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새 정부가 들어선 지 불과 18일이 지났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말 '한 마디'가 힘을 발하고 있다.
과거 금융당국과 법무부가 이견을 보여 표류했던 주가조작 사범의 부당이득을 조기에 환수하기 위한 과징금 도입 문제가 박 대통령 말 한마디에 해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번에는 주가 조작이 타깃이 된 것이다. 김행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13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주가 조작 범법자를 엄단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 시행 방안을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국세청이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이 주가 조작 행위를 근절하라고 지시한 지 하루만에 이뤄진 처사다.
◇금융당국 "조사인력 확충·제도개선 검토"
금융당국이 분주해졌다. 주가 조작 근절을 위한 절차 간소화와 조사인력 확보 등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핵심은 과징금 도입이다. 부당 이득을 조기에 환수해 처벌 실효성을 높이겠다 것.
금융위원회 한 관계자는 "주가조작 정황을 포착하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종합적으로 검토할 것"이라며 "형사 처벌을 받기 전 과징금 부과로 신속하게 부당 이득을 회수하면 주가 조작에 대한 유인 요인이 크게 줄 것"으로 기대했다.
현재 주가조작 사건을 조사하려면 심리·조사·수사·처벌 등의 길고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때문에 시의성 있는 조치가 어렵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주가 조작을 적발하고 제재하는 기능이 각 기관별로 분산된 것도 문제다.
한국거래소는 주가 조작과 미공개 정보이용, 내부자의 단기차익 매매, 부정거래 등의 불공정거래 징후를 발견하면 심리에 들어간다.
위법 혐의가 포착되면 금감원과 금융위의 증권선물위원회에 통보한다. 이후 형사 제재가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검찰에 고발 또는 통보된다.
절차가 길다보니 주가조작 가담자들이 처벌을 받기까지 2~3년이 걸릴 때도 있다. 때문에 법원에서는 증거 부족 등으로 인해 혐의가 인정되지 않거나, 처벌이 약해져 벌금형·집행유예·사회봉사명령 등로 풀려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법무부 반대로 과징금 도입 '무산'..이번에는?
주식 시세 조정에 대한 과징금 도입이 언급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금융당국은 지난 2010년부터 주가조작 사범에 대한 과징금 부과를 두고 법무부와 협의를 했으나 합의를 보지 못했다. 당시 뒷말이 무성했다.
법무부는 과징금이 주가 조작을 근절하는 근본책이 아니라는 이유로 과징금 도입에 반대했다. 증거 인멸 등을 차단하기 위해 수사 초동 단계부터 금융당국과 검찰이 조사를 같이하는 방식으로 수사시스템부터 바꾸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그 당시 금융당국의 설명은 달랐다. 과징금 제도가 도입되면 금융당국이 형사 고발하지 않고 과징금 부과만으로 끝낼 수 있어 법무부의 권한이 축소될 것을 우려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이야기도 들린다. 법무부가 과징금 도입을 반대하는 것은 도입 조건으로 증권선물위원회 위원(1급) 한 자리를 달라고 요구했으나 이를 거절했기 때문이라는 것.
과거 이 같은 해프닝으로 인해 요원해 보였던 주가조작 사범에 대한 과징금 부과가 새 정부 들어 가시화되고 있다. 법무부도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법무부 한 관계자는 "주가 조작 과징금 부과와 관련한 처벌 체계를 다시 들여다보겠다"면서도 "빠른 시일 내에 전모를 밝히는 것이 중요한 만큼 수사시스템의 개선도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민간경제연구원 한 관계자는 "과징금 부과가 시행되면 소액주주들의 피해도 줄이고, 부당하게 얻은 이익을 환수할 수 있어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한 재원 마련도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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