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영택기자] 국내 자동차 업체들이 극심한 판매부진에 빠진 가운데 파격적 할인조건을 제시하는 것은 물론 극단적인 판촉·마케팅까지 등장하고 있다.
일각에선 업체 간 지나친 과열경쟁이 감정싸움으로 번지면서 상도의(商道義)가 무너졌다는 자조섞인 한탄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수입차의 공세까지 더해지면서 완성차 업체 간 생존을 건 피 말리는 치킨게임이 본격화됐다는 분석이다.
지난 8일 르노삼성자동차는 올 4월 이후 구입한
현대차(005380) ‘아반떼’와
기아차(000270) ‘K3’, 한국지엠 ‘크루즈’ 등 경쟁차종을 가져오면 ‘SM3’ 신차로 바꿔주겠다는 파격적인 마케팅을 선보였다.
◇르노삼성이 지난 8일 'SM3 333 프로젝트'라는 파격 마케팅을 선보였다.(사진제공 = 르노삼성)
르노삼성 SM3를 3일 동안 시승해 본 뒤 원할 경우 차를 교체해 준다는 것이다. 기존의 중고차 가격에 르노삼성이 최대 300만원을 지원하기 때문에 사실상 추가 부담금 없이 SM3로 차량을 바꿀 수 있는 셈이다.
르노삼성이 현대차 ‘아반떼’와 기아차 ‘K3’, 한국지엠 ‘크루즈’ 등 경쟁 차종을 직접 지목, 자사의 신차로 교체해 주겠다고 나서면서 업체 간 신경전은 첨예화됐다.
르노삼성은 경쟁 차종 대비 SM3의 성능과 연비 등에 대한 우수성을 소비자들에게 알리기 위해 이 같은 파격적 마케팅을 내놨다고 밝혔지만 이를 대하는 경쟁업체들은 상당히 언짢은 분위기다.
자사의 간판 차종을 중고차로 비화시킨 것에 대한 불만과 함께 3개월도 안 된 차량을 별 이유없이 교체할 리 만무해 마케팅 효과 또한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기아차는 ‘더 뉴 K5’ 출시 발표회에서 르노삼성의 ‘SM5 TEC’를 폄하하는 발언을 하며, 자존심 대결을 벌이기도 했다. 특히 터보엔진을 장착한 고성능 모델임을 내세워 경쟁업체 대비 기술력과 가격책정 등 '비교우위'를 강조하며 이례적으로 감정 섞인 신경전을 펼쳤다.
이에 르노삼성은 즉각 반박 보도자료를 내고 “SM5 TCE와 더 뉴 K5 터보는 배기량이 다르기 때문에 단순 비교해선 곤란하다”며 “상도의가 무너졌다”고 기아차 마케팅 방식에 대해 강력히 비난했다.
올해 자동차 업체들은 극심한 내수 판매 부진 탓에 어려움을 겪자 서로 난타전을 벌이며, 생존을 위한 ‘치킨게임’에 돌입했다는 지적이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업체간 과도한 경쟁은 사실은 무의미해 소비자의 외면을 받을 수 있다”면서 “가격, 서비스, 성능 등 차별화된 마케팅 전략을 개발해 장기적 관점의 접근방식을 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일각에서는 완성차 업체들이 수입차 파상공세에 직면, 가격할인 등 정책 변화를 시도하면서 소비자 입장에서는 손해 볼 게 없다는 환영 의사도 내놓고 있다. 그간의 독주가 시장의 과점구조로부터 비롯됐다는 비판으로, 완전경쟁 체제로 들어서면서 소비자들이 얻을 혜택 또한 커졌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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