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에서는 '실적 쌓기를 위한 실적'을 위해 국내 업체들이 과거 해외에서 벌인 과다 출혈 경쟁이 최근에서야 불거지고 있으며, 이는 시작에 불과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1분기 실적을 발표한 GS건설과 삼성엔지니어링은 각각 5355억원, 218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GS건설은 UAE 루와이스 정유플랜트 등 6개 현장에서 총 5290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특히 4000억원 이상 손실을 낸 루와이스 프로젝트가 무리한 '저가·덤핑 수주' 경쟁의 부작용이라는 분석이다.
그간 침체된 국내 건설경기에 해외로 눈을 돌린 건설사들의 무리한 '묻지마' 수주가 이제야 손실로 드러나고 있음은 물론, 앞으로 대규모 손실 업체가 추가로 나올 것이라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건설사들이 해외에서 무리하게 영업 목표를 달성하려 '제살깍기' 경쟁을 했던 것이 지금의 실적 악화로 '부메랑'처럼 돌아오고 있다"며 "갈수록 해외 수주액은 늘고 있지만, 수익성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해건협 관계자는 "지난해 연말 국내외 실적 결산자료 분석결과, 전반적으로 흑자가 난 상황"이라며 "1분기 실적만으로 해외수주 부작용을 확대 해석하기는 이르다"고 판단했다.
그는 "지난해 해외시장에서는 국내 업체간의 출혈경쟁보다는 스페인 업체 등의 외국기업과의 경쟁이 치열했던 것으로 안다"며 "유럽 재정위기로 인해 외국기업마저 저가로 치고 들어오면서 일감확보를 위한 공격적인 입찰 경쟁이 펼쳐졌다"고 설명했다.
삼성엔지니어링도 미국 다우케미컬의 염소 프로젝트와 사우디아라비아 마덴의 철강 프로젝트 등 두 곳에서 3000여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GS건설과 달리 삼성엔지니어링의 이번 분기 실적 악화는 '신규시장·비주력분야 진출'에 따른 정보력 부족이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그동안 중동과 아시아 시장에서 석유화학, 정유, 가스 등의 화공플랜트를 주력분야로 급성장했던 삼성엔지니어링이 미국이라는 신시장과 비화공플랜트 분야 진출을 위해 거쳐야하는 시행착오 였다고 업계는 풀이하고 있다.
실제로 이번 1분기 실적부진은 과거 경험이 없었던 미국 시장 진출과 신상품에 관련된 일부 프로젝트에 국한돼 있는데다 진출 지역의 특성과 사업 방식에 대한 이해가 다소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삼성엔지니어링 관계자는 "불확실성의 해소를 위해 1분기에 미리 털어 손실충당금을 반영한 것"이라며 "2분기 이후 수익성을 회복해 올해 흑자 달성은 문제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삼성엔지니어링의 실적부진이 GS건설과 같은 과당경쟁에 따른 저가수주로는 볼 수 없다"고 말하면서도 "하지만 그간 근본적인 문제로 지적돼 오던 양적성장에만 치중한 무분별한 해외시장 진출이라는 점에서는 비슷한 면이 있다"지적하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신시장 진출과 사업 다각화라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나 지속성장을 위한 전략인 만큼 수익성을 회복하는 데 주력해야할 것"이라며 "업체 스스로 실적이라는 외형보다는 수익성이라는 내실을 기하기 위해 저가 수주를 자제하고, 정부 차원에서도 정보와 금융지원 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GS건설이 수주한 UAE 루와이스 정유플랜트 현장 모습.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