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대한민국 배구계가 정규리그 시즌 전부터 무척 시끄럽다.
여자부에서는 김연경과 흥국생명 여자배구단이 무려 2년 넘게 소속 분쟁을 벌이고 있고, 남자부에서는 대표팀으로의 차출에 대한 문제로 인해 갈등이 불거졌다.
남자부는 모기업 없이 배구계 지원금으로 버텨온 드림식스에 관련된 논란 일체가 우리카드의 인수 확정발표로 잠잠해지자 곧바로 다른 하나의 이슈가 터진 경우다. 더군다나 대표팀의 차출 문제는 배구협회와 프로배구단 사이의 갈등 형태로 비춰져 파문이 더욱 커졌다.
여기에다 7일에는 남자부·여자부를 막론하고 외국인 선수의 국제이적동의서(ITC)를 확인해 주는 대가로 대한배구협회(KVA)가 거액의 수수료를 받기로 하면서 새로운 갈등을 야기하고 있다.
◇김연경 측의 기자회견 당시 사진. (사진=이준혁 기자)
◇김연경 거취 문제, 해를 넘긴 갈등
국민들이 배구계 갈등을 생각할 때 떠오를 이미지 중 하나가 김연경이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거취 문제가 아직까지도 끝날 기미없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연경과 그녀의 법률 대리인인 법무법인 한별 김태영 변호사는 신분 해석을 놓고 "한국배구연맹(KOVO) 및 국제배구연맹(FIVB) 제반 규정에 대한 법리를 오해하고 사실관계를 왜곡한 데서 비롯된 것으로 위법·부당하다"면서 KOVO에 재심을 청구했다.
KOVO는 지난달 31일 상벌위를 열어 임의탈퇴에 대한 김연경의 이의 신청을 기각했다. 당시 상벌위는 "김연경에 대한 흥국생명의 임의탈퇴 요청이 적법하다"고 의결하며 "김연경 측이 제시한 은퇴선수 공시 요청은 요건을 갖추지 않아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밝혔다. 김연경 측은 이같은 결정에 대해 재심을 청구한 것이다.
김연경과 흥국생명, 양측은 1년 전에도 같은 문제로 논쟁을 벌였다. 쟁점은 김연경의 '소속'이 어디냐는 것이다.
김연경 측은 2005년 흥국생명 배구단에 입단했고 5년간의 배타적 계약기간이 종료됐으며, 2012년 6월30일을 끝으로 흥국생명과의 계약이 만료돼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었다고 주장한다.
반면 흥국생명 측은 FA 자격을 얻으려면 국내에서 6시즌을 활동해야 하지만 김연경은 2시즌이 남았기에 아직까지 여전히 소속 선수라는 입장이다.
배구계 국제 단체인 FIVB는 지난해 9월 선수와 구단, 협회가 맺은 협의에 따라 김연경을 흥국생명 소속으로 결정했다. 하지만 김연경은 "대한배구협회(KVA)가 공정한 중재를 약속했고 '기자회견장에 안 나오면 불이익을 주겠다'고 해 출국 전 ITC가 필요해 그 의견을 따를 수 밖에 없었다"며 당시 합의를 무효화할 것을 주장했다.
양측의 갈등이 평행선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KVA는 김연경을 포함하는 여자 국가대표 후보 엔트리 19명을 지난달 10일 발표했다. KVA는 김연경이 KOVO 임의탈퇴 신분과는 상관없이 국가대표 출전은 된다고 여기고 엔트리에 포함시켜 논란을 키웠다. 김연경이 지난달 15일 기자회견 당시 조건부 국가대표 은퇴 선언을 한 이유다.
서로가 마지막 상황까지 각오하고 극렬히 다툴 정도로 양측의 갈등은 더욱 치닫고 있다.
◇여오현. (사진제공=현대캐피탈)
◇여오현 국대 차출 파문..다음시즌 국내리그 못 뛰나?
국가대표팀 은퇴를 선언한 남자배구의 대표적 리베로 여오현(현대캐피탈)의 대표팀 차출 갈등 문제도 쉽사리 풀리지 않고 있다.
