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 '중국 바라기' 탈피..대안은 동남아·중동
2013-04-29 13:47:41 2013-04-29 14:00:58
[뉴스토마토 염현석기자] 국내 석유화학 업계가 동남아시아와 중동 지역에 잇달아 생산 거점을 마련하며 전체 수출량의 70%가 넘는 '대 중국 의존도' 줄이기에 나섰다.
 
석유화학 업계는 지난 1분기 중국 건설경기가 회복 조짐을 보임과 동시에 최대 소비 시즌인 춘절이 겹치면서 실적 반등의 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했다.
 
실상은 달랐다. 각종 수혜가 중동산 저가제품에 돌아가면서 국내 주요 석유화학 기업들은 시장 기대치를 크게 하회하는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이 기간 국내 최대 석유화학 기업인 LG화학(051910)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8.5% 하락했고, 세계 최대 합성고무 생산 기업인 금호석유(011780)는 무려 영업이익이 36% 급감했다.
 
롯데케미칼(011170)도 중국 춘절 이후 납사가격이 급등하면서 제품-원료간 스프레드가 급격히 줄어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42% 급감했다.
 
아직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한화케미칼(009830) 역시 태양광 불황과 중동산 저가 범용제품의 중국시장 공세로 가격 경쟁력에서 뒤처지면서 앞선 기업들과 별반 차이가 없을 것으로 증권가는 내다봤다.
 
증권가와 관련 업계는 이들 기업들의 1분기 '어닝쇼크' 원인을 중동 업체들이 석유화학 플랜트 신·증설을 통해 제품 생산량을 증가시켜 유럽과 중국에서 비중을 크게 늘렸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국내 기업들이 '고부가 특화제품'과 품질 경쟁력을 앞세워 중동산 제품들과 경쟁했지만 30% 이상 저렴한 가격 경쟁력을 뒤엎기에는 역주족이었다는 평가다.
 
그 결과 1분기 기대했던 중국 수혜는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춘절 이후 원자재인 납사가격이 뛰면서 수익성만 악화됐다. 자연스레 중국에서의 시장 점유율도 하락세를 면키 어려웠다.  
 
전문가들은 국내 석유화학 업계가 위기 극복을 위해 중국 비중을 축소하는 한편 수출 다변화를 통해 그 공백을 상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내 주요 석화기업, 중동·동남아 현지화로 '시장 선점'
 
LG화학은 지난 19일 1분기 기업설명회에서 "중국 비중이 여전히 높지만, 유럽을 중심으로 시장 다각화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중국 비중을 축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카자흐스탄 석유화학단지 조성 사업을 예시했다.  
 
◇LG화학 카자흐스탐 화학산업단지 위치(자료제공=LG화학)
 
카자흐스탄 국영 석유화학사는 민간기업 SAT사와 손잡고 아띠라우(Atyrau) 석유화학 경제특구에 42억달러를 투자, 연간 폴리에틸렌 80만톤을 생산할 수 있는 생산기지를 오는 2016년까지 건설키로 했다.
 
LG화학은 해당사업에 뛰어들면서 매년 14억달러 이상의 매출 확보는 물론 중동과 유럽 등으로의 수출국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 특히 이곳에서 생산되는 폴리에틸렌은 납사기반 제품보다 30%가량 저렴해 중동의 저가제품과 비교해도 가격 경쟁력이 충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케미칼과 롯데케미칼 또한 각각 중동과 동남아시아 현지화를 통한 시장선점 전략을 추진 중에 있다. 원가인상에 따른 최적의 생산기지 선정과 글로벌 신규시장 확보를 위해 현지 진출은 필수적이란 게 양사의 설명이다.
 
한화케미칼은 국내회사로는 유일하게 중동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에 진출했다. 2009년 사우디아라비아 민간 석유화학사인 시프켐(Sipchem)과 연간 20만톤 규모의 EVA, LDPE(저밀도 폴리에틸렌) 플랜트를 건설하기 위한 합작투자계약을 체결했으며 올해 완공을 목전에 두고 있다.
 
한화케미칼 관계자는 29일 "산유국에 생산거점을 마련, 원료의 안정적인 수급과 가격경쟁력을 가질 수 있게 됐다"며 "방콕 인근 방프리 국가산업단지 내에 연간 1만톤 규모의 ASR(알칼리 수용성 수지) 공장 가동 등 동남아 진출을 통해 중국 비중을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케미칼은 말레이시아에 합성고무(BR) 공장, 테트라부틸알코올(TBA) 공장 등을 잇달아 건설하며 동남아 지역을 중국의 대안이자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는다는 전략이다.  
 
업계는 이번 롯데케미칼의 말레이시아 현지화 작업이 지난 2010년 인수한 타이탄사를 기반으로 이뤄졌으며, 말레이시아를 중심으로 동남아 국가들로 시장 영역을 넓혀 나가기 위한 신호탄으로 분석했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말레이시아 공장이 완공되면 사업 다각화와 신규사업 진출에 따른 제품 포트폴리오의 확대 등을 기대할 수 있다"며 "시장과 제품을 동시에 다변화할 수 있어 경쟁력 확보는 물론 신성장 동력 발굴을 통한 성장 로드맵의 가속화에도 도움"이라고 말했다. 
 
금호석유화학도 우리나라와 터키 간 자유무역협정(FTA)이 내달 1일을 기해 발효되는 것을 계기로 유럽과 중동에 대한 진출을 꾀한다. 물론 거점은 터키다.
 
금호석유화학 관계자는 "FTA가 발효되면 터키 타이어 제조업체인 브리사(BRISA, 터키 1위)와 페트라스 타이어(Petlas Tyres, 터키 3위), 유럽 3위 가전업체인 아첼릭(ARCELIK), TV 생산능력 세계 3위인 베스텔(VESTEL) 등과 이어온 강력한 파트너십이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라며 "유럽과 중동에서 합성고무 1위를 차지하는 중요한 거점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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