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광범기자]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월 취임식에서 '국민대통합'을 국정기조로 내세웠다.
보혁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우리 정치권과 국민의 갈등을 해소하겠다는 다짐이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자신이 밝힌 국민대통합과는 거리가 먼 행보를 지속해왔다. 자신에게 불리할 땐 현안에 대해 침묵하고, 야당을 공격할 때는 거침없는 발언을 했다.
박 대통령은 취임 이틀 후인 지난 2월27일, 당시 여야가 정부조직법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야당을 압박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취임 후 첫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정치라는 것이 다 국민을 위한 것인데 이 어려움을 어떻게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며 여야의 정부조직법 협상이 난항을 겪던 상황을 비판했다.
이어 정부조직법 협상 지연으로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이 수석회의에 참석하지 못한 것과 미래창조과학부가 구성이 되지 않은 상황을 지적하며 정부조직법 통과 필요성을 설명했다. 협상의 여지를 전혀 두지 않은 발언으로 야당은 당시 자신들을 압박한다며 반발했다.
3월1일에도 박 대통령은 김행 대변인을 통해 정부조직법의 원안 통과를 강하게 요구했다. 민주당은 이에 대해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라며 "이 때문에 국회가 공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행 대변인을 통한 요구에도 불구하고 여야의 정부조직법 협상이 지지부진하자 박 대통령은 3일 뒤인 3월4일 직접 대국민담화를 통해 야당을 강하게 압박했다.
그는 기자회견 내내 화가 난 표정을 감추지 못하며 정부조직법 협상이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라며 "이 문제만큼은 뒤로 물러설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대야당 압박 일방주의"라며 "오만과 독선의 일방통행을 되풀이하겠다는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지속적으로 야당에 일방적인 양보를 요구한데 따른 반발이다.
정부조직법이 통과된 이후에는 국회의장단과 여야 지도부를 잇따라 청와대로 초청하며 소통 행보를 보이기도 했지만 얼마 후 여야의 경제민주화 입법 협상이 진행 중인 와중에 자신의 공약이 아니라며 무리하다고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이에 민주당은 물론 새누리당에서도 국회의 입법 기능을 무시한 월권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기도 했다.
대통령의 야당에 대한 공세는 국정원 사건에서도 계속되고 있다.
그는 지난 6월24일 민주당이 김한길 대표 명의의 서한을 통해 국정원 사건에 대한 입장 표명을 요구하자 "국정원에 어떤 도움을 주지 않았고 국정원으로부터 도움을 받지도 않았다"며 "왜 그런 일이 생겼는지 전혀 모른다"고 모르쇠로 일관했다.
박 대통령의 이 발언 직후 국정원은 전격적으로 정상회담 대화록 전문을 공개했다. 야당은 박 대통령의 묵인이나 재가가 있었거나, 그렇지 않다면 "항명"이라며 거세게 반발했으나, 박 대통령은 어떠한 입장 표명도 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박 대통령은 그 다음 날인 6월25일, "NLL은 수많은 젊은이들이 피로 지키고, 죽음으로 지킨 곳"이라며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NLL 포기 발언을 했다'며 맹공세를 펴던 새누리당을 거들었다.
이에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오늘의 민주주의는 그보다 더 많은 피와 죽음으로 지켜낸 것을 잊지 마라. 그 민주주의가 국가기관의 대선개입과 무법자적인 전횡으로 위협받고 있는 현실을 직시하기 바란다"며 박 대통령의 안일한 인식을 비난했다.
그리고 지난 6일 박 대통령은 또 야당을 자극하는 발언을 내놓았다.
그는 "중요한 사초가 증발한 전대미문의 일은 국기를 흔들고 역사를 지우는 일로, 절대 있어선 안 될 일"이라며 말했다. 대선에서의 대화록 유출 의혹과 국정원의 무단 공개 등에 대해선 침묵하고, 대화록 실종으로 야당이 의혹의 눈초리를 받는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었다.
이에 문재인 의원은 "NLL논란의 본질은 안보를 대선공작과 정치공작의 수단으로 악용한 것"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서서 풀어야 할 것은 국정원의 대선개입과 함께 바로 그 문제"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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