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봄이기자]
관광객 수용, 물동량 확보, 뱃길이용에 따른 교통채증 감소, 거기에 주변 주거단지 활성화 까지…. 막대한 경제효과를 기대했던 아라뱃길 사업이 실패를 면치 못할 것이란 우려를 낳고 있다. 전면 개통 1년이 지난 지금 무려 2조5000억원이란 국고를 털어 넣은 사업의 효과는 당초 정부가 예상했던 각종 수치의 10%를 밑돌거나 조금 넘는 초라한 성적표를 보여주고 있다. 정부는 뒤늦게 신규항로 개설, 선사 및 화주 인센티브 등 물류기능 정상화 대책과 볼거리와 탈거리를 다각화 하는 등의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기 시작했지만, 전문가들의 시각은 여전히 엇갈리고 있다. 아라뱃길 1년을 되짚어 보고 사업을 정상화시키기 위해 어떤 전략과 노력이 필요할지 살펴본다. [편집자]
전면개통 꼭 1년인 지난 25일 찾은 아라뱃길. 텅 빈 뱃길 주변으로 자전거족들만 눈에 띄었다. 청옥빛 물결이 펼쳐진다는 공식홈페이지 설명과 달리 물빛은 검은색에 가깝다.
김포여객터미널에는 카누대회 행사로 여객선 운항을 중지한다는 작은 공고문이 내걸렸다. 관광객 몇몇이 소란스럽게 술판을 벌여도 제지하는 사람은 없다. 공사장 인부들만 간혹 오가는 물류단지에는 적막감마저 흐른다. 개통 1년 동안 29만TEU 이상의 물동량을 처리하고, 60만명 이상의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다던 '아라뱃길의 꿈'은 도대체 어디로 사라진 걸까.
◇아라뱃길 컨테이너 부두(왼쪽)와 물류단지 건설 현장(오른쪽)(사진=최봄이 기자)
◇동북아 물류허브? 생산기지도 없는데?
경인운하는 인천 서구 오류동과 서울 강서구 개화동을 연결하는 인공수로로 총 사업비 2조5000억원이 투입된 대형 토목 사업이다. 한강과 서해를 연결하는 최초의 내륙뱃길을 만들어 홍수를 예방하고 대량수송로를 확보한다는 것이 당초 목표였다.
4000t급 선박으로 화물을 수송해 경부고속도로 등 내륙 교통난을 완화하고 동북아 물류허브로 발전시킨다는 거대한 꿈과 친수문화공간을 조성해 관광객을 끌어들여 지역경제를 활성화 하겠다는 계획도 포함됐다.
하지만 아라뱃길 사업은 시작부터 논란이었다. 주변에 주력 수출품을 공급할 생산기지가 없는데다 인근의 인천항 대신 경인운하를 이용할 유인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예산만 낭비하는 사업이 될 것이란 예측이 많았다.
18㎞ 길이에 폭 80m, 수심 6.3m 규모의 주운수로는 5000t급 이하 선박만 다닐 수 있어 서해를 오가는 3만~5만t급 화물선과 경쟁할 수 없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여러모로 물류단지나 항만 수요가 창출되기 어려운 여건이었음에도 대규모 재정을 투입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사진=최봄이 기자)
◇타당성 떨어지는 타당성 조사..화물수송 실적 예측치 7% 수준
타당성이 떨어지는 타당성 조사가 사업 추진의 중요한 근거가 된 것도 문제를 키웠다. 1995년부터 경제성, 환경문제 논란으로 표류하던 아라뱃길 사업은 운하전문기관 네덜란드 데하베(DHV)사의 경제성 용역과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재검증 분석 결과를 근거로 추진이 확정됐다. 비용대비 편익(B/C)이 1을 넘어 경제성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첫돌을 맞은 아라뱃길은 KDI 수요예측치의 10%에도 못 미치는 초라한 실적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2008년 KDI는 개통 첫해 컨테이너 화물 29만4000TEU(20피트 표준 컨테이너 단위), 일반화물 716만2000t을 수송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수자원공사가 문병호 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물동량 처리실적을 보면 경인운하 개통 후 지난달 21일까지 경인운하를 통해 처리된 화물은 2만1600TEU(34만5000t)에 불과하다. 이는 KDI 예상수요의 7.3%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 수치를 바탕으로 편익비용을 다시 분석하면 약 0.1 수준으로 낮아진다.
