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차현정기자] 코스피지수가 외국인 매도에 밀려 1830선 아래로 하락 마감했다. 이집트 정국 불안과 삼성전자 2분기 실적 하락 우려, 미국의 고용지표 발표 등을 앞둔 경계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문제도 수면위로 올랐다. 포르투갈과 이집트의 정치적 불안이 바로 그것이다. 4일 증권가는 유럽발 위기가 시장을 다시 위협할지 촉각을 곤두세운 가운데 불거진 문제에 대한 위험 평가를 내놓고 있다. 한 번 이상 글로벌 증시에 충격을 준 경험이 있는 지역인 만큼 경계심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트라우마: 포르투갈과 이집트 문제-동양證
포르투갈은 긴축정책을 반대하는 재무장관과 외무장관이 사퇴하면서 정치적 불안이 확산됐다. 외무장관은 연립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국민당 총수기 때문에 국민당이 연립정부를 탈퇴할 경우 현재 여당인 연립정부는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된다. 포르투갈의 CDS프리미엄은 6월 초 대비 180bp 이상 급등하면서 500bp를 상회했다. 10년물 국채금리도 7.8%로 연중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한편 포르투갈의 총 대외부채는 1715억 달러다. 이중 82% 정도를 유럽은행들이 차지한다. 특히 포르투갈의 총 대외 부채 중 43%(734억달러)는 스페인 은행들이 차지하고 있다. 이집트에서도 정치적 불안이 크게 불거졌다. 현재 이집트의 CDS프리미엄은 925bp로 MENA 지역의 정정불안이 극심했던 2011년 초 고점(450bp)을 크게 상회한다. MENA지역의 정정 불안은 국제 유가 상승과 연결될 여지가 많다. 특히 국내를 포함한 아시아 지역들은 원유수입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원유 공급 쇼크 발생 시 경제와 증시에 주는 충격이 선진국 대비 상대적으로 컸다는 점을 기억해 둘 필요가 있다. 다만 트라우마(Trauma)를 생각할 정도의 단계는 아니다. 포르투갈과 이집트의 정치적 불안은 국내 증시의 변동성을 확대시킬 수 있는 위험변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여타 국가로의 확산과 전이 여부다. 스페인과 이탈리아 시중은행은 LTRO를 통해서 유동성 지원을 받은 상태이고, LTRO실행과 OMT 발표로 유럽의 일부 국가의 정치적 또는 유동성 위험이 유럽 금융시스템 전체에 충격을 가능성은 낮다. 문제는 국내 증시에 있어 단기 변동성 확대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Great uncertainty’: 다음은 포르투갈-한국證
시장의 초점은 이제 유럽으로 옮아가고 있다. 글로벌 유동성의 주축이었던 미국발 유동성 환경에 변화 가능성이 감지되면서 시장은 혼란을 겪고 있다. 또 다른 한 축인 엔화 펀딩 자금은 특히 유럽으로 많이 유입된 것으로 분석되는데, 이 흐름이 환류할 경우 국내 증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개연성이 농후하다. 실제로 3일 장중 엔유로 환율 움직임에서 우려스러운 징후가 관찰되고 있다. 포르투갈 금리가 개장 직후 폭등하면서 유로화는 달러보다 엔화에 대비해 더욱 크게 하락하는 모습이 관찰됐다. 유럽발 불확실성으로 위험회피 심리가 더 강화된다면, 가뜩이나 불확실한 유동성 환경에서 외국인의 국내 증시 복귀 논의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것이다. 때문에 포르투갈 이슈와 그리스 이슈가 다시 수면위로 부각되는 가운데, 눈여겨 볼 지표로서 엔유로 환율을 추가해야 할 것으로 판단한다.
◇변동성 장세와 중기 Dead Cross-우리證
향후 시장흐름도 코스피 1800~1820선을 중심으로 한 지지력 테스트 과정을 통해 바닥권을 구축해 나가는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다. 이는 6월말 강력한 분위기 반전의 계기가 마련된 돌파갭과 장대양봉이 발생한 지수대다. 지난 3월과 5월 고점에서 형성된 하락추세대 하단부와 지난달 25일 저점 이후 반등폭의 50%(1820p), 61.8%(1809p) 되돌림 구간도 동 지수대에 위치해 있다는 점에서 견고한 지지선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수급적인 측면에서도 6월과는 달리 코스피시장의 하방경직성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여건을 보이고 있다. 뱅가드 펀드의 벤치마크 변경이 6월말로 마무리되면서 외국인의 대량매도가 출회될 여지가 줄어들었으며, 밸류투자자인 연기금과 투신권의 매수세(17거래일 연속 국내 주식형 펀드로 자금유입)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코스피 급락세가 수급적인 쏠림현상이 주된 원인 중 하나였음을 감안하면 기계적인 외국인 매도물량 제거와 국내 수급 개선세는 추가적인 낙폭과 변동성을 제한하는 요인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하겠다.
