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오바마, 3.77조달러 예산안 제출..협상 난항 불보듯
2013-04-11 17:23:11 2013-04-11 17:25:40
[뉴스토마토 윤석진기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3조7700만달러 규모의 2014 회계연도 예산안을 내놨다.
 
부자증세와 사회복지예산 절감을 통해 10년간 1조8000억달러의 재정적자를 추가로 줄이겠다는 것이 골자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예산에 공화당의 의견을 십분 반영했다. 공화당의 동의를 얻어야 협상을 효과적으로 이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바마표' 예산에는 여전히 공화당이 반대하던 부자증세와 민주당이 꺼리는 예산 삭감이 포함돼 있어 협상이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10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은 오바마 대통령이 막대한 부채를 줄이기 위해 세수확보와 복지예산 축소 등을 담은 2014회계연도 예산안을 의회에 제출했다고 전했다.
 
◇오바마, 협상 위해 공화당 의견 '존중'..부자증세 '추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오바마 대통령은 공화당의 요구대로 예산삭감을 수용하는 대신 부자증세를 추진하는 '그랜드바겐' 형식으로 이번 예산안을 편성했다.
 
우선 오바마는 메디케어와 메디케이드 등을 비롯한 복지프로그램에서 향후 10년간 4000억달러를 줄이기로 했다.
 
이를 위해 매년 물가상승률에 따라 혜택이 늘어나던 방식 대신 연쇄물가지수(CPI)를 채택해 혜택 상승률을 대폭 낮췄다.
 
오바마 대통령은 "내 생각과는 다르지만 공화당과 협상을 이어가기 위해 기꺼히 예산 감축안을 내놨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 경제는 의회가 제 역할을 감당하는 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며 "공화당은 그간 주장해 왔던대로 부채문제를 심각하게 고려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예산 감축안을 받아주는 대신 오바마는 부자증세를 강력하게 밀어붙일 계획이다.
 
세수 확보를 위해 고소득층의 세금 감면 혜택을 추가로 줄이고 상속세는 올리기로 했고100만달러 이상의 수입을 올리면 최저한도세를 물도록 하는 방안도 계획했다.
 
이 두 개의 세법개정 만으로 10년간 5830억달러를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일자리 ·교육 투자 대폭 '확대'..적자 감소 예상
 
또 일자리 확대를 위해 사회 곳곳에 공공자금을 투입하고 교육에 대한 투자 또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오바마는 픽스잇퍼스트(Fix It First)라는 프로그램을 시행해 고속도로, 다리, 공항 등의 기반시설을 보수하는데 400억달러를 투입하고 10억달러를 들여 전국 15곳에 제조혁신연구소를 세울 방침이다.
 
아울러 담배 세금을 1.01달러에서 1.95달러로 인상해 저소득층의 4세 아동을 대상으로 무상교육을 실시하기로 했다.
 
백악관에 따르면 이번 예산이 적용될 경우 내년 기준 미국 정부의 적자 비율은 국민총생산(GDP)의 4.4%로 내려가고 2016년과 2023년에는 2.8%, 1.7%로 차례로 떨어진다.
 
실제로 오바마 예산이 효과를 발휘하면 10년간 1조8000억달러를 추가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기존에 세웠던 2조5000억달러 감축 계획과 함께하면 10년간 총 4조달러 이상의 재정을 아끼는 셈이다.
 
미 의회 양당 지도부는 4조달러 선이면 받아들일 만하다고 밝힌 바 있다.
 
◇양당 모두 오바마 예산에 '시큰둥'.."협상 길어질 것" 
 
그러나 오바마 예산에 대한 양당의 입장은 부정적이다.
 
공화당은 오바마의 예산 삭감안에 환영하면서도 부자증세에는 유감을 표시했다.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사회복지예산을 삭감하겠다는 점은 칭찬할만하나 대통령은 이미 지난 1월 세금인상을 단행했다"며 "미국민의 세금을 더 올릴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라고 지적했다.
 
앞서 공화당이 다수를 차지하는 미 하원은 폴 라이언 예산위원장의 주도 아래 증세 없는 예산안을 가결 처리한 바 있다.
 
공화당의 예산은 오바마 케어로 불리는 전국민의료보험 정책을 전면 폐기하고 사회복지 프로그램을 축소하는 방식으로 10년간 4조6000억달러의 적자를 감축하는 것이 골자다.
 
이후 민주당이 주도하는 상원은 국방예산과 농업보조금을 삭감하고 부자증세를 시행해 10년간 1조달러의 세수를 확보하는 예산안을 내놨다.
 
민주당과 관련 단체 또한 오바마의 예산에 등을 돌렸다.
 
오바마의 제안에 노령층과 소수민족을 비롯한 사회약자층에 대한 사회복지 프로그램이 심각하게 위축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리차드 트룸카 전미노동자연합(AFL-CIO)는 "이는(오바마 예산) 경제 회복을 지연시킬 나쁜 정책"이라며 "국민은 공화당이 제안한 연쇄물가지수 같은 아이디어를 막아달라고 오바마를 찍었지 이를 추진하라고 뽑은 게 아니다"고 말했다.
 
또 민주당으로서는 내년 선거를 앞두고 지지층인 노인과 소수민족의 표심이 바뀔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데이먼 실버스 노동조합총동맹-산업별회의(AFL-CIO) 법무담당부실장은 "오바마의 예산안은 노인들과의 약속을 어기는 행위"라며 "이런 예산을 지지하는 의원들은 노인들의 표를 얻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12명의 공화당 의원들과의 2번째 저녁 만찬에서 협상의 물꼬를 틀 계획이다. 
 
그러나 정부 고위 관계자와 미국 외신들은 한목소리로 "이번 예산 협상은 길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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