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명정선기자]15일(현지시간)부터 이틀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G20(주요 20개국)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회의에서는 환율이 최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양적완화에 이은 일본의 엔저 정책으로 환율 전쟁이 더욱 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회원국들의 이해관계가 제각각이어서 G20이 환율 문제와 관련 마땅한 해법을 내놓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G20, "인위적인 통화정책 피해야" 공동성명 초안
주요 외신들은 오는 15일~16일 열리는 G20회의에서 재무장관들이 자국 통화가치를 떨어뜨리기 위한 인위적인 정책에 반대하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아사히 신문은 성명 초안에 대해 “G20 재무장관들이 통화정책의 과잉을 피한다는 문구가 들어있다"며 "각국 정부가 ‘환율 개입’을 단행하지 않도록 한다는 점을 확인케 할 것"이라고 전했다.
외신은 대규모 양적완화를 골자로 한 일본의 '아베노믹스'가 엔화 가치의 급속한 하락을 초래하는 상황을 견제하겠다는 의도가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베 정권이 디플레 탈피를 위한 금융완화를 천명한 이후 일본 엔화 가치는 지난 석 달 동안 미 달러화에 대해 17% 하락했으며 유로에 대해서도 올 들어 9% 떨어졌다.
수출 경쟁력 저하를 우려한 유럽 일부 국가들은 일찌 감치 엔저 정책에 대해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냈다. 아울러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들도 선진국의 양적완화에 따른 부작용을 경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를 반영하듯 올해 G20회의 의장국인 러시아의 안톤 실루아노프 재무장관은 "이번 회의에서 환율조작에 대해 보다 강한 입장을 보여야 한다"며 "단순히 환율개입에 반대한다가 아니라 "구체적인" 언어가 담기길 원한다고 밝혔다.
G20 회의 참석차 이날 출국하는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도 일본의 양적완화에 대해 "국채이자 상승 등 중장기적으로 비용을 유발할 것"이라며 G20 회의에서 대책을 촉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구속력 있는 합의안 도출 어려워
그러나 G20이 환율 문제와 관련해 구속력 있는 합의안을 내놓기는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국가 간 입장이 다른 데다 일본을 제어할 수 있는 나라로 여겨지는 미국이 최근 일본의 양적완화를 사실상 지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유럽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프랑스는 엔저 정책을 적극 공격하고 있는 반면, 독일은 이를 관망하고 있다.
모리스 골드스타인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이코노미스트는 “G7회의에서도 의견일치를 이루지 못해 엔화 약세는 지속됐다"며“각국의 환율 수준이 얼마나 돼야 적당한 지 기준이 없다”고 지적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환율을 움직임을 놓고 `환율전쟁`을 언급하는 것은 과도한 것이라고 지적한 것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게리 라이스 IMF 대변인은 "IMF의 다각적인 평가에 따르면 환율에 심각한 일탈은 나타나지 않았다고 판단한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외환시장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지만, 이 문제에 대해 지난 12일 발표된 주요 7개국(G7) 성명 이상을 언급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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