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원수경기자] 지난 1997년 외환위기 당시 금융회사들의 부실채권을 처리하기 위해 설치된 부실채권정리기금이 오는 22일 청산된다.
120%라는 유례없는 회수율을 기록하며 성공적으로 기금을 청산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은행에 치우쳐 부실채권을 정리해 제2금융권의 경영정상화가 지연된 점과 회수율을 높이기 위해 매각이 속도를 내지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21일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 따르면 부실채권정리기금은 투입한 금액 39조2000억원보다 7조6000억원 많은 46조8000억원을 회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금의 직접적인 성과는 금융회사의 부실채권을 대폭 정리해 건전성을 높였다는 점"이라며 "간접적인 성과로는 부실채권 가격산정모델을 체계화하고 부실채권 정리시장을 정착시킨 점 등이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은행권의 고정이하 여신 기준 부실채권비율은 지난 1997년말 6.7%에서 1999년말 12.9%까지 증가했으나 공적자금을 투입한 이후 급감해 2002년말에는 2.33%까지 감소했다.
최근 들어서는 부실채권비율이 1%대 초반에서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국내은행의 부실채권 규모 및 비율 추이>
(단위:조원, %)
*2012년은 9월말 기준 (자료:금융감독원, 금융위원회, 캠코)
금융회사의 건전성을 나타내는 또 다른 지표인 BIS자기자본비율도 공적자금 투입 이후 향상됐다.
일반은행 기준으로 지난 1997년말 7.0%였던 BIS자기자본비율은 2001년말에 10.8%로 향상됐다. 글로벌금융위기 등으로 경영환경이 어려웠던 2009년 이후에도 은행의 BIS자기자본비율은 14%대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시장 안정화에는 역할을 했지만 한정된 범위의 부실자산만을 매입한 점은 문제로 지적된다.
이재연 선임연구위원은 "매입대상 부실채권은 금융회사의 여신거래로 발생한 대출원리금과 지급보증, 이에 준하는 채권에 한정됐고 부실채권 매입의 범위도 우량은행에 대해서는 전체의 50% 이내로 제한됐다"고 설명했다.
부실채권정리가 은행권에 치우침에 따라 상호저축은행과 신용협동조합 등 2금융권의 부실채권정리가 충분히 이뤄지지 못해 경영정상화가 지연되기도 했다.
공적자금이 투입된 이후인 지난 2003년말 저축은행과 상호금융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각각 12.4%와 6.3%로 일반은행(2.8%)보다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캠코가 회수율을 높이기 위해 부실채권 매각을 서두르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었다.
일부에서는 캠코가 손실을 두려워해 부실채권 매각을 미루고 있다며 시장가격에 조기 매각해야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결국 쌍용건설과 대우조선해양은 끝내 매각은 이뤄지지 못한채 기금이 청산됐다.
정부가 지난 1997년 이후 투입한 공적자금 중 아직 회수하지 못한 자금은 지난해 말 기준 모두 65조8000억원.
이인실 서강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공적자금의 장기적·궁극적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공적자금을 투입한 금융회사는 신속하게 민영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민영화를 통해 금융회사의 자율·책임경영관행이 확고히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금융회사의 수익성 기반을 더욱 확충하고 투명성을 확보한 성과중심의 경영문화가 정착되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또 "사전적으로 구조조정 과정에 대한 더 많은 정보를 공개하고 사후적으로는 사법심사를 통해 피해구제 가능성을 열어두는 등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며 "구조조정 과정에 금융당국의 입김이 직간접적으로 작용하는 것을 방지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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