비용편익 비율 등 경제성 분석은 다양한 변수와 분석틀을 사용하기 때문에 조사 주체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는데도 정부와 수자원공사가 이를 투명하게 공개, 검증하는 과정을 소홀히 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KDI의 경제성 분석이 발표된 후 당시 이를 반박하는 자료들이 쏟아져 나왔다. 2009년 민주당 경인운하 검증 TF의 분석결과에서는 비용편익비율이 0.68로 낮아졌고, 경인 아라뱃길 재검증위원회가 2010년 조사한 자료에서는 0.27까지 떨어졌다.
◇'수향8경'으로 지역경제 활성화?..고요하기만 한 뱃길!
친수개발을 통한 관광수요 창출도 아직까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 1년동안 유람선 승객수는 17만2000명으로, KDI 예상치인 59만9000명의 28.7%에 그쳤다. '수향8경'과 요트·카누 등을 즐길 수 있는 신개념 수변공간으로 조성했다는 수자원공사의 설명과 달리 뱃길은 고요하기만 하다.
이는 특출난 볼거리가 부족한 데다, 수질까지 나빠 수상 레포츠를 즐기기에도 부적합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지난 2월 경인아라뱃길에서 검출된 대장균 수는 100㎖당 5만8000여개체로 수영에 적합한 수질의 기준이 되는 '100㎖당 1000개체'에 비해 58배나 많다.
◇청옥빛 물결이 펼쳐진다는 설명과 달리 경인아라뱃길의 물빛은 검은색에 가깝다.(사진=최봄이 기자)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추진했던 서해뱃길 사업 백지화도 아라뱃길 사업에 악재로 작용했다. 서해뱃길 사업은 김포터미널과 여의도, 용산을 연결하는 뱃길로, 중국 등지 관광객을 대형 여객선으로 실어나르는 것을 목표로 추진됐었다.
서울시는 이 사업을 위해 한강 유람선 중 가장 큰 규모(685t급)의 크루즈선 '아라호'를 만들기도 했다. 제작비만 112억원이 들었지만 서해뱃길 사업이 전면 무산되며 정식 취항도 하지 못한 채 매각 절차를 밟고 있다.
이도 애초부터 항공편을 이용하면 빠르고 저렴하게 한국을 찾을 수 있어 외국 관광객들의 승선률이 저조할 것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25일 김포여객터미널 모습(사진=최봄이 기자)
◇"엄중평가·책임규명 해야" vs. "평가는 아직 시기상조"
아라뱃길이 개통 1주년을 맞았음에도 동북아 물류허브, 신개념 관광단지로서 제기능을 하지 못하자 사업에 대한 엄중한 평가와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병호 의원은 지난 20일 경인운하 1주년 평가토론회를 열어 "경인운하 개통 1주년을 보면, 운하기능을 통한 경제활성화 전망은 사라지고, 예산낭비와 주민피해만 남았다"며 "2004년 참여정부가 민자사업으로 추진하던 경인운하 사업을 폐기하기 위해 360억원의 배상금을 지급했음에도 이명박 정부는 2008년 정부사업으로 다시 추진했다"고 비판했다.
김일중 동국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경인운하는 2003년 감사원에서도 '경제적 타당성이 없다'고 지적한 사업"이라며, "이런 국책사업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경인운하 사업에 대한 엄격한 평가와 함께 사업 추진에 관여했던 사람들에 대한 공과도 밝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에 반해 아라뱃길 운영을 맡고 있는 한국수자원공사는 "단기 평가는 무리"라며 느긋한 입장이다.
수자원공사는 지난해 10월 발표한 보도자료를 통해 "아라뱃길은 사회기반시설로 물류기능 안정화까지는 일정기간이 필요"하다며 "단기간 운영실적으로 사업성과를 평가해서는 안된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또 "아라뱃길은 서해뱃길사업 이전에 추진했던 사업이기 때문에 서해뱃길 중단이 아라뱃길 활성화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는 설명도 뒤따랐다.
수자원공사는 이어 지난 11일 "물류·관광 기능 수행을 위한 인프라 구축엔 일정 기간이 소요된다"고 같은 주장을 되풀이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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