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아름기자] 미래창조과학부가 8레벨 잔류 측파대(8VSB)의 단계적 허용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귀추가 주목된다.
27일 방송업계에 따르면 미래부는 일단 8VSB로 송출을 하더라도 채널 구성을 변경할 필요없는 일부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사업자들에 한해 서비스를 우선 실시하도록 하고, 그 외 사업자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논의를 해나간다는 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조아름기자)
이경재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도 신규 방송 서비스를 전면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며 이에 힘을 실었다.
8VSB는 디지털방송 변조 방식으로, 디지털TV을 보유하고 있다면 아날로그 가입자들도 디지털 방송을 시청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다. 다만 전송 효율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현재 SO들이 사용하고 있는 디지털 변조방식인 쾀은 6㎒ 대역폭에 채널을 4개 이상 넣을 수 있지만 8VSB는 단 1개 채널만 전송할 수 있다.
예컨대 종편과 보도 방송채널사업자(PP) 6개에 한해서 8VSB를 도입하더라도 24개 PP가 채널 목록에서 빠지게 된다는 예기다. 이는 국내의 70여 케이블 채널 가운데 3분의1이 넘는 수치다. 이런 탓에 8VSB를 두고 사업자간 갈등이 증폭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8VSB 논란에 대해서 그 동안 신중한 자세를 견지해 왔다. 하지만 최근 허용쪽으로 분위기가 바뀌는 모양새다.
이경재 위원장은 지난 20일 "국민에게 편익을 주는 신기술에는 기존 매체보다 우선권을 부여하겠다"며 "아날로그 케이블TV 가입자가 923만명에 이르는데 아날로그 케이블 가입자도 HD 방송을 시청할 수 있도록 8VSB 방식 전송도 허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8VSB 연구반을 가동하고 있는 미래부는 여전히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대세'는 이미 기울었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미래부 관계자는 "8VSB 허용을 위해서는 현행 기술기준을 개정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며 "연구반 가동이 종료되는 10월 말 이후 연구반에서 나온 검토의견을 다시 분석해 최종 결정을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허용하기로 결정이 내려지면 단계적 도입을 포함한 다양한 방법을 모두 고려할 것"이라며 "아직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반면 케이블 업계 관계자는 "아날로그 채널을 40개 정도 운영중인 CJ헬로비전의 경우 그것을 모두 8VSB로 송출한다고 해도 다른 채널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있다"며 "이런 식으로 당장 도입이 가능한 지역에 한해 우선적으로 8VSB를 허용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문제는 중소PP들의 강한 반발이 계속되고 있는데다 종편에 대한 특혜 시비가 불거지고 있다는 점이다.
개별 PP 관계자는 "정부의 디지털전환 정책이 종편 등 일부 사업자에게만 혜택을 주는 방식으로 가고 있다"며 "이런 방식으로는 전체 방송산업의 생태계를 망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8VSB는 진정한 디지털 전환 정책 방행과는 맞지 않는 기술이며 중소PP를 고사시키게 될 것"이라며 "개별PP 의무편성비율을 두는 등의 지원정책이 함께 나오지 않는다면 8VSB는 절대 불가하다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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