◇동서양 막론하고 진리인 낙폭과대-신한證
지난해부터 백화점과 마트는 정기세일을 연장하거나 상시할인을 해왔다. 불황 때문이다. 여름을 맞이해 백화점들은 대규모 정기 세일에 나섰다. 와인이며 의류를 반값보다 더 싼 가격에 내놨다. 전형적인 박리다매다. 주식도 세일 기간이 있다. 차이점은 언제 찾아올지 모른다는 점과 그 누구도 원치 않는다는 점(물론 공매도자는 제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 년에 한 번씩 어김없이 찾아온다. 주식의 세일 기간을 우리는 쇼크라고 일컫는다. 쇼크 때 가장 많이 듣는 전략은 저가 매수다. 다르게 표현하면 낙폭과대 업종·종목에 대한 매수 전략이다. 단순해 보이지만 왜 많은 전략가들이 이 말을 마지막 순간에 빼어 드는 전가의 보도로 삼은 걸까. S&P500에서 확인해 보자. 낙폭과대를 사면된다는 논리는 역사가 깊은 S&P500에서 데이터로 확인된다. 1964년 이후 월간 기준 5%(로그 수익률 기준) 이상 하락한 달의 종가로 S&P500을 샀다고 가정하자. 이 경우 기대 수익률은 6개월 간 4.3%다. S&P500의 1964년 이후 6개월 간 평균수익률이 3.1%임을 감안하면 1.2%p나 높은 수익률이다. 눈에 띄는 점은 급락 후 8개월째다. 이 때 A의 수익률은 6.8%로 8개월 평균 수익률 4.1%를 2.7%p나 상회한다. 9개월 째부터는 상대 수익률이 하락한다. 쉽게 요약하면 S&P500이 5% 이상 빠지면 그 달의 종가에 사서 8개월 후 종가에 팔면 된다는 말이다. 낙폭과대가 진리다. 한국 증시가 반등세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과 데이터는 다소 차이날 수 있지만 낙폭과대로 충분히 즐길 수 있다. 낙폭과대가 언제나 진리는 아니지만 급락 후 대응 과정에서는 한국에서든 미국에서든 진리다.
◇응답하라! ECB-대신證
미국 연준이 QE3를 통해 유동성 공급을 늘리고 있는 반면 ECB는 2012년 하반기 이후 자산 총계가 줄고 있다. 결과적으로 유동성이 회수되고 있는 것이다. ECB 자산총계의 감소는 2011년 12월, 2012년 3월 두 차례에 걸쳐 공급되었던 LTRO자금이 조기상환되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의 상업은행들은 대출확대 보다 자금의 조기상환을 선택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2009년 초의 미국의 상황과 유사하다. 2008년 집중 지원을 받았던 미국의 은행들은 긴급 상황이 마무리되자 자금을 조기상환하기 시작했고 이는 의도하지 않은 유동성 축소를 가져왔다. 이러한 흐름을 돌려세우기 위해 2009년 3월 QE1(국채매입)이 전격적으로 시행됐다. 회수된 유동성을 다시 시중으로 돌리고자 한 것이다. 유럽도 똑같은 고민에 놓여있다. 유럽이 유동성을 재확장해야 하는 명분은 충분하다. 6분기 연속 경기침체가 지속되고 있으며, 의도하지 않은 유동성 축소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ECB가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은 네 가지이다. 자산매입(중소기업 대출을 담보로 한 ABS 시장의 기능 제고)과 3차 LTRO 실시, 예금금리 인하(마이너스 금리), 담보조건 완화 등이다. 위의 순서는 네가지 옵션이 시장에 주는 긍정적 임팩트를 순서대로 나열한 것이다. 서프라이즈의 기준점은 1,2 중 하나가 선택되었을 경우이다. 3번 예금금리 인하도 긍정적 임팩트를 줄 수 있으나 정책효과에 대한 불확실성 논란도 동시에 커질 수 있어 중립적이다. 4번이 선택되거나 위의 옵션 중 어떤 것도 선택되지 않을 경우 실망이 커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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