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박근혜 대통령 칭화대 연설
2013-06-29 13:08:50 2013-06-29 13:11:35
[뉴스토마토 김현우기자] 박근혜 대통령 29일 중국 베이징 칭화대에서 한중관계의 미래를 주제로 연설했다. 
 
다음은 박 대통령의 칭화대 연설 전문이다.
 
안녕하세요. 존경하는 천지닝(陳吉寧) 총장님과 교직원 여러분,  그리고 칭화대 학생 여러분, 오늘 중국의 명문 칭화대학을 방문하여 여러분을 만나게 되어 기쁘게 생각합니다.
 
칭화대 학생 여러분을 보니,  곡식을 심으면 일년 후에 수확을 하고, 나무를 심으면 십년 후에 결실을 맺지만, 사람을 기르면 백년 후가 든든하다는 중국고전 관자(管子)의 한 구절이 생각납니다.
 
이곳 칭화대의 교훈이 '자강불식 후덕재물(自强不息 厚德載物)'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 교훈처럼 쉬지 않고 정진에 힘쓰고, 덕성을 함양한 결과 시진핑 주석을 비롯하여 수많은 정치지도자들을 배출했고, 중국 최초의 노벨상 수상자도 배출했습니다.
 
앞으로도 여러분의 생각과 열정이 중국의 밝은 내일을 열게 할 것이라 믿습니다.
 
오늘 이렇게 여러분들과 함께 한국과 중국이 열어갈 미래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게 되어 기쁘게 생각합니다.
 
학생 여러분, 한국과 중국은 수천 년의 역사를 함께 해오면서 다양한 문물과 사상을 교류해 왔습니다.
 
그래서 마음으로 공유하는 것이 많고, 문화적으로도 통하는 데가 많습니다.
 
한국과 중국이 1992년에 수교한 지 약 20년밖에 되지 않았는데,우호협력의 발전 속도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을 지경입니다. 그동안 교역액은 무려 40배나 늘었고, 중국과 한국을 오가는 비행기와 선박이 하루에 백 편이 넘습니다.
 
양국 공히 약 6만명의 학생들이 서로 유학을 하고 있는데, 이곳 칭화대에도 1,400여명의 한국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많은 한국 국민들은 어려서부터 삼국지와 수호지, 초한지 같은 고전을 책이나 만화를 통해서 접해 왔습니다. 그래서 한국인들이 중국에 관광 오게 되면, 마치 잘 아는 곳에 온 것처럼 친근감을 느끼곤 합니다.
 
저도 오래 전에 소주에 다녀온 적이 있는데, '하늘에는 천당이 있고, 땅에는 소주, 항주가 있다는 말이 정말 맞구나'하는 생각이 들고, 이곳저곳이 반갑게 느껴졌습니다.
 
또, 역지사지(易地思之)라든가, 관포지교(管鮑之交), 삼고초려(三顧草廬) 같은 중국 고사성어들은 한국 사람들도 일반 생활에서 흔히 쓰는 말입니다.
 
저는 양국이 불과 20년 만에 이렇게 급속도로 가까워질 수 있었던 이유도 바로 이렇게 문화적인 인연이 뿌리 깊게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공감대야말로 정말 소중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어제 저녁 저는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 우정의 콘서트에 다녀왔습니다. 한국의 K-POP 가수들과 중국의 대중가수들이 함께 공연을 했는데, 양국 젊은이들이 문화로 하나가 되는 현장을 보면서 참 반가웠습니다.
 
저도 개인적으로 중국 선현들의 책과 글을 많이 읽었고, 중국 노래도 좋아하는데, 이렇게 문화를 통해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야말로 진정 마음으로 가까워지고, 친구가 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학생 여러분,
 
저는 한중 관계가 이제 더욱 성숙하고, 내실 있는 동반자 관계로 발전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정치를 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 온 것이 국민의 신뢰인데, 저는 외교 역시 '신뢰외교'를 기조로 삼고 있습니다. 국가 간의 관계도 국민들 간의 신뢰와 지도자들 간의 신뢰가 두터워진다면 더욱 긴밀해질 것입니다.
 
저와 시진핑 주석은 지난 2005년에 처음 만났습니다.
 
