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명은기자] 인간이라면 한번쯤 죽음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그리고 누구든 '아름다운 죽음(well-dying)'을 맞이하고픈 마음을 누리고자 할 것이다.
영화 '뜨거운 안녕'은 세상과 이별하는 순간을 그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죽음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클라이맥스로 향해 갈수록 왠지 모르게 입가엔 행복한 미소가 떠오르게 된다.
(사진제공=나이너스엔터테인먼트)
허망하지 않고, 애끓는 안타까움이 없는 죽음이 있을까만 마지막까지 살아있다는 것을 온몸으로 느끼고 싶은 인간의 마음은 절대적인 순수성을 보여준다. "그동안 지은 죄를 생각하면 벌 받아 마땅하다"며 애써 태연한 척하다가도 막상 죽음이 눈앞으로 다가오면 "두렵다"고 속내를 드러내는 게 인간이다. 영화는 죽음 앞에서 어찌할 도리 없는 시한부 환자들이 그 순간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즐기는 모습을 통해 우리의 삶과 죽음의 무게를 다시 한 번 달아보게 한다.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아이돌 가수 충의(이홍기 분)는 클럽에서 사람을 폭행해 사회봉사 명령을 받고 죽음을 앞두고 이별을 준비하는 호스피스 병원을 찾게 된다. 반성하는 척 대충 시간이나 때우려고 했던 그는 범상치 않는 시한부 환자들에게 잘못 걸려든다.
전직 조폭 출신에 골초인 뇌종양 환자 무성(마동석 분)과 밤마다 읍내 나이트클럽에서 기타 연주 알바를 뛰는 간암 말기 환자 봉식(임원희 분), 병원에서 봉사활동한 이력이 있는 시한부 환자 안나(백진희 분), 백혈병에 걸린 10살 소녀 하은(전민서 분)까지. 저마다 사연을 간직한 이들은 환자 치유에 좋다는 이유로 밴드를 결성해 매일 같이 음악을 연주한다.
그런데 재정 문제로 병원이 폐쇄될 위기에 봉착하자 이들은 상금이 걸려있는 TV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할 계획을 세우지만 자작곡으로만 출전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고 충의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처음엔 나서지 않겠다고 도망치던 충의는 봉사 시간을 두배로 쳐준다는 유혹에 넘어가 이들과 한팀이 된다. 마침 미국 진출을 제안받아 봉사 시간을 단축시켜야 하는 그로서는 손해 볼 게 없는 거래였던 셈이다.
(사진제공=나이너스엔터테인먼트)
얄궂은 운명일까. 빨리 병원 생활에서 벗어나고자 시작한 일이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충의는 환자들에게 동화되어 간다. 충의의 엄마 또한 인위적인 연명 치료를 거부하고 세상을 떠났던 터라 이들의 아픔을 이해하고 공유할 수 있었던 것이다.
영화는 웃음과 감동, 코믹함과 진지함을 마치 정량으로 그려낸 듯 균형을 유지했다. 감정의 과잉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이를 가장 잘 표현한 인물이 마동석이 연기한 무성 캐릭터다. 시한부 환자라곤 도통 믿기 어려운 엉뚱함과 유쾌함으로 재미를 안기지만 가장 큰 감동을 선사한 이 역시 그다.
주인공 충의 역의 이홍기는 꽤나 영리한 행보를 보였다. 스크린 데뷔작에서 자신의 전문 분야인 음악을 적극 활용한 데다 실제와 같이 아이돌로 등장해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는, 딱 기대치 만큼의 연기를 선보였다.
그러나 호스피스에 대한 관심을 유도할 수 있다는 것 외에 영화는 휴먼 드라마의 속성 그대로 만고불변의 진리를 전달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진 않는다. 남택수 감독은 "인간애와 웃음, 슬픔을 함께 담아낸 로베르토 베니니의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에서 모티브를 따왔다"고 밝혔다. 삶과 죽음은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는 믿음을 영화는 다시 한 번 느끼게 해준다.
30일 개봉. 상영시간 99분. 12세 이상 관람가.
(사진제공=나이너스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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