'최고의 리베로'로 꼽히는 여오현과 '거포' 김요한(LIG손해보험)은 소속팀 반대로 대표팀 차출에 응하지 않았다.
두 선수는 당초 9월4∼8일 일본 고마키에서 열릴 2014 세계선수권대회 아시아예선전 최종라운드에 대비한 대표팀 합동훈련 명단 14명에 포함됐다. 그렇지만 김요한은 허리 부상을 이유로 차출을 거부했고, 여오현은 일단 진천선수촌에 입소당일 들렀다가 사정을 말하고 소속팀에 복귀했다.
KVA는 긴급 논의한 결과 김요한에 대해서는 진단서 결과를 받아들여 차출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했다.
그렇지만 여오현에 대해서는 대표팀에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데에 의견을 모으고 다시 한 번 구단과 접촉해 소집 협조를 요청하기로 했다. 만약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KVA는 여오현에 대해 중징계를 부과할 태세다.
협회측은 "향후에도 여오현이 소집에 불응할 경우 규정에 따라 1년간 국제대회 또는 국내대회 참가 금지 등의 징계를 취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만약 KVA가 국내대회 참가 금지 조치를 내리면 여오현의 프로배구 출전은 불가능해진다.
현대캐피탈로서도 여오현의 차출이 반갑지는 않다. 팀의 주포 문성민이 6월 월드리그 국가 대표로 뛰다가 무릎 십자인대 파열을 당하면서 2013∼2014시즌의 출전이 어려워졌지만 협회로부터의 보상은 어떠한 것도 없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기량이 국내 최정상급인 여오현이 대표팀의 전력강화를 위해 소집에 응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여오현은 지난달 끝난 컵대회에서 팀을 우승에 견인하는 주도적 역할을 펼쳤다. 여오현을 100% 대체할 만한 선수는 아직 없는 것이 현실이다.
◇외국인선수 국제이적동의서 거액 수수료 논란도
이런 가운데 배구협회도 새로운 논란에 휩싸였다.
각 구단 관계자에 따르면 KVA는 지난 7월 31일 국내 남녀 프로배구단에 2013~2014 프로배구 정규리그에서 활약할 각 구단의 외국인선수 국제이적동의서(ITC)의 확인수수료 명목으로 3000만원을 받겠다는 공문을 보냈다.
ITC는 선수가 해외 리그로 이적하면 이를 인정하는 확인서다. 각국의 배구협회끼리 각 선수의 소속팀에 전달하는 문서로 이 절차가 없다면 해당 선수의 이적은 불가능하다.
KVA는 FIVB가 인정한 한국의 유일한 ITC 대표 발급·확인 기관이다. 프로배구를 관할하는 KOVO는 국가별 내부 단체로 취급돼 ITC 발급의 과정에서 배제된다. ITC 발급을 위해서는 KVA를 거쳐야한다.
결국 KOVO의 상급 기관이지만 프로배구를 직접 관할하지 않는 KVA가 구단들에게 돈을 받겠다는 것이다. 13개(남 7, 여 6) 구단으로부터 KVA가 받을 수 있는 수수료는 3억9000만원(구단별 보유 외국인 선수 1명)이다.
하지만 구단들의 반대가 극심하다. 한 구단 관계자는 "선수를 넘겨주는 국가의 협회에 이적료 명목의 수수료를 건네는 일은 있어도 선수를 받아들이는 협회가 돈을 바라는 것은 세계적으로 전례없는 일"이라면서 "넘겨주는 협회에 대한 수수료도 많아야 200만∼500만원이다. 3000만원은 상식 밖의 금액"이라며 어처구니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다른 구단 관계자도 "자신들의 독점적 행위를 통한 횡포"라며 "KVA가 최근 진 부채를 구단들에게 받아내려는 '술책'"이라고 맹비난했다.
KVA는 이같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8일 보도자료를 통해 "프로구단에 재정적 부담이 될 수 있지만 아마추어와 프로배구의 동반성장을 위한 제도 취지를 폭넓게 이해하고 협조와 동참을 구한다"며 강행방침을 밝혔다. 이에 따라 KVA와 프로구단간의 갈등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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