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미 행정부의 경제위기 해결사로 불리는 티머시 가이트너(47) 재무장관 인준안이 26일 상원을 통과했다.
가이트너 인준안은 이날 2시간여 걸친 표결 끝에 찬성 60표 대 반대 34표로 가결됐다.
이번 재무장관 인준안은 2차 대전 이후 가장 적은 표차로 통과됐다. 탈세논란을 둘러싼 도덕성 문제로 야당인 공화당 상원의원들뿐 아니라 일부 민주당 상원의원들도 반대표를 던졌다.
가이트너는 인준안이 통과된 직후 재무부에서 취임선서를 했다.
이날 재무장관 취임 선서식에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조 바이든 부통령이 함께 참석했으며 가이트너는 바이든 부통령이 선창한 선서문을 복창했다.
가이트너 신임 재무장관은 취임선서 직후 "우리는 경제와 나라의 최대 위기 순간에 있다"면서 "우리의 의제는 이 나라가 여러분에 요청한 일을 여러분이 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신속하게 움직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이 지금 도전과 위기의 순간에 있다고 언급하면서 "가이트너 재무장관과 재무부 전체 업무가 당장 시작되어야 한다"며 "경제상황이 미국과 전 세계에서 매일 어두워지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하루도 시간을 잃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가이트너 장관은 금융시장 안정 종합대책을 곧 발표하는 등 침체에 빠진 미국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본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우선, 가이트너 장관은 의회에서 8250억달러의 경기부양책 통과 노력과 더불어 부시 행정부에서 통과된 부실자산구제프로그램 7천억달러 가운데 사용하고 남은 3500억달러의 집행 및 관리 문제에 대한 입장 발표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이트너 장관은 지난주 상원인사 청문회에서 주택위기침체 완화와 소비자 신용시장과 은행시스템 지원을 목표로 한 정부의 위기극복 대책을 종합적으로 점검하겠다고 다짐한 바 있다.
그는 또 정부의 자금지원을 받은 은행들이 대출을 꺼리고 있다는 지적과 관련, 은행들이 구제금융 자금으로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추적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선언했었다.
해리 리드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이날 투표에 앞서 열린 토론회에서 가이트너 지명자에 대해 "그는 (금융위기 극복대책들 가운데) 무엇이 역할을 발휘하고 실패했는지 그 차이를 특별히 잘 알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며 가이트너 지명자가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로서 금융위기 극복 과정에서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해왔다는 사실을 강조하며 인준안 찬성을 촉구했다.
가이트너는 뉴욕연방은행 총재로서 헨리 폴슨 전 재무장관과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과 함께 지난 3월 JP모건이 파산위기에 직면한 투자은행 베어스턴스를 인수하도록 중재역할을 한 데 이어 9월 투자은행인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보호신청과 보험사인 AIG의 구제를 주도해왔다.
그는 지난 1997년 외환위기를 겪은 한국과도 남다른 인연을 맺고 있다.
가이트너는 당시 한국을 직접 찾아와 구제금융안에 서명을 받아 갔다. 그는 또 한국 외환위기 때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과 선진 7개국의 100억달러 지원방안을 도출해 낸 주역이었다.
아울러 작년 10월말 한국은행과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의 300억달러 통화스와프 협정 체결과정에서도 그의 역할이 중요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태국 방콕 국제고등학교를 졸업한 그는 미 뉴햄프셔주 하노버에 있는 명문 사립인 다트머스대학에서 아시아학 학사학위를, 존스 홉킨스대에서 동아시아 경제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젊은 시절 중국과 일본, 인도, 태국 등지에서도 생활한 아시아통으로 일본어와 중국어에도 능통하다.
1988년 재무부에 들어가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로버트 루빈 전 재무장관과 후임자인 로런스 서머스 장관으로부터 "젊고 일 잘하는 관료"라는 평가를 받으며 초고속 승진을 거듭해 불과 30대 후반의 나이에 국제담당 차관을 역임한 바 있다.
한편, 가이트너 후임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도 빠르면 27일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가장 유력한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 후보로는 이 은행의 시장담당 국장인 윌리엄 더들리가 부상하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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