당시 저장성 당 서기이셨던 시 주석과 만나 '새마을 운동과 신농촌 운동'을 비롯해서 다양한 양국 현안들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저는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시 주석과의 깊은 신뢰를 바탕으로 앞으로 더욱 발전적인 대화와 협력을 해 나가려고 합니다. 그래서 지난 20년의 성공적 한·중 관계를 넘어
새로운 20년을 여는 신뢰의 여정을 시작하고자 합니다.
 
이틀 전 제가 시 주석과 함께 채택한'한중 미래비전 공동성명'은 이러한 여정을 위한 청사진이자 로드맵입니다. 현재 두 나라 정부는 무역 자유화를 목표로 협상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한중 자유무역협정이 체결될 경우, 양국 경제 관계는 더욱 성숙한 단계로 발전할 것이고, 새로운 경제도약을 이루어가는 토대가 될 것입니다. 나아가 동북아의 공동번영과 역내 경제 통합을 위한 견인차가 될 것입니다.
 
또한, 기후변화와 환경 등 글로벌 상생을 위한 분야에서도 협력을 강화해 나갈 것입니다.
 
벌써 우리 젊은이들은 자발적으로 협력 사업을 펼쳐오고 있습니다. 한 예로, '한중 미래숲'이란 민간단체는 양국 젊은이들과 함께 2006년부터 네이멍구 지역 사막에 나무를 심기 시작해서 지금까지 600만 그루를 식수했습니다.
 
중국 내륙의 사막화를 막아 황사를 줄이기 위한 이러한 노력은 양국의 좋은 협력사례이고, 앞으로 이런 협력 모델을 더욱 확대해 가야 할 것입니다.
 
또한 양국의 뿌리 깊은 문화적 자산과 역량이 한국에서는 한풍(漢風), 중국에서는 한류(韓流)라는 새로운 문화적 교류로 양국 국민들의 마음을 더욱 가깝게 만들고 있는데
앞으로 한국과 중국이 함께, 아름다운 문화의 꽃을 더 활짝 피워서 인류에게 더 큰 행복을 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학생 여러분,
 
지금 전 세계가 아시아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한국과 중국을 비롯해서 아시아 국가들이 다방면에서 서로 협력을 강화해 간다면 더욱 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현재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 정세는 매우 불안정합니다. 역내 국가 간에 경제적인 상호의존은 확대되는데, 역사와 안보 문제를 둘러싼 갈등과 불신으로 인해 정치, 안보 협력은 그에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것을'아시아 패러독스'현상이라고 부르는데, 지금 동북아에는 역내 국가 간에 이러한 현상을 극복하고 평화와 협력을 증진시키기 위한 다자적 매커니즘이 없습니다.
 
중용에 이르기를 '군자의 도는 멀리 가고자 하면 가까이에서부터 시작해야 하고, 높이 오르고자 하면 낮은 곳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고 했습니다.
 
국가 간에도 서로의 신뢰를 키우고, 함께 난관을 헤쳐 가며, 결과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저는 동북아 지역도 역내 국가들이 함께 모여서 기후변화와 환경, 재난구조, 원자력안전 문제 같이 함께 할 수 있는 연성 이슈부터 협력을 통해 신뢰를 쌓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점차 정치, 안보 분야까지 협력의 범위를 넓혀가는 다자간 대화 프로세스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한데, 이러한 신념을 담은'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에 대해 이번 한중 정상회담에서도 논의를 했습니다.
 
저는 앞으로 한국과 중국이 신뢰의 동반자가 되어 '새로운 동북아'를 함께 만들어 가기를 기대합니다.
 
저는 동북아에 진정한 평화와 협력을 가져오려면,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가 '새로운 한반도'를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평화가 정착되고, 남북한 구성원이 자유롭게 왕래하고, 안정되고 풍요로운 아시아를 만드는데 기여하는 한반도가 바로 제가 그리는'새로운 한반도'의 모습입니다.
 
저는 한반도에 진정한 변화를 가져오고 싶습니다.
 
비록 지금은 남북한이 불신과 대립의 악순환에서 못 벗어나고 있지만 저는 새로운 남북관계를 만들고, 새로운 한반도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를 위협하는 북핵 문제를 해결하고, 북한이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이 되는 것이 중요합니다.
 
