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쇼맨십보단 진정한 리더십 보여라
2013-06-28 17:57:07 2013-06-28 18:38:22
[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행보가 연일 주목받고 있다.
 
한국은행 총재와 1대1 면담을 하기도 하고, 공정거래위원장과 국세청장, 관세청장 등 이른바 경제검찰 수장들을 한자리에 불러모으기도 하는 등 5년만에 부활한 경제부총리가 파워 넘치는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언론의 플래시 세례도 쏟아지고 있다.
 
무색무취한 지휘자라는 비판을 받았던 그가 무언가 색깔을 내며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를 주목하는 따가운 눈길도 적잖다.
 
소신있는 경제정책을 펴기보다는 보여주기 위한 외형에 치중한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기 때문이다.
 
금리문제가 이슈가 되자 현 부총리는 서울 명동 한 복판에 있는 곰탕집에서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를 만났다.
 
경제수장들의 의례적인 만남일 수 있지만 굳이 곰탕집을 장소로 선택해서 '서민흉내'를 내야했느냐는 지적이 쏟아졌다.
 
말이 1대1 만남이지 현장을 찾은 기자들 덕분에 명동에서 가장 손님이 많다는 그 곰탕집의 아침장사는 공친 것이나 다름없었고, 대신 경제수장들이 서로의 국밥그릇에 파를 얹어주는 다정한(?) 모습은 포털사이트와 방송뉴스를 장식했다.
 
그가 보여주고 있는 그 무언가의 색깔 역시 흐릿하다.
 
특히 경제민주화에 대해서는 이중적인 태도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시대적인 과제로 반드시 계획대로 추진해야한다면서 동시에 과도한 입법에 적극대응을 주문하고 있다.
 
경제민주화에 대해서는 대통령부터 여당까지 오락가락 하기에 그의 전문분야인 코드맞추기를 하는 지도 모르겠지만 보여주는 행동이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8일에는 각종 대기업 규제 관련 법안처리를 앞둔 상황에서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과 김덕중 국세청장, 백운찬 관세청장을 한 자리에 불러 모아 놓고 "과도하게 기업을 제약하는 법안은 적극대응하겠다"고 선언했으며 "법 집행과정에서 기업의 의욕을 저해하지 않도록 각별히 유념해달라"고 신신당부했다.
 
자연스럽게 전날 박근혜 대통령이 "기업들을 위축시키는 방향으로 왜곡되거나 변질돼서는 안 된다"고 수위조절을 언급한 것의 후속조치로 비춰졌지만, 경제를 총괄하는 부총리가 기업의 불공정행위나 탈세를 조사하고 감독하는 경제검찰의 수장들을 불러세워서 '업무 가이드라인'을 내리는 모습은 분명 문제가 있는 부분이다.
 
이미 노대래 공정위원장이나 김덕중 국세청장, 백운찬 관세청장이 현 부총리를 만나기 전에 경제단체들과 별도로 만나서 "기업의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저해하지 않겠다"고 숱하게 약속한 후였다.
 
며칠 뒤 현 부총리가 연출한 모습은 더 가관이었다. 
 
이날 만나서 업무 가이드라인까지 전달했던 3명의 경제검찰 수장들에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신제윤 금융위원장까지 불러 세워서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등 재계 대표들과 얼굴을 맞대게 했다.
 
마치 "우리 애들 다 데려와서 당신들 비위 맞춰주니까 참아라"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기자만의 느낌일까.
 
정부 경제부처 책임자들이 싸그리 동원돼 경제민주화 바람에 불만을 쏟아내고 있는 재계를 달래는 모습은 정말 부적절하고 과도한 '쇼'였다.
 
현 부총리야 휘하의 장수들을 데려와서 무릎을 꿇렸으니 기분이 좋았을지 모르지만, 동원된 장수들은 굴욕을 느꼈을수도 있다. 자신들이 왜 그 자리에 참석해야 했는지 불만인 장관도 있는 것 같다.
 
공직자가 대통령과 같은 곳을 쳐다보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지만 경제문제에 있어서는 소신도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대통령을 향한 과도한 쇼맨십이 잘못된 리더십으로 나타나는 것은 아닐지 생각해봐야 한다.
 
현장기자들 사이에선 이미 "현 부총리는 현장일정 때 카메라 갯수부터 샌다"는 말이 돈다. 카메라 갯수까지 세는 경제관료가 기자들의 날선 눈빛을 느끼지 못하는 것도 아이러니다.
 
경제상황이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오직 대외여건 만이 국가경제를 좌지우지하는 느낌이다. 보여주기식 쇼맨십이 아니라 진정한 리더십이 필요한 때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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