리아 대표는 "정부가 0.5%의 채권거래세를 부과할 경우 채권 거래가 50% 줄어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상훈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최근의 일평균 채권거래량인 25조원에 0.1%의 채권거래세를 부과할 경우 월5000억원의 대수 증대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며 "다만 거래대금 절반이 위축되면서 세수보다는 금리상승에 따른 국가·가계부채 증가 등 부작용이 더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1980년대 채권거래세를 부과했던 스웨덴은 채권 거래규모가 80%이상 급락하자 폐1991년 전 금융상품에 대한 거래세를 폐지했다. 1987년 파생상품거래세를 도입한 일본 역시 거래 위축으로 지난 1999년 거래세를 전면 폐지했다.
채권거래세 도입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외국인 채권투자로 인한 서든스탑(Sudden Stop·외국 자본 유입이 갑자기 멈춘 뒤 대규모 감소세로 돌아서는 현상)의 가능성은 적고 이들 자금을 단기성 투기 자금이라고 판단하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이재승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들의 장기 채권 투자 비중이 꾸준히 늘고 있다"며 "외국인 채권투자에 대한 듀레이션은 2009년 1.8~1.9 수준이었지만 2012년 말에는 2.49 수준까지 올라갔다"고 설명했다. 투자금액을 회수하는데까지 그 만큼 시간이 더 걸린다는 말이다.
일부에서는 박근혜 당선인의 복지공약에 필요한 세수를 마련하기 위한 의도라는 의혹의 눈초리를 보낸다.
최동철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EU가 토빈세 도입을 결정하는 등 국제적으로도 금융거래세 도입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며 "우리 정부도 박근혜 당선인의 공약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라도 세수 증대가 필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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