북한은 핵보유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국제사회의 일치된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세계와 교류하고, 국제사회의 투자를 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핵개발을 하는 북한에 세계 어느 나라가 투자를 하겠습니까? 그렇기 때문에 북한이 내건 핵무기 개발과 경제건설의 병행 노선은 애당초 불가능한 일이고, 스스로 고립만 자초하는 길이 될 것입니다.
 
만약 북한이 핵을 버리고,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이 되는 변화의 길로 들어선다면,
한국은 북한을 적극 도울 것이고, 동북아 전체가 상생하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되고, 남북한 구성원이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게 된다면,
동북 3성 개발을 비롯해서 중국의 번영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북한 문제로 인한 지정학적 리스크가 사라진 동북아 지역은 풍부한 노동력과 세계 최고의 자본과 기술을 결합해서 세계 경제를 견인하는'지구촌의 성장 엔진'이 될 것입니다.
 
여러분들의 삶에도 보다 역동적이고 많은 기회를 제공할 것입니다.
 
한국과 중국의 젊은이 여러분이 이 원대한 미래를 함께 만들어 가야 합니다.
 
이 자리에 계신 칭화인 여러분이 그런'새로운 한반도','새로운 동북아'를 만드는데
동반자가 되어 주시기 바랍니다.
 
학생 여러분, 한국과 중국의 강물은 하나의 바다에서 만납니다.
 
중국의 강은 서쪽에서 동쪽으로 흐르고, 한국의 강은 동쪽에서 서쪽으로 흐릅니다. 그리고 서해 바다에서 만나 하나가 됩니다.
 
지금 중국은 시진핑 주석의 지도 아래, 중국의 꿈(中國夢)을 향한 힘찬 전진을 해 나가고 있습니다. 한국도 국민 행복시대와 인류평화에 기여하는 한반도라는 한국의 꿈(韓國夢)을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한국과 중국은 국민 행복, 인민 행복이라는 목적지를 향해 함께 전진하고 있는 것입니다.
 
두 나라의 강물이 하나의 바다에서 만나듯이, 중국의 꿈(中國夢)과 한국의 꿈(韓國夢)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저는 한국의 꿈과 중국의 꿈이 함께 한다면, 새로운 동북아의 꿈을 이룰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한국과 중국이 함께 꾸는 꿈은 아름답고, 한국과 중국이 함께하는 미래는 밝을 것입니다.
 
학생 여러분,
 
젊은 여러분의 삶에는 앞으로 많은 시련과 어려움이 있을지 모릅니다. 저에게도 힘들고 고통스러웠던 젊은 시절이 있었습니다.
 
저의 꿈은 전자공학을 전공해서 나라의 산업역군이 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어머니를 여의면서 인생의 행로가 바뀌었고, 아버님을 여의면서 한없는 고통과 시련을 겪었습니다.
 
그 힘든 시간을 이겨내기 위해 저는 많은 철학서적과 고전을 읽으면서 좋은 글귀는 노트에 적어두고 늘 들여다보았습니다. 그러면서 고통을 이겨내고 마음의 평화를 되찾을 수 있었고, 인생을 살아가는데 중요한 가치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 중에 기억에 남는 글귀 중 하나가 제갈량이 아들에게 보낸 배움과 수신에 관한 글입니다.
 
'마음이 담박하지 않으면 뜻을 밝힐 수 없고, 마음이 안정되어 있지 않으면 원대한 이상을 이룰 수 없다.' 그 내용이 가슴에 와 닿았습니다.
 
인생의 어려운 시기를 헤쳐 가면서, 제가 깨우친 게 있다면 인생이란 살고 가면 결국 한 줌의 흙이 되고, 100년을 살다가도 긴 역사의 흐름 속에서 보면 결국 한 점에 불과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므로 바르고 진실 되게 사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시련을 겪더라도 고난을 벗 삼고, 진실을 등대삼아 나아간다면, 결국 절망도 나를 단련시킨다는 것입니다.
 
여러분,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굴하지 말고, 하루하루를 꿈으로 채워 가면서 더 큰 미래, 더 넓은 세계를 향해 용기 있게 나아가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중국과 한국의 젊은이들이 앞으로 문화와 인문교류를 통해서 더 가까운 나라로 발전하게 되기를 바라면서, 여러분의 미래가 밝아지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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